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굿리즈에서 읽으라고 추천이 돼 있어서도 읽고 싶었지만, 이 책이 끌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책의 표지였습니다. 저 토끼가 방방 뛰는 것 같은 표지를 보면,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나도 같이 방방 뛰는 기분이 들 것만 같고, 읽으면서도 신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토끼라 함은 우리나라의 토끼전에서부터 서양의 피터 래빗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늦었다고 회중시계 꺼내 보면서 뛰어다니는 흰토끼까지 동화 속의 하나의 어떤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언젠가는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결국 읽었습니다. 하지만, 읽고 난 뒤의 느낌은 글쎄요. 나쁘진 않았지만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저랑 잘 맞지 않는 책인 것 같네요.
도입부에서부터 토끼들을 비롯한 텃밭의 온갖 동물들은 사람처럼 많이 말을 합니다. 앞서서 읽었던 ‘Doctor Dolittle’ series에서도 동물들이 많이 말을 하긴 하는데, 이상하게 말을 하고 하는 행동 모든 것이 다 사람과 닮아 있는 것이, 이 책에서는 자연스럽다거나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래저래 추운 겨울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며 텃밭에 음식이 없어서 힘들었다는 신파조의 이야기도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묘사가 안 되거나 잘못 된 건 아니었는데, 뭔가 다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앞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반부 넘어가서 나타난 사람들에 대한 것도 별로 현실적으로 다가오질 않았습니다.
그냥 환타지랄까 마법의 세계랄까 그렇게 상상해도 좋을 것 같은데, 상상이 그렇게 안 되고 모든 것이 억지로 만든 것 같다는 편견이 처음에 들어서 몰입을 못하고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동물들한테 환상적으로 잘 해 주는 것을 봐도 팔짱 끼고 ‘칫!’ 하게 되는 게, 아무래도 제 성격이 나빠서 그런가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막판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표지에 나오는 것과 같은 장면이 나왔을 때에는 비로소 뭔가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으로 가는 내내 별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무래도 동물을 키워보거나, 각별히 동물들을 좋아하거나 한 이력이 없는 저한테는 잘 맞지 않는 책이었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건 어린이용 도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릴 때 봤다면 너무 재미나게 봤을 내용을 너무 큰 어른이 돼서 봤기에, 뭔가 유치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진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 나이 들어서 보기에는 흥미를 유발하기 힘들겠다 싶습니다. 물론,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서사구조가 빤하달까 그렇기 때문에 초급이신 분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뭔가 재미가 있는 책일수록 서사구조가 복잡하다거나, 과거와 미래가 혼재돼 있거나, 혹은 빗대서 말하고 있거나,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게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그런 미묘한 뉘앙스를 읽어내지 못했을 때는, 난해하고 답답하고 힘들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과 같은 책들은 그런 게 적어서 차라리 초급일 때는 읽어내기가 편할 수 있고, 그래서 이 책은 초급용인 것 같습니다.
판형에 따라서 200페이지라고 나오는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128페이지 정도
의 얇은 책입니다. 챕터의 개수는 12챕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 자체가 얇아서 한 챕터가 긴 건 아니지만, 아주 초급이신 분들한테는 좀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챕터북에 비해서는 은근 글자가 좀 빡빡하게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글밥이 적은 책만 읽으셨다면, 좀 길게 느끼실 테지만, 그래도 많이 길지는 않습니다. 중간에 동물들의 성격들을 묘사하려고 쓰인 사투리들이 적지 않게 나와서, 이 역시 아주 초급이신 분들은 불편하실 수가 있는데, 그 외에는 책 조금 읽어봤다 싶으신 분들은 어렵지 않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야산과 텃밭의 동물들의 삶과 복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의 도심에서만 자라고, 동물에는 문외한인 데다가 동물이란 내 관심 밖인 저한테 안 맞은 책이었을 뿐입니다.
영화나 한글 번역본이 있다면, 영어로 즐기시기 힘든 분들이 즐기기도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원서로 공부하시고 싶은 분들도 한글 번역본으로 먼저 보고 읽으시면 빠르게 영어 학습을 할 수가 있다는 게 정설인데, 아무래도 이야기가 단선적이고 서사구조가 약하다 보니 번역이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1944년에 초판 출간이 돼서, 그 이듬해인 1945년(우리나라 광복되던 해네요.)에 뉴베리 메달을 수상한 책이라서, 영어 책으로는 나름 스테디 셀러인 것 같습니다. 초급이신 분들, 이 책 도전해 보세요. 챕터북 좀 읽고 도전하시기 괜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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