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읽으려던 생각이 없다가, 이 책이 뉴베리 최종심까지 갔던 책이라고 해서 조금 관심이 갔습니다. 그러니까, 속칭 뉴베리 은상 내지는 은딱지 책이라고들 하는 책이죠. 그리고 많이들 읽는 것 같았던 2015년의 어느 날, 책 내용은 몰라야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으니까 싶어서 안 알아보고 그저 이 책이 뉴베리 은상 말고도 국제 도서상(National Book Award for Young People’s Literature, 2014)도 탔고 그 밖에 여러 상을 탔다는 사실을 찾아봤습니다. 한 마디로 상 많이 탔다니까 읽어야지 결심이 섰던 책이라는 말씀입니다.
먼저 읽으셨던 분들이 이 책에 대해서는 그냥 산문시라고들 이야기들을 해 주셨습니다. 읽어보니, 뭐 그 말씀도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가끔 운율이 있게 문장을 배열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은 그냥 산문이라고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챕터들은 작가가 직접 지은 시 한 수로 이루어져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시라는 느낌보다는 산문을 적당하게 배열해 놓은 것 같아 보일 뿐입니다. 보통 시라고 하면 느껴지는 운율이나 함축적인 내용 그런 것보다는 산문의 가벼움이 더 강하달까요. 이 책은 전체적으로 그냥 산문, 혹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고 봐도 됩니다.
에세이를 시처럼 배열해 놓았으니까, 이걸 굳이 시라고 우기자면 ‘산문시’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 파트(part : 부분)이 제목이 있고, 산문시들이 나오는 식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충 정리가 돼서 보입니다. 딱히 특정 주제나 소재가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롭게 그냥 작가가 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쓰여진 것으로 한 권의 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채롭기는 합니다.
읽어보면 내용이 나쁘지는 않은데, 원래 우리의 일상들이 다 그러하듯이 그냥 특별히 신난다거나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그런 거 안 나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엄청 중요해 보이는 철학이나 과학에 대해서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 책을 읽으니까, 약간 읽으면서 뭔가 덜 중요한 것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막 긴장하고 살다가 힘을 탁 놔 버렸을 때 느껴지는, 그런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 내용 괜찮았습니다. 세상에 용감하게 세상에 맞서며, 결코 천재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며 하루 하루 더 나은 삶을 향해서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그려져서 읽은 뒤에 우울해지기 보다는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책 두께는 337쪽입니다. 약간 두껍다 싶을 수도 있는데 특별히 와 두껍네 하는 게 아닌 일반적인 책 한 권 두께입니다. 책도 문고판으로 좀 작은 편이라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괜찮습니다. part(부분)가 다섯 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337페이지의 나름 두께감이 그래도 좀 있는 책이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니, 챕터로 치면 한 챕터 좀 길구나 그런 느낌 들 수 있는데, 그게 아닙니다.
다섯 개의 부분들이 각각 제목이 있는 산문시가 여러개 나오는 형태이기 때문에, 엄청 짤막한 여러 챕터들로 나뉘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산문이지만 약간 시처럼 나열돼 있는 형태라서 페이지 당 글발이 좀 적습니다. 그래서 한 쪽 한 쪽 넘기는데 잘 넘어갑니다. 단어나 문장도 크게 어렵거나 꼬아놓은 것 없습니다. 그래서 337쪽으로 좀 길어 보이지만, 초급이신 분들 챕터북 읽다가도 도전할 만 하다 싶습니다.
이 책이 한글 번역본이 있나 찾아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저는 못 찾겠습니다. 뉴베리 은상에 빛나고 기타 다른 상들도 많이 탔는데 왜 번역을 안 했을까 생각해 봤더니, 그럴만 합니다. 내용 괜찮고, 열심히 꾸준히 씩씩하게 살아야 겠다 교훈도 주는데 하나 부족한 게 있습니다. 박진감이나 스릴이나 긴박함이나 재미가 좀 덜합니다. 재미가 없냐 하면 그건 아니고, 좀 뭔가 신나는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번역을 했대도 많이 안 팔려서 품절이 났을 수 있고, 아예 출판사가 돈이 안 되는 책이라고 번역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상을 많이 타서인지, 제가 보기에도 그렇듯이 초급용 도서로 접근하기가 좋아서인지 원서는 외국에서든 국내에서든 원활하게 구할 수 있는 책입니다. 많이들 보나 봅니다.
아래는 이 책을 읽었던 2015년에 읽다가 적어놓은 책 내용입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되지만, 크게 읽는 데에 저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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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삶을 산문시 형태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작가는 유색인종입니다. 백인 사회에서 보기에 유색이라는 뜻으로 ‘Brown girl’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썼습니다. 작가는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거든요. 작가의 부모님은, 노예 해방 이후에도 차별 받는 사회 환경에 대해서 저항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들입니다.
작가의 부모님은 작가가 여자앤데 남자 이름으로 지으려고도 했다고 합니다. 하여튼 그런 이야기가 앞부분에 나옵니다. 읽어보면, 이런 저런 소소한 일상생활 이야기가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것처럼 계속 됩니다. 처음에는 들을 만 하긴 한데, 타령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뒤로 가면서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중간에 흑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것들도 나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교육에 대해서도 쓰고 있습니다. 특히나 할머니의 여호와의 증인으로서의 종교를 물려준 것 등에 대해서 나옵니다. 갑자기 생각해 보니, 이 여호와의 증인 부분 때문에 한글 번역판이 안 나왔나 생각도 드네요. 근데, 책에는 종교 이야기보다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이라서 그 부분이 크게 문제 된다는 생각은 못하고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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