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때로는 계획했던 대로 일이 잘 안 풀리고, 이제 막다른 벽에 다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도저히 이 길 말고는 내가 갈 수 있는 길이라고는 아무 길도 없고, 내가 되길 바라는 나의 미래상은 바로 이것이고, 그러려면 다른 길은 절대 없는데, 그 길이 꽉 막혀 버려서 절망하게 됐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럴 때 보면 괜찮은 책이 바로 이 책, ‘The door in the wall’입니다. 제목을 번역하자면 ‘벽 속의 문’ 이랄까요.
표지 그림을 보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전 표지 보고 중세쯤의 이야기라고는 지레 짐작했습니다. 중세하면, 마녀가 나오고 뭔가 환타지스런 무언가가 나올 줄 알고 봤습니다. 제목이 이 책의 주제라는 건 조금 읽으면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벽 속의 문이라는 제목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중세니까 어떤 드라마틱한 환타지가 펼쳐질까요? 환타지 기대하셨다면, 이 책은 아닙니다.
결말이 해피 엔딩인 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다 읽고 나니, 마음이 가볍고 시원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과정도, 그다지 너무 힘들거나 괴롭지 않고 그냥 적당하게 난관을 극복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말미에 있는 서평에서는, 작가가 중세를 리얼하게 묘사해 냈다고 합니다.
그것은 전 잘 모르겠지만, 나름 자연스럽게 중세를 그려낸 것은 사실입니다. 박진감이 넘친달까, 엄청 흥분되고 대단한 일은 없습니다. 약간의 모험이 그려지지만 대체로 잔잔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굿리즈 기준으로 봤을 때 128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챕터가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앞 쪽의 챕터가 약간 짧은 편이고, 뒤에 두 챕터가 좀 길게 느껴졌습니다. 아주 초급이신 분들이 읽기에는 약간 읽는 숨이 긴 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길거나 복잡하지는 않습니다만, 중세라는 배경 탓인지 단어가 좀 어려운 게 나왔던 책입니다.
게다가 ‘thee’, ‘thou’ 같은 고어체의 단어나 문장이 좀 나옵니다. 전 이미 고어체가 나오는 책을 아주 조금이지만 읽어봐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자주 안 읽으신 분들은 무척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않았던 책이지만, 전반적으로 재밌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고로, 초급이신 분들이 약간 어렵다 싶은 책 찾고 있으시다면 괜찮을 책입니다.
1949년 1월 1일에 초판이 처음 출간된 책으로, 그 이듬해인 1950년에 뉴베리 금상을 탔습니다. 어지간한 뉴베리 수상작들이 본상 수상한 금딱지 책이든, 최종심 후보에까지 오른 은딱지 책이든 보통 번역된 것이 많은데, 이 책은 한글 번역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좀 특이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책은 나름 재밌긴 한데, 아무래도 박진감이 좀 떨어져서 출판사에서 번역을 안 하나 싶긴 합니다. 아이들보다는 엄마들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이긴 합니다. 엄마들이 좋아서 사주긴 할 것 같은데 왜 번역본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약하게 스포일러를 하자면, 이 책은 이런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로빈은, 자신의 앞날이 정해져 있는 귀족 가문의 자제입니다. 그러나, 그가 살고 있는 런던에 전염병이 창궐하고, 갑작스럽게 부모와 떨어지게 된 데다가 원인모를 병이 나서 침대에서 꼼짝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결국 엄청 심술궂은 상태가 되어서, 돌봐주는 부인을 못살게 굴게도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그 부인도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그가 마법같이 나타난 수사의 도움으로 몸의 병과 부모와 떨어져 있는 환경을 극복하고 멋지게 재기에 성공하는 성장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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