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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non-fiction)

[서평] The Blind Watchmaker by Richard Dawkins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10. 13.

2015년에 이 책, ‘The Blind Watchmaker(눈 먼 시계공)’를 읽게 된 건, 같이 같은 작가의 책인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을 같이 북클럽으로 읽은 분이 이 책도 같이 읽어보자고 하셔서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을 너무 재미나게 읽었고, 그 책을 읽은 뒤에 작가인 ‘Richard Dawkins(리차드 도킨스)’의 그 명석함과 이성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나름 친절함에 흠뻑 빠져서 그의 책들을 읽어야지 생각을 하게 됐던 것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좀 이 책이 ‘이기적 유전자’ 보다는 어렵다는 평을 많이 들어왔지만, 그래도 참 많이 기대하고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첫사랑 앓다가 그 첫사랑이 깨진 것마냥 무너졌습니다.

막상 그렇게 해서 읽어보니, ‘The Blind Watchmaker(눈 먼 시계공)’는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에 비해서 앞부분에서 지독하게 더 어려웠습니다. 그냥 어려운 게 아니라 지독하게 어려웠던 겁니다. 뒷부분 가면서 적응도 좀 되고, 재밌고 신나게 읽었던 부분도 있었다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원서 표지입니다.

게다가 이기적 유전자에 비해서 너무 어려워서 많이 헤매면서 읽었습니다. 읽은 내용의 주제가 뭔지, 뭘 얘기하려고 저 먼 데서 여기까지 왔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읽은 기록을 엉망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혹은 읽고 난 뒤에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있다고 우기거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기록하지 않은 점이 많은 기록을 남긴 것 같습니다. (물론 어디가 그런 지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느낌이 그랬습니다.)

같은 작가가 썼는데도, 이 책이 이렇게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과 다른 결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책을 쓴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읽기 전에는 이 책이 어떤 목적으로 쓰여졌는지를 몰랐습니다. 그냥 같은 작가의 책이니 비슷하려니 하고 읽는 거죠. 읽으면서 알게 된 건 이겁니다. 이 책은 진화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화가 나서 쓴 책입니다. 

적어도 읽으면서 제가 느낀 점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진화생물학의 대가인 작가는, 전공을 했든 안 했든 진화론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면서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나 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진화론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들을 많이 보고 한 번 제대로 진화론에 대해서 설파해 보고자 이 책을 썼던가 봅니다. 하여튼, 제가 이해한 바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대해서 나름 제대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어려워진 겁니다. 본래,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이 일반인에서 생물학을 전공할까 말까 고민 중인 사람과,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책을 썼기에, 보다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심히 불친절합니다. 작가가 진화생물학에 대해서 잘못 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엄청 화 내는 느낌의 책입니다. 

꼭 느낌이 선생님이 다른 학생 혼내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혼나는 느낌으로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공격하는 대상이 실은 나 자신이기도 하다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괴로웠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진화론을 나무가 가지치기 하는 그림 같은 것으로 묘사한 챕터(chapter 3였던 듯합니다.)가 있는데, 그 부분은 너무 어려워서 정말 거의 못 이해했습니다. 과학책을 읽으면서 눈물 핑 돌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 이어서 ‘The Blind Watchmaker(눈 먼 시계공)’을 읽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과학이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새삼 참 과학은 차갑구나 하는 것도 느낍니다. 물론,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가, 어떻게 인간이 존재하게 됐는가의 물음에 답하는 진화론을 읽으면서 리차드 도킨스가 반복적으로 아주 미세한 변화가 수백만년 축적이 돼서 오늘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말에는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고 과학과 자연선택의 냉혹함에 뼛속에 한기가 서리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가 있는 인간이라는 점에 나름 감사하고, 그 있을 법하지 않은 확률 속에 서 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리차드 도킨스의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에 비해서, ‘The Blind Watchmaker(눈 먼 시계공)’는 진화론에 대해서 공격하거나 잘못 알고 퍼뜨리는 종자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책이라서 읽는 데에 시종일관 불편했습니다. 물론, 읽으면서, 나 스스로도 그렇게 잘못 알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 중의 하나였구나 하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말았기 때문에 어디 가서 또, 리차드 도킨스 화 나게 할 말들을 진화론에 대해서 하고 다닐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읽고 나서, 뭔가 그에게 미안한 감도 있기도 하고, 그에게 약간은 실망도 했습니다. 

그가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에서 보여줬던 이성적이고 차분한 어투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배려하는 자세를 가지고 이 책을 썼다면, 더 읽기에도 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모을 수가 있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진짜 진화론으로 초대할 수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읽을 가치는 있었고, 힘드시겠지만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영어 원서든, 한글판이든요.

한글 번역판입니다. 조금씩 바뀌어서 번역판이 새로 나오고 있습니다.

1986년에 초판 출간된 책인데,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 책이라서 판형이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판형에 따라서 책의 두께가 달라지는데요. 대체로 466쪽에서 491쪽 사이 정도의 페이지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간에 이해를 도우려고 그림도 있고, 뒤에 참고문헌도 꽤 길게 나열돼 있기 때문에 실제 페이지수가 더 적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면 좀 어렵다는 느낌 때문인지 실제로 450페이지 정도 되는 느낌으로 읽힙니다.  챕터 개수는 11개이고, 한 챕터 한 챕터가 좀 길게 느껴졌습니다. 끊어 읽기 가능하게 나름 에피소드가 나눠져서 실제 한 챕터를 꼭 몰아서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앞부분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챕터가 많았고, 뒤로 가면 좀 수월해지는 느낌이었지만 다 읽는 그 순간까지 어려운 주제였고, 실제로도 어려웠습니다. 초급용은 절대 아니고, 전공자도 쉽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전공 안 하신 분도 북클럽으로 읽긴 했으니, 위대한 도전에는 제약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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