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이 책, ‘Martian(마션)’을 읽기 직전에 어떤 책들을 읽었을까요?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
The Handmaid’s Tale(시녀 이야기)
Last ape standing(사람의 아버지)
The Blind Watchmaker(눈 먼 시계공)
을 읽었습니다.
진화론 책 세 권에, 문학적 가치가 높아서 읽기가 힘든 ‘The Handmaid’s Tale(시녀 이야기)’까지 연달아 심각하거나 학술적인 책만 원서를 내달아 읽은 겁니다. 그리고 그 당시 곧 영화화 될 예정이라서 국내외에서 베스트셀러였던 ‘Matian(마션)’을 읽기로 하면서, 얼마나 가벼운 마음이었던지요. 물론, ‘Matian(마션)’이 제게 ‘The Handmaid’s Tale(시녀 이야기)’ 같이 읽으면서 우울하고 읽기에도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Martian’은, 스포일러 싫어한다고 박박 우기면서 어떤 설정인가 제대로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읽어도 내용이 안 들어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첫 챕터만 두 번 읽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는 쉽게 잘 읽히려니, 즐거운 리딩이 되려니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겁니다. 그래도 첫 챕터를 두 번 읽고 난 뒤에는 계속 잘 읽힐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보통 다른 책들은 앞부분에서 속도가 안 나다가 뒤로 갈수록 일사천리로 읽히는 편인데, 이건 뒤로 가도 가도 또 가도 읽는 데에 도저히 속도가 붙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화성탐사 및 화성에서의 생존을 하기 위해서,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가 계속 들이대는 과학적 지식과, 기계를 어디다가 갖다 붙였다가 뗐다가 하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부분만 오면 머리가 맹해지면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잘 짜여진 이야기 틀 안에서, 구석 구석 과학적 지식도 전문적인 것을 잘 오려다 붙혀서 아주 손색없는 한 편의 대하 드라마를 짜낸 것 같습니다. 작가의 과학적 지식에 탄복하기도 하고, 군데 군데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대사 처리가 양념같고 감초 같습니다. 아무래도, 영화화 된다면, 원작 소설의 맛은 다 살리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들을 비슷하게 재연하려고 했을 테니 꼭 보러 가야지 싶었습니다.
저같이 뭔 설명을 자세히 해도 그림이 안 그려지는 독자를 위해서,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판이 나와줬으면 싶은데, 영화도 뜨고 소설도 뜬, 이 마당에야 곧 마션 일러스트레이션 판이 나와서, 중간 중간 마크 위트니가 개조한 로버(Rover:‘방랑자’ 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책 속에서 타고 다니는 차량을 말합니다.)나, 패쓰파인터(Pathfinder:‘길잡이’라는 뜻인데, 탐사선을 말합니다.)의 그림이 곁들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해가 훨씬 더 쉬울텐데 싶어서요.
두께는 약 384쪽입니다. 판형에 따라서, 387책 페이지라고도 나오는데 뭐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384쪽 내지는 387쪽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길이에 비해서 챕터는 26개로 구성돼 있어서, 한 챕터가 많이 긴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챕터 내에서도 ‘log entry’라고 하면서 일지가 또 나뉘어서 쓰여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주인공인 마크 위트니가 적은 일지 말고도, 화성에서의 일을 3인칭 시점에서 서술해 놓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지구에서의 일도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해 나가면서 장면 전환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호흡으로 읽어내기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책 두께나 챕터 길이를 생각했을 때, 챕터북 읽다가 바로 읽겠다고 하기에는 좀 난이도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300쪽짜리 소설책을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읽겠다 싶은 수준이시면 이 책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나름대로 폭과 높이가 크달까, 하여튼 이야기가 한 사람이 화성에 남겨진 이야기를 그린 것 치고는 장대하게 이야기가 펼쳐져 나가기 때문에, 읽다 말다 하면 저처럼 헤매게 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잘게 쪼개져 있어서 읽다가 다른 거 하다가 읽다가 하기가 좀 편한 책이었습니다.
전반적인 이 작품의 특성을 말하자면, 보통 화성판 ‘라이언일병 구하기’라고들 많이들 서평이나 영화평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영화를 안 봐서 모르지만, 라이언 일병 하나 구하려고, 엄청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는 이야긴가 보다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화성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라고 말한다면 뭔가 모자르고 부족합니다. 거기에 ‘로빈슨 크루소’가 포함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 로빈슨 크루소는 나름대로 풍부한 산소와 물, 잡아먹을 동물들도 많고 집 지을 나무도 많은 지구입니다. 그런 자원이 부족한 화성에서 생존해야 했던 마크 와트니에 비해서 엄청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한 셈입니다.
게다가 로빈슨 크루소는 나중에 프라이데이라는 인물까지 동반자로 둡니다. 마크 와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남겨져, 사소한 사고에도 생명이 위중한 상황에 처하게 돼서 생존 자체가 눈물겹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누구든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눈물겹고 때로는 황당한 사고에 처하게 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도 이상하게 공상과학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다가 성공한 사람의 일대기를 읽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읽고 나도 좀 그렇습니다.
주인공인 마크를 구하려고 하는 데에 있어서, 나사 내부에서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이야기들이 실제 나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리얼하게 묘사돼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썼나 실제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는 그냥 상상에 의한 것이라고만 합니다.
비록 우리가 화성에 있지는 않지만, 때로는 화성같이 외떨어져 있어서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곳에 낙오돼서 힘겹게 생존을 위해서 홀로 싸우고 있다는 느낌 들 때가 있지 않나요? 이 책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읽으면서 편하지는 않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 번역본이 나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면 종이책은 절판됐고 이북이나 오디오북으로만 번역본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엉뚱하게도 쿠팡에서는 아직 한글 번역판을 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서로 읽어봤을 때 너무 재미나게 읽어서, 종이책도 오래 갈 줄 알았는데 이젠 종이책으로 된 한글 번역판은 쿠팡에서 새 책을 사거나, 중고서적이나 도서관을 이용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 주인공 성격에 맞는 욕과 농담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맛깔나게 번역하기가 좀 버거워서 종이책이 구하기 좀 힘들게 됐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본래 이 책은 작가가 개인 블로그에 재미로 올렸던 책이라고 합니다. 그때도 인기가 좋아서, 블로그에 들어가서 올린 글을 하나하나 보는 형식이라서 독자들이 이북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이북으로 만들어서 무료배포했었는데, 그것도 일일 트래픽 한도를 초과해서 다운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구요. 결국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작가는 아마존에 이북을 출간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결국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출판사를 통해서 정식으로 출간됐고, 그 이후에 영화화 하기에까지 이르렀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영화를 저도 봤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성격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고, 소설에 주요 장면들을 잘 그려내고 있었지만, 144분에 담아내기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뭔가 책보다는 모자르다 싶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너무 과학적인 사실에 맞춰서 쓰다 보니 이야기가 전개가 안 돼서 작가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들이 조금 존재한다고는 합니다. 그 중의 하나는 화성에 공기가 희박해서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그 바람에 사람이 날라갈 수가 없는데 날아간 거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한국계인 사람도 등장하는데, 영화화 되면서는 한국계가 아닌 사람으로 바뀐다거나, 그런 식으로 제작자의 인종차별적인 시각 내지는 이권의 영향으로 인종이 바뀌어서 캐스팅 된 경우가 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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