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읽었나 하고 찾아봤더니, 2015년에 읽었네요. 이 책을 산 게, 2014년 말이었습니다. 그때 할인한다고 하면, 하도 책을 정신 없이 사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왜 샀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원서 읽기 카페에 검색해 보니 누군가 추천해 주셔서 샀더라구요. (누가 추천해 주셨나 찾아보려고 한 건 아니고, 혹 읽으신 분들 서평이나 사신 분들이 주변에 있나 그런 걸 보고 싶었습니다. 읽기 시작하면서 좀 뭔가 어렵게 느껴져서도 딴짓하듯이 찾아본 겁니다.) 그런데, 참 잘 산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흑인들의 사투리가 많이 나와서 좀 어렵긴 했지만, 이미 ‘허클베리핀의 모험 (The adventure of Huckleberry Finn)’ 에서 짐이 하는 사투리를 많이 읽으면서 머리 깨지는 것 같은 걸 좀 겪어봐서 그런지, 그런대로 읽을만 했습니다. 북클럽에서 읽은 게 아니라, 혼자서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에 얼마나 읽을지 진도를 잡아봤더랬습니다. 나름대로 다른 쉬운 책 읽었던 것처럼 페이지수를 많이씩 읽는 것으로 진도를 그렇게 빼놓고 진도 못 맞춰서 허덕이면서 원래 일정보다는 늦게 읽었습니다.
표지랑 책 내용이랑 크게 상관은 없는 것도 같고, 개인적으로 그다지 이 책 표지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책 내용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책에 대한 내용을 몰라야 책이 재밌는 것 같아서 자세히 서평들은 읽어보거나 하지 않아서, 이 책이 제가 읽기에 좀 버거운 책일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고생 고생 하면서 읽어보니, 전반적으로 읽고 생각할 거리를 좀 던져준 책이었습니다.
다른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이유는, 단지 266페이지라는 얇은 두께 때문에 빨리 한권 더 읽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 얄팍한 계산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흑인들의 사투리를 읽어내기가 힘들었고 생각할 거리가 약간 있는 책들은 진도가 잘 안 나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다른 책들보다 읽어내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흑인들 사투리가 나오는 책은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지만, ‘톰소여의 모험(The Adventure of Tom Sawyer)’과 ‘허클베리핀(The Adventure of Huckleberry Finn)’의 모험,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경험 상으로 보자면 눈으로 보고 어떤 단어가 이런 사투리가 됐을까 생각하지 말고 되는대로 입으로 읽어보면 갑자기 그게 원래는 어떤 단어였겠다는 게 좀 느껴진다는 겁니다.
‘kin’은 ‘can’인 경우가 많았고, ‘a’대신에 ‘uh’였나... 하여튼 그런 식으로 뭔가 발음은 비슷한데 스펠링이 전혀 낯설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입으로 읽어보는 방식으로 흑인 사투리들을 극복해 나가면서 읽었습니다. 입으로 읽어야 됐던 건, ‘Flowers for Algernon(앨저넌에게 꽃을)’과 비슷했습니다.
그 책도 앞부분과 뒷부분에서 스펠링을 이상하게 써 놓은 단어들을 알아보려면 입으로 소리내서 읽어야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을 포함해서 흑인 사투리가 나오거나, 깨진 영어가 나오는 책들은 도서관이나 너무 조용히 해야 되는 데에서는 못 읽을 것 같습니다.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소리 내서 읽을 수가 없으니까요.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이 책은, 흑인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여류작가의 책이라고 합니다. 잘 팔리다가, 한 30년 동안 출판되지도 않고 사장된 책이었다가 ‘Alice Walker(앨리스 워커)’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힘을 모아서 다시 출판됐고, 재출판 되면서 처음 출판된 때보다 더 잘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흑인 문학의 경우, 백인들이 흑인에 대해서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 흑인이 반응을 하는 식으로 씌여졌다면, 이 책은 인종적이고 정치적인 색채를 과감히 무시하고 흑인 자체에 대해서, 그것도 흑인 여성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놓고 쓰여져서 더욱 더 독보적인 책이라고 합니다. 페이지수가 적고 해서, 어떤 대하소설이나 대하 드라마같은 그런 큰 스케일이 없이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나름 재미나고 감동적이고 생각을 하게 했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읽으셔도 후회는 없지만, 큰 기대를 하고 읽으면 조금 실망하겠다 싶은 책입니다. 1.99달러일 때 사서 할인 지금 사려면 14.99달러라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나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 이용하실 수 있다면 그냥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읽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대충 266쪽 정도의 그다지 두껍지 않은 소설책입니다. 이북으로 읽어서 종이책은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종이책 구하기도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챕터 개수는 20개 정도로, 한 챕터가 그다지 긴 편은 아닙니다. 챕터 개수랑 책 페이지수만 보면, 초급이신 분들이 도전하기 좋겠다 싶지만, 앞서서 말씀드렸다시피 흑인 사투리 어려워서 영어가 좀 더 익숙해진 다음에, 읽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무모한 도전으로 읽은 책이 의외로 또 잘 맞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누가 추천해 주시기까지 이 책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몰랐지만, 이 책이 나름 고전이라서 원서 버전도 여러 가지로 나와 있어서 표지도 다양하게 있고, 한글 번역판 책도 당연히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고 서평과 줄거리를 엄청 많이 방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도 새 책을 살 수가 있고, 헌책도 좀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원서든, 한글 번역서든 둘 다요. 굿리즈(Goodread : 서평사이트)의 원서에 대한 서평도, 한글 번역본에 대한 국내 서평도 둘 다 점수가 높은 편입니다. 훌륭한 작품성은 번역을 해도 다 느껴지니까요. 영화가 나와 있는 줄 몰랐는데, 이 글 정리하다가 있구나 하고 알게 됐습니다. 2005년에 TV 방영용 영화로 나왔었다고 합니다. 책이 흥미로와서 영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약간 스포일러를 약하게 하자면, 한 흑인 여성의 일대기이고 그 과정에서 결혼을 세 번 한다는 겁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여성인데, 타고난 시기가 아주 오래 전입니다. 있는 자리에 그냥 안주하는 성격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용기를 가진 여성인데, 뭔가 읽으면서 저는 사뭇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용감하지 못해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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