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나오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이 책은 읽는 순서가 밀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마침내 읽었습니다. 의인화 돼 있어서 그런지, 별로 동물 나오는 것 치고는 그냥 재미나게 읽히는 책이었고, 200페이지대의 책이라서 크게 부담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한 챕터도 그다지 길지 않아서, 읽는 숨이 길지 않으신 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사람이 아니고 Rats 와 field mouse가 주인공이라서, 어려울 성 싶은 표현들도 다 쉬운 단어들로 돼 있어서, 초급이신 분들 읽기에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제가 졸업한 대학, 저희 과에서는 특정 실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조를 짜서, 일명 ‘쥐방’을 청소해야 했습니다. 쥐방은 쥐가 들어가 있는 투명한 통을 말합니다. 한 학기인가 1년인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쥐를 쓰는 실험을 하는 실험실의 교수님 실험 수업을 들을 때,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쥐방을 청소했습니다.
그때 실험실 쥐는 rat와 mouse가 있어서, 나름 개념이 좀 잡혔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다 ‘쥐’일 뿐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이 책을 읽는 데에 도움이 됐습니다.
rat는 큰 쥐입니다. 어지간한 아기 고양이나, 강아지만할 것 같습니다. mouse는 작은 생쥐입니다. mouse는 여러 마리를 한데 키웠던 걸로 기억나고, rat는 여러 마리가 같이 들어가 있어도, 많이 여러 마리가 들어가 있지 않고, 혼자 있는 것들도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rat는 크니까, 실험실에서 쓰는 통에 여러 마리가 들어가 있기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mouse가 작아서 귀여워 보이지만, 얘들은 활발하기도 하려니와 성격이 워낙 드세서, 쥐방 청소하는 사람 손이나 팔을 물기 일수입니다. 그래서 절대 안 귀엽습니다. (물려보면 귀엽다 소리 안 나옵니다. 아무리 고무장갑을 껴도 아픈 건 똑같거든요.) 반면에 rat는 점잖습니다. 청소 하는데, 조심해서 다뤄 주기만 하면 얌전하게 있습니다.
단, rat는 그냥 무겁습니다. 실수로 떨어뜨릴까 봐 겁날 지경이었습니다. 보통 청소하면서 쥐들을 옮길 때는 몸통을 잡는 게 아니고 꼬리를 잡아서 옮기거든요. 아무래도 몸통을 잡는 건 더 힘들었을 수도 있고, 아마 쥐들도 더 자극이 됐을 겁니다.
이 책에서 Mrs Frisby는 field mouse, 그러니까 들쥐로 나오니까, 실험용 mouse랑은 다를 수는 있고, rat도 시장 바닥에서 살던 것들이니까, 실험용과 다를 수 있겠지만, 그 크기 면에서는 비슷할 수 있겠다 싶어는데, 정말 그랬기 때문에 책을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책의 원래 대략적인 줄거리를 적어놓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스포일러가 심해서, 안 읽으시는 분들께서 읽으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살포시 지우고 지금 다시 씁니다. 되도록이면 스포일러는 줄이려 하지만 내용이 그래도 들어가는 부분이 약간 있습니다.
아픈 아이를 염려하는 엄마인 Mrs. Frisby가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죽은 남편의 출신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아주 똑똑한 rat(큰 쥐)들과 위험한 일을 감행하다가 그만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그렇지만, 그녀 역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아이들과 rat들을 안전하게 이사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나름 평범한 들쥐인 Mrs. Frisby의 모성애와 천재적인 rat들의 지적이고 현대적인 것이 단순한 쥐들 같이 느껴지지 않고 사람보다 더 사람같이 느껴져서 그냥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1972년에 뉴베리 상을 탄 책이라고 알고 있는데, 절대 책이 그렇게 오래 된 책 같지가 않고 발상이 신선하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고, 괜찮은 책이었다 싶었습니다. 결말은 뉴베리 상 탄 책들 답게 나름 해피엔딩입니다. 240페이지의 책이라지만 약간 그림도 있었고 글발이 그다지 많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큰 부담 없이 한 번 도전해 보셔도 괜찮은 영어 원서였습니다. 이 책이 굿리즈에서 보면 young adult(청소년) 책으로 분류돼 있는데,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아마존에서는 그냥 children's classic literature(어린이 고전 문학)으로 구분돼 있는데,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자극적인 표현이나 소재가 없어 보였거든요.
그냥 뉴베리 상 수상작이라고만 알고 읽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보니까 뉴베리상 뿐만 아니라, 루이스 캐롤 상(Lewis Carroll shelf Award 1972), 매사추세스 어린이 책 상(Massachusetts Children's book award 1978) 북서 태평양 도서관 관련 청소년 문학상(Pacific Northwest library association young reader's choice award 1974), 윌리엄 앨런 화이트 어린이 책 상(William Allen White Children's book award 1974)을 탔고, 그밖에도 많은 상들에 후보로 거론됐던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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