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챕터북인 ‘Ramona Quimby’ 시리즈를 다 읽은 뒤에, 뭔가 어렵지 않으면서 신나고 재미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읽으려고 원래 계획했던 책들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원서 읽기 카페에서 사람들이 참 많이 읽었던 책이기도 하고, 어떤 분이 읽으시는 것 같은 책 한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재밌으니까 많이들 읽는 거 아니겠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찾아보니, 챕터도 좀 많은 듯하고, 앞부분 조금 읽어보니 문장이나 단어도 많이 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 이 책이야! 하고 읽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읽었던 책이 바로 이 책, ‘The Seven Husbands of Evelyn Hugo(에벌린 휴고의 일곱 남편들)’입니다.
제목만 보면 Evelyn Hugo(에벌린 휴고)라는 여자의 남자 편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제목이 그렇게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그리고 실상 나름 좀 자극적인 책이긴 합니다. 주인공의 인생 역정을 보여주는 책인데, 구성이 약간 독특합니다. 일종의 액자식 구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았던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그런데 남편이 일곱명이나 있어야 할 것 같으면, 엄청 바람기 있는 여자임에 틀림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정작 그런 건 덜하다고 보셔야 할 겁니다. 일곱 남편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나름 생존의 수단이라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이 책, 양성애와 동성애 코드를 집어넣어놨는데, 솔직히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건지, 저는 성적 소수자가 주변에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툭하면 동성애와 양성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결정적인 순간에, 작가가 쓰는 코드가 동성애, 양성애인 겁니다. 물론, 뭐 끼리 끼리 모이는 거라면야 어쩔 수 없지만요. 성소수자 나오는 거 싫으신 분들은 안 읽으시는 게 좋을까 싶기도 하고, 이게 어차피 소설이니까 상관없지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의 서사구조는 굉장히 대담하고 스릴러 넘치고 기발합니다. 주인공의 성격도 그렇고 삶 자체가 선이 굵고 담대한 편이라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부지런한 사람이라서, 독자도 읽다 보면 쉴 틈 없이 바빠져서 언제 책이 끝났나 모르게 너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헐리웃 스타의 삶을 사는 주인공이라서, 삶도 화려해서 읽는 맛이 더 나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결국 내면의 삶은 거짓 투성이인 것 같은 스타의 일생을 Evelyn을 통해서 나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두께는 400쪽짜리입니다. 약간 두껍다 싶은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챕터의 개수는 무려 69개입니다. 같은 두께의 책들에 비해서 좀 많은 편입니다. 챕터가 너무 짧은 것도 있고, 약간 길다 싶은 것도 있었지만 특별히 많이 긴 건 없었습니다. 중간에 잡지에서 헐리웃 배우들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기사 같은 게 삽입된 형식의 챕터도 있는데, 그런 챕터는 말도 안 되게 짧습니다.
길다 싶은 챕터는 좀 길어서, 챕터북의 한 챕터 수준으로 읽는 것에 익숙하신 분이나, 읽는 숨이 많이 짧은 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이 두께의 책에 비해서는 길다 싶은 챕터도 많이 안 긴 편이라서, 약간만 참고 읽어주시면 극복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 내용도 재미나서 쉽게 극복되지 싶습니다.
이 책, 읽으면서 의상이나 모자, 구두 등 패션 관련된 단어나, 고급 술 이름들이 낯설어서 힘들었습니다. 그냥 우리나라 말로는 모자, 드레스, 정장, 구두 그 정도의 단어면 다 통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이름들이 영어 단어로는 그렇게도 다양한지요. 술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술보다는 배우라서 의상이나 구두 쪽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이런 패션 관련된 용어에 익숙하신 분은 더 빨리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한글 번역판이 나와 있습니다. 한글번역판은 무려 544쪽이나 됩니다. 보통 번역하다 보면 책이 좀 길어지는 편이긴 한데, 이건 좀 많이 길어졌네 싶습니다. 원서가 2017년 6월 13일에 초판이 출간됐다고 하는데, 한글 번역판은 2023년에 나왔으니, 나온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아마도 한글 번역판이 나왔나 싶기도 합니다. 책이 워낙 재미나서 한글 번역판도 잘 팔리고 있는 것 같고, 영화도 기대가 됩니다.
아래는 제가 적어본 간단한 줄거리입니다. 스포일러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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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Evelyn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무관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랍니다. 어머니와 같이 헐리웃에 가서 배우가 돼서 부자로 살 거라는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깊이 간직하고 살던 Evelyn은,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해서, 결혼을 하면서 헐리웃으로 이사를 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서 배역을 따는 데에 이용합니다.
결국 그녀의 결혼들은 사랑 때문일 때도 있었지만, 배우로서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일종의 도구로서도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정작 자신의 사랑이었던 동성애 상대인 Celia(셀리아)와는 사이가 벌어지는 비극을 낳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여성과 남성 모두와 행복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딸도 낳았지만, Evelyn은 그 모든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져서, Vivante라는 잡지사의 기자인 Monique를 통해서 자신의 일생에 대한 전기를 써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진실되게 이야기 합니다. 그 과정에서 Monique는 자신이 안락사를 지지하는 모임에 대해서 썼던 기사 때문에도 Evelyn이 자신을 지목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또 있었음을 알게 되고 경악합니다. 그러나 하룻밤 진정하고 끝까지 Evelyn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끝까지 함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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