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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1984(Nineteen-Eighty-Four) by George Orwell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8. 30.

이 서평은 스포일러가 좀 들어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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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1984(Nineteen Eighty-four)와 동물농장(Animal Farm)을 쓴 줄은 알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 책들이 무슨 책들인지조차도 몰랐습니다.  제 평생에 그것은 그냥 일종의 사회과학 이론서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엄청 잘못 알고 있었던 거죠. 제가 소설 위주로 많이 읽고,  수필도 가끔 읽기도 하는데, 그 외의 장르는 정말 가끔 읽는 편입니다. 

게다가 사회과학 이론서라면, 제가 못 읽을 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마존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1984가 소설로 분류돼 있고, 할인을 해서 할인을 해서 팔고 있더라는 겁니다. 유명한 책이니까 꼭 읽어봐야지 하고 덜컥 샀습니다.

사놓기만 하고, 이걸 어떻게 읽어 싶어서 그냥 두고 있다가, 넉달만 더 있으면 2년이 될 즈음에 북클럽을 열게 된 겁니다.

그렇습니다. 1984가 소설이었습니다. 
원서 읽기 카페에서 북클럽을 열어서 읽은 것은 2014년이었지만,  이 책은 산 게 2013년 12월이었으니까 거진 10년 전에야 저는 그 책이 사회과학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인 줄 알고 깜짝 놀랐던 지라,  아직도 그때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소설이라니 그래도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오인하고 샀고,  그래도 고전이라니 북클럽으로 읽어야지 했던 겁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앞부분 한 5~10% 읽고 이해 안 되고 난해하다고 덮어버렸을 책입니다. 앞에 20%는 진도도 안 나가고 좌절하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클럽을 통해서 같이 참여해 주신 분들과 함께 읽어서  그나마 줄거리가 잡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었던 겁니다. 북클럽을 통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책, 1984는 사람들이 안 읽고 읽은 척 하면서 인용하는 책 1위라고 합니다. 

멀리 가서 찾을 필요도 없고 주변에 이 책을 읽지도 않고  이 책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 되는 말들을 읊을 수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만 몰랐지 이 책을 안 읽은 분들도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대충 내용을 알 듯한 분들도 많더라구요.

제가 사서 봤던 이북의 표지입니다. 판형에 따라서 표지는 아주 다양합니다.

이 책의 배경은 오세아니아라고 하는 가상의 나라입니다.  빅 브라더라는 인물이 독재를 하는 전체주의 국가인데,  텔레스크린(일종의 CCTV라고 보시면 됩니다.)이 잠잘 때도 감시하는 사회로, 정말 최악입니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들 했지마는, 과거의 기록까지 새로 수정해서  다시는 수정 전의 역사를 알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그 역사를 수정하는 작업을 한 사람조차도 나중에는  헷갈려 버리게 하는 게 참 절망적이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인 윈스턴(Winston)은 텔레스크린의 사각지대에서  일기를 적는 일을 하는 것으로 저항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이랄 수 있는 줄리아(Julia)는 윈스턴과  사랑을 나누는 방식으로 또 다른 형태의 저항을 시작합니다.

체제 하에서 가족조차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 한 말을 아이가 듣고 신고해서 잡혀 가게 된 윈스턴의 친구도 있으니까요.  그 친구는 윈스턴보다 더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이었는데 말입니다.  윈스턴이 보기에 정통성에 목매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 속으로 믿고 의지했던 상사인 오 브라이언(O’Brien)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윈스턴을 감시하고 제대로 걸려들 때까지 놔뒀다가  잡는 노련함마저 보여줬다는 데에서 더 치를 떨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조지 오웰은 오세아니아라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그런 인간성이 말살된 그러한 척박한 환경에 핀 꽃이  그 생명을 유지하는 인간승리의 순간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쓴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윈스턴과 줄리아의 변하지 않을 것 같고,  변하면 안 될 것 같은 사랑이 오세아니아의 일당독재 체제 하에서의  구조적인 억압과 통제 속에서 결국에는  불에 타 사그라져 버리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조지 오웰은 단호하게 비극을 그려냈습니다.  그들은 죽지 않고 살아서 서로에게 배신한 서로를 보고,  또한 그 과정에서 망가져 버린 자신을 보면서 그 비극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이 비극을 만든 당의 상징적인 존재인 
빅 브라더(Big Brother)를 사랑함으로써 그 비극의 꼭지점을 찍습니다.

번역본 표지입니다. 번역본도 판형에 따라서 표지가 다양합니다.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독재 체제 하에서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해지는 인간성 말살입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미친 것 같은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이같은 억압과 통제가 있는 체제에 대해서  경고와 비난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꼭 국가도 아닌 것이 가부장제 하에서의 가정을 봐도 적용이 되고,  직장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도 적용이 되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아랫사람이라는 공식 하에서는 다 비슷하게 적용이 되는 듯합니다.

조지 오웰은 그런 환경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그런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서만 극명하게 지적해 줍니다.  현실을 느끼게 해 주지만, 모를 때 차라리 더 행복하고 불만이 적었습니다.  읽어서 똑똑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읽기 전이 더 행복했고,  읽고 나서 불행해 지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같이 북클럽으로 읽으셨던 분들 중에서는,  다 읽고 며칠 밤 악몽에 시달리면서 뒤척였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영화 포스터입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건 1949년입니다.  워낙 잘 알려진 책인지라 당연히 한글번역본은 있고,  여전히 성황리에 잘 팔리고 있습니다.  판형도 여러 가지로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 1954년에 TV 영화도 나왔었다고 합니다.  1956년에는 극장판 영화도 있었고, 오페라도 만들어졌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 영화화 된 것은 1984년에 개봉한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어떨지 조금 궁금하기는 하지만,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책 두께는 판형에 따라서 다른데 제가 읽은 책은 336쪽이었습니다.  보통은 300쪽이 좀 넘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거기서 또 자잘하게 챕터가 나뉩니다.  첫 번째는 8개 챕터, 두 번째는 9개 챕터 그리고 마지막은 대충 6개 챕터 정도입니다. 

첫 번째는 윈스턴이 암울해 하면서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서  맨날 아침에 가래찬 것을 뱉어내는 것으로 아침 시작하면서,  현재 사회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줄리아와 사랑을 나누고  저항을 꿈꾸면서 굉장히 행복해 집니다.  그리고 결국 저항하려는 미약한 움직임이나마 발각되고 고문을 당하고 서로 배신하면서 망가진 채로, 다시 사회에 복귀해서 살아가는 것으로 마지막 부분이 끝나는 거죠.

어려운 책이라서 초급이신 분들 읽으라는 말은 절대 어디 가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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