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g)’를 한글로 본 지도 10년이 더 넘은 이야깁니다. 그 이후로 영어로 책을 읽다가 관심이 가기도 하고 할인도 하고 해서 이 책, ‘Outlier(아웃라이어)’를 산 건 2012년의 일입니다. 오랫동안 읽지는 않았지만 새하얀 표지와 이 책의 부제 ‘The story of success(성공의 이야기)’는 뭔가 삶에 많은 것이 목마르고 배고픈 저한테는 유혹적인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 항상 읽어야지 하다가 드디어 2016년에 읽었습니다.

‘티핑 포인트’를 나름대로 쉽고 재미나게 읽었던 지라, 이 책도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티핑 포인트를 읽을 때는 빨리 읽어야 된다는 강박증이 없이 그냥 읽었고, 천천히 읽으면서 곱씹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원서 읽기 카페에서 영어로 책을 읽으면서 빨리 읽어야 된다는 강박증이 생겼습니다.
그 때문인지, 어지간한 소설보다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무척 갑갑해 하면서 읽었습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읽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느리지만, 서둘러 봤자 내용만 안 들어오는데, 이 책은 자꾸 허겁지겁 빨리 읽으려는 생각 때문에 읽다가 앞 부분으로 가서 다시 보게 되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서도 급하게 읽으려고 해서도 그렇고, 워낙 잡다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은 들어오지만 세세한 이야기들이 마구 뒤죽박죽이 돼 버려서, 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을 한 건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이 책이 유명한 건,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쓴 책이기도 해서지만, 이 책에 나온 ‘만시간의 법칙’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는, 무언가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만시간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저도 다 읽고 느낀 점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결국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거요.
사춘기 시절에 소설을 쓴다고 설치면서는, 걸어가면서도 소설을 쓸 생각이었고, 자면서도 그 생각이었고, 깨서도 그 생각이었고, 때로는 꿈도 그걸 꾸는 듯했습니다. 물론, 책은 많이 읽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도 이게 글 쓰는 데에 소재가 될까 그 생각 때문에 더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밥 쑤셔먹고 살기도 버겁고, 애 쫓아다니면서 짬짬이 영어책이나 읽고 있고, 내 글을 쓴다는 건 그저 가끔 생각하는 망상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아마 사춘기 시절에 글 쓴다고 설치고 다닌 시간을 따진다면 충분히 만시간은 넘었을 겁니다.
그 만시간을 넘기고도 한계가 느껴지고 더 이상 아무 발전이 없을 것 같고, 백날 해 봤자 그 모양 그 꼴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마는 이제는 그렇게 만시간을 넘기도록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게는 없고, 가족들에게 떼어주고, 밥한다고 떼어서 써 버리고 남은 청소/정리할 시간에 안 하고 책 읽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은데, 이 짜투리 시간으로 난 뭘 하겠다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좀 들개 했던 책입니다. 나는 결국 포기해야 되는 인생인가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아, 그리고 제가 어린이였을 때 책을 한참 좋아했는데, 책 사면 집 지저분해진다고 책 안 사줬던 엄마가 더 많이 원망스럽게 느껴지게 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절에 책을 맘껏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배경을 깔아줬다면 내 인생의 빛깔이 참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도 해 줬던 책입니다.
하여튼, 엄청나게 머리가 좋을 필요가 없고, 머리는 적당히 좋으면 되고 그 이후에는 만시간을 넘겨서 엄청 노력해야 하고, 노력을 암만 해도 주변에서 도와주거나 시대를 잘 타고 나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주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인생 전반을 돌아보게 해 주고, 내 자식한테 어떤 환경을 제공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줬던 책이라서 사춘기 청소년들과 자녀들이 있는 부모님들한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
읽으면서 느낀 점도 있었고, 생각할 꺼리도 많았던 책입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좀 기분 나쁜 책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노력하면 되고, 내가 열심히만 하면 많은 게 달라질 수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이 그 사람들의 몫이라고 믿도록 교육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겁니다. 성공은 너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네가 속한 가정과 사회가 도와줄 때, 너도 그렇게 열심히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겁니다. 개천에서 용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고로, 개천에 사는 나는 용이 될 수가 없다는 뼈아픈 진실을 이야기 해 주는 이 책을 읽은 뒤에 그닥 상쾌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울해지고 “열심히 살아서 뭣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방황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현실을 자각하게 해 주고, 성공하지 못한 내 인생에 대해서도 결국 모든 게 내 잘못만은 아니라는 위로도 가능하게 해 준 책이기도 합니다.

책 두께는 판형에 따라서 309쪽에서 321쪽 정도의 페이지수를 보여줍니다. 2008년에 초판 출간된 이래로, 판형을 조금씩 달리해서 꾸준하게 출간돼서 팔리고있습니다. 챕터는 9개에다가 에필로그 있는 거니까 9개라고도 10개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챕터수가 9개 내지는 10개니까 한 챕터가 짧다고는 말 못합니다. 그래서, 초급이신 분들이 읽기에는 좀 힘들겠다 싶습니다.
그렇지만,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산재해 있는 책이라서, 챕터 중간이 짤막짤막한 이야기들로 잘리는 편이라서 끊어읽기가 과히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그만큼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생각하는 데에는 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초급용은 아닙니다. 아주 어려운 단어나 용어가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 긴 숨으로 읽으실 수 있는 분이면 읽기에 괜찮은, 많이 안 어려운 논픽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이 책이 나름 자기개발서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자못 이 책은 다른 자기개발서와는 이렇게 다른 결을 지니고 있는 특이한 책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나름 독보적인 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어 원서로도 스테디셀러지만, 한글번역서도 꽤 잘 나가는 책입니다. 그래서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잘 팔릴 뿐 아니라, 10년 기념판 에디션으로 다시 나와서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특별히 번역에 어려울 것 같은 부분도 많지 않아 보여서, 한글 번역본으로 보셔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은 책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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