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이 책을 살 때 언제 읽나 싶더니, 1년만인 2015년에 읽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나, 뭘로 보나 살 때부터 진화론에 대한 책인 줄 알고 샀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같은 2015년에) 큰 맘 먹고 열었던 북클럽으로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을 읽었습니다. 그 이후에, 읽기를 시작했던 ‘The Blind Watchmaker(눈 먼 시계공)’ 읽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하고 그 책보다 먼저 읽었습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Selfish gene’을 읽은 경험이 이 책을 읽는 데에는 좀 도움이 됐습니다. 앞부분에서 ‘The Selfish Gene’이 약간 인용이 됐던 것 같아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책이 많이 안 두꺼운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았습니다. 더러,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 오지가 않아서 다시 읽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주제가 진화론인 만큼 좀 무거운 주제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이분의 문체는 무척 젊달까, 톡톡 튀는 구석이 있습니다. 상당히 젊은데 박식한 분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작가가 누군가 찾아보았더니, 머리가 새하얀 분이더군요. 최근에 걸쳐서 다양한 문화 코드를 수식어로 사용하고 있어서 문장 자체가 진화론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 비해서 신선했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과학자라기보다는, 과학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다루다 보니까 이렇다 할 과학 분야의 대가들과 대화도 나누고 관련 서적도 많이 읽어서 지식이 많아서, 결국엔 과학 관련된 책도 좀 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다뤄서 신세대 문화랄까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도 좀 잘 안달까 그런가 봅니다.
이 책은, 진화에 대해서 종 단위의 진화를 서술해 나가고 있습니다. 리차드 도킨스가 유전자 단위의 생존전략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면, 이런 식의 접근은 이미 많이 접해온 지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읽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이분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진화론 분야의 발견과 연구 결과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제가 배워온 것과는 좀 다른 점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교과서에 실리려면 시간이 걸릴 만한 것들을, 보다 실시간으로 접하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약간은 쇼킹하달까 하는 내용들도 있었는데, 그건 아마 읽어보시면 개인차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상당히 과학자의 냉정한 시각으로 인간이라는 종을 ‘primate’라는 표현, 즉 영장류라는 것을 거침없이 표현하기도 했고, 뭇사람들이 들으면 약간 상처받을 만한 말들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다음 세대를 생산하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없다는 식의 말이 있었던 걸로 기억나요.)
아무래도 리차드 도킨스의 ‘The Selfish Gene(이기적 유전자)’의 경우에는, 30년 기념판을 읽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책 읽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우울증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개정하면서 어투가 과학적이면서도 나름 자제한 감이 없잖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초판을 안 읽었으니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이 책은 그런 일반 대중의 검증을 거치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읽다가 느낌 점은 이렇습니다. 과학적으로는 세련됐지만, 약간 감정적으로는 거칠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벌거벗은 원숭이’ 한글판을 읽었을 때도, 항상 다른 동식물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데는 익숙해도, 인간이라는 종을 실험대상 내지는 관찰대상으로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색다르고 놀라웠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쓰고 있는 언사들은 훨씬 더 많이 거칠게 느껴졌지 싶습니다.
인간도 그냥 동물일 뿐인 것으로 다뤄지고 있는 느낌,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는다는 느낌이랄까요. 결론적으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나 ‘벌거벗은 원숭이’에서보다 더 과격하고 파격적으로 인간을 그냥 동물로, 혹은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살짝 상처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읽으면서 푹 빠져들만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인간의 진화라는 것을 1년짜리 달력으로 축약해서 그려놓은 것이며, 그 외에 설명을 돕기 위한 큰 그림들이 있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제가 사서 읽었던 킨들판으로는 그런 그림들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간 너머 읽은 뒤에 도서관에 있는 번역서의 사진들을 보면서 확인했지만, 앞부분 읽을 때부터 그림이 잘 보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싶었습니다.
하여튼, 그런 식으로 번역판은 그림을 확인하는 용도로 보니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만 대조해서 보려고 했다가, 번역서도 별 거 없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냥 원서만 읽었습니다. 제가 영어로 이해하는 수준도 높지는 않지만, 번역자가 아무리 번역을 잘 해도, 그냥 영어가 원본인 건 영어로 읽는 게 낫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책 두께는 240쪽입니다. 실제로 읽어보면 글씨도 좀 빡빡하고 분량도 좀 되는 데다가 내용 자체도 심각하게 읽어야 되는 분야인 진화생물학이라서 제 개인적이 느낌으로는 실질 페이지수는 300쪽이다 싶습니다. 전체 챕터는 8개인데, 앞에는 소개글(introduction)이 있고, 마지막 챕터 뒤에는 정리하는 에필로그(Epilogue)가 있습니다. 소개글과 에필로그는 다른 챕터들에 비해서 짧게 들어가 있습니다.
챕터 앞부분에 유명한 사람들의 한 말 구절씩 들어가 있고, 그 다음에 본문이 시작되는 식입니다. 한 챕터가 조금 길다 싶은 편입니다. 단락 구분이 있지만, 끊어 읽기보다는 챕터 단위로 읽는 게 편한 책이라서, 한 챕터 진득하니 앉아서 읽을 시간 없으신 분들이나, 읽는 숨이 짧은 분들에게는 비추천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절대 초급용 책이 아닙니다.
진화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읽기에 적합하며, 많이 어렵지는 않지만 초급용이라기엔 조금 난이도가 있습니다. 번역서가 전공하신 분이 잘 번역이 됐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입니다. 책 자체는 괜찮은데 아무래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적은 작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원서 부담되시는 분들은 새 책은 구하긴 힘들겠고,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서 찾아서 읽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진화생물학을 이해하는 대중서로서 이 책, 괜찮습니다. 단, 읽으면서 동물의 한 종으로 다뤄지는 것에 대해서 저처럼 상처받지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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