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이 보통 아주 재밌거나, 의미가 깊거나, 문학적 가치가 있거나, 지식을 많이 주거나, 혹은 삶에 유용하거나,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들을 읽으려고 하게 되는 거겠죠. 그렇게 해서 제가 2015년의 어느 날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The Handmaid`s tale(시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읽게 돼서 너무 후회스러웠습니다. 책이 재미가 없었냐, 문학적 가치가 없었냐, 생각할 꺼리를 주지 않았냐 하면, 모두 아닙니다. 작품 자체는 훌륭합니다. 그렇지만,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단어 자체도 좀 어렵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읽으면서 정말 우울해서 힘들었던 책으로 기억됩니다.
처음부터 뭔가 책의 분위기는 우울하게 시작합니다. 제가 늘 그러하듯이, 읽으려고 하면서도 이 책에 대해서 별로 거의 안 알아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책 안의 상황설정도 뭐가 뭔지, 도대체가 하나도 알지 못하고, 시골에서 갓 서울 상경한 촌놈같은 심정으로 읽어내려갔습니다.
때로는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같은 느낌처럼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자꾸 뭔가 읽으면서, 잘 모르는 단어도 은근히 많이 나와서 단어 찾다가 간과하는 부분도 많고요. 다행히도 이 책은, 다른 분이 열었던 북클럽으로 읽다 보니, 그나마 다른 분들 읽고 그날 그날 읽은 기록을 남기신 거 보면서, 내가 읽은 내용에 빠졌던 게, 뭐가 더 들어갔나 그렇게 내용 주워담으면서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읽지 않아서 나중에는 책 전반에 걸친 큰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닌 책이었습니다. 책 전반적인 분위기도 시종일관 어둡다 못해 깜깜하다 싶은 느낌까지 들었던 책이라서, 읽는 내내 그다지 즐겁게 읽은 책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기분전환용으로는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말해서 이 책의 문체가 나쁜 게 아니라 문체는 좋습니다. 단지 내가 싫어하는 문체라는 겁니다. 어두운 분위기며, 주인공이야 원래 소심하고 체제순응적인 사람이라서 나름대로 그렇게 사나보다 하면서 한숨이나 쉬고 그랬습니다.
다른 디스토피안 소설들은 읽으면서, 나름 환타지나 SF로 느껴지면서 등장인물에 몰입해서 읽게는 안 되는데, 이 소설은 읽으면서 괜히 내가 당하는 일인양 가슴 아파 하면서 읽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를 다룬, ‘Thousand Splendid Suns’랑 중첩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Thousand Splendid Suns’나 ‘Kite Runner’를 읽어보면 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보면,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개방적인 문화였으나 결국 내전 후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집권함으로써 굉장히 폐쇄적이고 극단적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도 어떤 거대한 사회적인 변화 뒤에 그와 유사한 일이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 상황이 너무 갑갑하고 답답했습니다. 정말 책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들었습니다.
스릴이 있다거나 엄청난 음모나 그런 이야기 없이 나름 ‘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뭔가 파격적인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잘 그려내면서 전체적인 이야기들을 유기적으로 잘 엮어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 이야기 전개는 별다른 군더더기 없고, 문체도 그런 깔끔하고 이 이야기에 맞는 군더더기 없으면서 유려한 문체입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특성 상 박진감은 기대할 만한 건 못됩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85년이라고 합니다. 그후로 디스토피아 소설로서는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두께는 제가 읽은 게 314쪽 짜리입니다. 판형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약간씩 페이지수가 오락가락 하긴 하는데, 대략 311페이지에서 325페이지 정도로 나옵니다. 글발이 좀 있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힘들어서 실제 쪽수보다 좀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챕터의 개수는 46개인데, 내용이나 시기에 맞춰서 크게 챕터를 묶어 놓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쇼핑’이라거나, ‘밤’ 이런 식의 제목으로 묶입니다. 한 챕터의 길이는 짧은 편이라서 읽는 숨이 짧거나 시간이 없거나 어느 경우든 끊어 읽기 괜찮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긴 챕터가 있는 느낌은 없었고, 그래서 잘 안 맞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나름 재미나게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식으로 서술을 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은 구성입니다. 상황설정도 디스토피아 소설 특성상, 이해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챕터는 짧지만 초급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상급의 소설이냐 그건 아니고, 완전 챕터북 읽다가 뉴베리 쉬운 거 읽는 수준에서 도전하시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이 책, 오래 된 스테디 셀러이니 만치 한글 번역판은 당연히 있는데요. 원서가 판형이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는 만큼, 한글 번역판도 시간이 지날 때마다 역자가 바뀌거나, 그냥 소설만 있던 게 그래픽 노블도 나온다거나, 표지를 갈아버리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로 기획해서 변신하듯이 많이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새 책, 헌 책 다 구하기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다 나와 있는 책인데요. 영화는 1990년도에 나왔었다고 하는데, 포스터를 보면 좀 책이랑 분위기가 달라보여서 영화화 되면서 많이 이야기가 바뀌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는 2017년에 시즌1이 완결된 이래로, 해마다 시즌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나오다가, 이제 시즌 6이 마지막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드라마가 사진만 보면 원작하고 분위기가 좀 비슷하다 싶습니다.
아래는 책 줄거리가 섞인 이야기라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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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레드 센터라는 곳에서 감금된 채로 집단으로 교육을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나’로 나오는 주인공이 서술하는 것을 따라 가면,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오락가락 하면서 서사구조가 완성됩니다. ‘나’의 엄마는 여성해방운동가였고, 남편인 Luke(루크)는 부엌에서 요리도 잘 해 주는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어린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체제가 뒤집어졌고, 달라진 환경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Luke(루크)가 가짜 여권을 만들어서 온가족이 국경을 넘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실패하고 맙니다. 남편과 딸이 죽었나 살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레드 센터에서 Handmaid(시녀?) 교육을 받습니다. 대학 때 친구인 모이라(Moira)도 거기서 만나는데, 모이라는 계속 탈출을 시도하다가 벌을 받기도 하지만, ‘나’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교육을 끝까지 받습니다.
결국 ‘나’는 남편이 높은 자리에 있지만, 그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한 가정에 가서 아이를 낳아줘야 하는 역할을 하는 Handmaid(시녀)로 배치받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구절로, 본부인이 아이를 못 낳아서 자신의 시녀에게 아기를 가지게 해서 그 아기를 자기 아이인양 대를 잇게 하겠다는 표현이 자주 책 안에서 인용됩니다.
그 구절에 따라서 ‘나’는 이런 위치에 처하게 된 겁니다. ‘나’는 본래 남편과는 애정이 없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애정이 생깁니다. 한편, 남편 밑에서 일하는 닉과도 사랑이 싹트고, 옆집 시녀와 친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옆집 시녀를 통해서 이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세력에 의해서 구출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하여튼, 그렇게 끝나지만 다 읽고도 어딘가 찜찜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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