2015년의 어느 날 즈음, 피아노 학원에 간 애를 데리러 가기 전에 한 30분 시간이 비었습니다. 학원 근처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좀 읽으려고 앉았습니다. 북클럽하는 책을 읽은 지 몇 분 안 지났는데, 어떤 젊은 여자분이 제게 휴대폰에 뭐라뭐라 써서 보여주는 겁니다.
대충 내용은 자신이 인간관계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람인데, 잠깐만 얘기 나눌 수 있을까요? 뭐 그런 정도였습니다. 전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공부 하느라고 무슨 심리학 설문 조사를 하나 싶어서, 도와줄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 많이 걸려요? "라고 묻자,
"아니요." 하기에 따라 나섰습니다.
그분은 대뜸,
"우리가 학점이나 영어 점수 같은 것을 딸려고 눈 앞에 것만 생각하고 공부하잖아요. 근데, 보다 길게 보지 못하고, 특히 인간관계 같은 것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라기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에요? "
라고 묻자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잘은 모르겠는데, 이건 도를 아십니까 종류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근데, 교육을 덜 받았던가, 처음이던가 해서 사람을 못 후리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거냐고 하자, 그분은 마치 로딩중인 동영상 화면처럼 다시 반복해서 말하고는, 뭔가 더 말을 했는데 인간본연의 문제에 대해서 말하려는 듯하긴 했는데, 귓등으로 들어서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러다가 그분은 대충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일이 뜻대로 안 될 때 어떻게 하시나요?”
그래, 갑자기 저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책을 봐요...책 보면 세상 보는 눈도 달라지고 그래서 도움이 돼요.”
그때 저는 진화론 책을 원서 읽기 카페에서 북클럽으로 읽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같이 읽자고 하셔서,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영문판 원서를 다 읽은 상태였습니다. 그런 뒤에는 ‘사람의 아버지(Last Ape Standing)’이라는 다른 작가의 진화론에 대한 원서를 혼자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를 쓴 작가의 책인 ‘눈 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영문판을 다른 분이 또 같이 읽자셔서 북클럽을 열어서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 머릿속에는 읽고 있는 영어책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분은 그런 저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추임새도 넣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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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lfish Gene by Richard Dawkins
대학 다닐 때 주변에서 이 책, ‘Selfish Gene’의 한글판인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마는, 그때는 공부를 열심히 안 할 때라서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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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으시는데요?”
돌이켜 생각건대, 그분은 절대로 제가 무슨 책을 읽는 지 궁금한 건 아니었지 싶습니다. 그냥 제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호응을 해 주고자 하는 것이었겠죠. 그러나 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번달에 ‘이기적 유전자’ 원서를 북클럽으로 읽었고, 지금은 ‘눈 먼 시계공’을 원서로 읽고 있어요. "
그분은 영어로 책을 읽는다는 사실에 나름 감탄한 듯했는데, 진짜 그런 건지 그런 척 해 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제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서 그랬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말했습니다.
"진화론에 대해서 학교 다닐 때 배워서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운운(어쩌구 저쩌구)..... 진화론 책을 읽다 보니, 같은 분야 책 같이 읽으면 이해가 될까 해서 ‘last ape standing(사람의 아버지)’도 읽었고....운운.... 진화를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유전자 단위로 보는데 반해서, ‘last ape standing’에서는 학교에서 배웠던 종이나 개체 단위로 하는 것처럼 종 단위로 보고 있고....운운.... ‘이기적 유전자’가 생명과학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문화, 사회적 면까지 다루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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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Ape Standing by Chip Walter
2014년에 이 책을 살 때 언제 읽나 싶더니, 1년만인 2015년에 읽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나, 뭘로 보나 살 때부터 진화론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샀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같은 2015년에) 큰 맘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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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제가 이런 식으로 맘대로 말하자, 그분은 ‘눈 먼 시계공’을 자기도 읽어봐야 겠다고 합니다.
“지금 읽고 있는 ‘눈 먼 시계공’은 너무 어려워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그 책에는 컴퓨터로 진화 실험한 것까지 나오는데, 막 나무 가지치기 하는 것처럼 표현된 부분이 굉장히 어려워요. 완전 전공자 수준이라서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 대신에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보세요. 그 책은 전공자나, 전공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위해서도 쓰여진 책이라서 훨씬 쉽고 재밌어요. 대중적이기도 하고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내 맘대로 지껄이다 보니, 애를 데리러 갈 시간이 임박했습니다. 한 20분은 저혼자 하고 싶은 책 이야기를 떠들어댄 것 같습니다. 그래 제가 말을 그만 하자, 그분은 자기 말도 해 보려고 아까 처음에 꺼냈던.... 세번을 반복했던 말을 다시 시작했습니다마는, 나는 애 데리러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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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ind Watchmaker by Richard Dawkins
2015년에 이 책, ‘The Blind Watchmaker(눈 먼 시계공)’를 읽게 된 건, 같이 같은 작가의 책인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을 같이 북클럽으로 읽은 분이 이 책도 같이 읽어보자고 하셔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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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에 또 보자고 하자, 그 아가씨도 다음에 또 보자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Catcher in the rye(호밀밭의 파수꾼)’ 책 읽고 신랑과 토론하고 싶던 거 얘기도 하고... ‘1984’나 ‘Animal farm(동물농장)’, ‘Brave new world(멋진 신세계)’ 읽은 얘기 좀 해야 겠다 싶었습니다. ‘Goldfinch(황금방울새)’ 읽은 거나, 예전에 읽은 밀레니엄 시리즈(예를 들면,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에 대해서도 말하면 어떨까요? 뭔가 그분이 도를 이야기하는 건지, 교회로 인도하는 건지, 알기 전에 헤어졌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그저 도를 아십니까 류의 사람을 다시 만나기를 일생 일대 처음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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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finch by Donna Tartt
한 마디로 하자면 마법같은 책이었습니다. 두꺼운 책 한번 읽어보자고 시작했고, 한 달만에 끝내고 싶었으나 읽는데에는 한 50일 걸렸지 싶습니다. (정확히는 찾아보면 알겠지만 찾아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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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e New World by Aldous Huxley
세계 3대 디스토피안 소설로는, Aldous Huzley의 ‘Brave New World’와 George Orwell의 ‘1984’ 그리고 Yevgeny zamyatin의 ‘We’를 들 수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인 이 책, ‘Brave New World’는, 1932년에 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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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cher in the Rye by J.D. Salinger
2013년에 이 책, ‘The Catcher in the Rye(호밀밭의 파수꾼)’을 샀던 건, 유명한 고전이 할인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딱 책을 배송 받아보니, 문고판에 손에 착 감기는 얇은 느낌의 책이 금방 읽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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