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쪽의 두께면 거의 300쪽에 다다르는 거니까, 그다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책이랄 수 있는데, 제 기준에서는 빨리 읽은 편에 속하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초급이었달 수 있는 2010년 가을이었으니까요. 읽고 난 다음에 다시 훑어보게 만든 책들 중 하나였던 만큼 여운이 남았던 책입니다.
읽으면서 뭔가 문체가 특이하다는 생각은 했는데, 나중에 알기론, 작가가 원래 전업작가였던 사람이 아니고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처음 낸 소설이 이 책, ‘Thirteen Reasons Why’인데, 첫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에, 문장이나 단어가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서 길이에 대한 압박은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글발이 엄청 빽빽하거나 그런 책도 아니었고, 차라리 글발은 좀 적게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다만 챕터가 그다지 많지 않은(14개의 챕터 정도) 책이기 때문에 읽는 숨이 짧으신 분들에게는 좀 버거운 책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줄거리를 읽으면서 하나 하나 파악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서사구조가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도 있고, 난해하다면 난해할 수도 있는 구조라서 초급이신 분들이나 이야기 좀 꼬아놓으면 헤매시는 분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체적으로 알고 보면 줄거리는 단순하달 수 있는데, 특이하게 구성된 책이라서 굉장히 이색적입니다. 그런 반면 이색적인 게 어색하면 힘들 수 있는 책입니다.
독특한 구조와, 약간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문체가 이 책의 장점이자 매력입니다. 물론 그런 점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는 가격압박 때문에도 페이퍼백을 선택하기도 하고, 들고 다니기 좋아서도 페이퍼백을 사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에는 할인을 많이 하는 바람에, 덜컥 하드커버를 샀습니다. 좀 무거워서 휴대성은 떨어졌지만 하드커버의 경우에는 겉을 싸고 있는 커버를 벗기면 안쪽에 지도가 있습니다. 책의 배경이 되는 마을 지도인데, 언급된 도서관이라던가 놀이공원 등이 어디에 있는 지 표시해 놓은 상태라서 뭔가 책을 더 재미나고 실감나게 볼 수 있게 해 주려는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아래는 책의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니 원치 않으시면 여기까지만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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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대략 이렇게 구성됩니다.
한 남자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 자신의 이름으로 와 있는 소포를 뜯어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가 있습니다. 요즘은 잘 안 쓰는 그 카세트 테이프에는, 따돌림을 당해서 죽은 여자 아이의 육성이 녹음돼 있습니다.
죽기 전에 자신이 왜 자살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은 테이프를 녹음해서 그 당사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우편으로 보낸 겁니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이유 중의 첫 번째 당사자가 아마도 다 들은 뒤에 그 다음 사람에게, 그리고 그 다음 사람에게 보낸 겁니다.
집 주차장에는 오래 전에 쓰던 카세트가 있고 거기에 넣어서 하나씩 듣는 내용이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다 듣고 난 뒤, 남자 아이는 너무 슬프고 안타까와서 절규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같이 눈물이 핑 돌았던 책입니다.
작가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그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것에서 착안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발상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다른 동네에서 전학을 와서,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둘 다 있었는데, 뭔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 겁니다. 그렇게 되기까지가 나름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나와 있습니다. 이 책 분량을 보면 그렇게 드라마가 길게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안 드는 것 보면, 드라마화 되면서 뭔가 내용이 더 풍성해 졌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나면 한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번역본도 있습니다. 번역본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제목은 영어로는 원작과 같은 'Thirteen reasons why'이지만, 소설 번역본과 한글 번역 제목은 동일하게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고 돼 있지만, 원작의 제목인 'Thirteen reasons why'가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훨씬 세련되고 책 내용을 잘 나타내 주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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