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때, 큰 책방의 한 켠에 서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문고판이 유행하던 그 시절에,
용돈을 조금만 모아도 책 한 권은 금방 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안 사보고, 맨날 서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 읽고 나서, 그 책을 사고 싶을 만큼 좋아했는데,
결국에는 사지 않고 넘겼던 무수히 많은 책들 중에서
한권이 바로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였습니다.
그로부터 한 5~6년이 지난 뒤쯤이지 싶습니다.
1996년인가 1997년에 스페셜 프라이스라고 큰 책방(서점)에서,
1600원에 펭귄판 고전 페이퍼백을 팔았습니다.
주로 친구들을 만날 때, 그런 곳에서 만났습니다.
보통은 책을 사지는 않으면서도 만나기는 거기서 만났습니다.
거기서 만났기에 찻값도 안 들었으니까 싶어서
한 권, 두 권 사서 모으던 것 중에서 한권이 ‘주홍글씨’의 원작, ‘Scarlet Letter’였습니다.
그렇게 사놓기만 했지 정작 이 책은 열어보지도 않은 채,
원래 누런 갱지에 만든 책이었건만, 세월 따라 더 누렇게 누렇게 바래가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책을 2013년 12월에 북클럽을 열어서 읽겠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약 300쪽이 약간 안 되지만, 300쪽 정도가 되는 두께의 문고판이었습니다.
찾아보니, 보통 280쪽 정도의 두께가 제일 흔한 것 같습니다.
custom house(세관)이라는 제목이 맨 앞에 있는 챕터(?) 정도가 되겠고,
그 외의 챕터가 24개가 있습니다.
책 두께나 챕터 개수를 보면, 한 챕터가 그다지 길지 않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주의하십시오!
이 책은 어디까지나 고전(古典)입니다.
그리고 고전(古典)은 원서 읽기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고전(苦戰) 하면서 읽어서 고전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도 고전입니다.
원래 알던 내용을 읽으면 원서가 좀 더 쉽게 읽힌다고 해서,
좀 쉽게 읽을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완전 큰 코 다친 책이
이 책, ‘Scarlet Letter’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읽었던 한글 번역판이던 문고판 책이 많이 얇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책의 내용이 모두 번역된 것은 아니고 생략된 부분이 있었던 듯합니다.
특히나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맨 앞에 나오는
이 ‘custom house(세관)’ 부분의 내용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 데다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만 지나가면 쉽게 읽히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티듯이 읽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custom house’ 이후의 부분도 그렇게 생각처럼 잘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아! 물론 좀 이해가 더 잘 되는 것 같고,
조금은 빨리 읽히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이 책은 너무 어려웠습니다.
한글 번역판에서는 보지 못한 영어의 고어가 섞여 있었고,
‘custom house’ 부분을 잘 이해했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었을 당대의 문화적인 부분을 잘 잡아내지 못해서
헤매다가 읽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이 1850년에 처음 출판된 책이라는데,
배경이 되는 시기는 1642년에서 1649년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작가가 고어를 많이 넣어서 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졌기에, 챕터는 많아서 긴 챕터가 별로 없었지만
한 챕터를 넘기는 것 자체가 그다지 쉽지 않은 책이었지 싶습니다.
고전이라서 안 그래도 읽으면서 고전하게 만드는 이 고전,
‘Scarlet Letter’를 더 어렵게 만드는 범인이 있습니다.
바로 바로 그 사람은 작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자신입니다.
풍부한 어휘와 예리하고 세밀한 심리묘사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어휘의 미묘한 뉘앙스를 잡아내고,
감성적이면서 세심한 심리묘사를 읽어내려면
영어 내공이 상당히 쌓여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너무 어려웠지만, 그 어려운 걸 읽어냈기에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이런 책을 읽기에는 앚기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유명한 책이라서 다들 대략적인 줄거리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책은 단순한 그 줄거리만으로는 말하기 힘든 여러 가지를 담고 있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 유명한 고전이니만치 다양한 버전의 번역본이 있습니다.
영어 내공이 부족해서, 원서 읽기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한글 번역판으로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1995년에 데미 무어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본 건 아니고 텔레비전에서 주말의 명화 같은 걸로 봐서인지
자극적이지 않고 그냥 재미나게 봤지 싶습니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결말을 좀 다르게 틀어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은 이 책에 대한 스포일러를 약간 담고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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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1642년에서 1649년으로, 초기에
청교도들이 미국에 정착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젊은 나이게 늙은 남자와 결혼했던 헤스터 프린(Hester Pryinne)은,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오려고 하는데, 먼저 미국에 가 있게 됩니다.
그러나 남편이 오기 전애 혼자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아기를 갖은 겁니다.
청교도 사회에서 여자가 바람 피우는 것은 정말 큰 죄인 겁니다.
그래서, 감옥에서 아기를 낳고, 평생 adultery(간통)을 의미하는
붉은 색 ‘A’ 글자를 가슴 한 가운데 달고 다녀야 되는 벌을 받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이 나타납니다.
오래도록 오지 않아서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러나, 그녀의 이런 모습에, 남편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다른 이름으로 마을에 와서 살면서 그녀가 숨기고 있는,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합니다.
마침내 그 아이의 아버지를 알아낸 헤스터 프린의 남편은
둘 사이에서 아이 아버지이자 신망받는 젊은 목사인 딤즈데일을
더 괴롭게 하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되어 비실 비실 앓던 딤즈데일 목사는,
모두가 감동받는 말씀을 전하고는 돌아가시고 맙니다.
복수심에 점점 사악한 모습이 되어가던 헤스터 프린의 남편 칠링우드는,
복수의 상대가 사라지자 곧 생의 의미도 사라진 것 같아집니다.
그 이후로, 헤스터 프린과 아이는 사라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아이는 어디 갔나 없고 헤스터 프린만 돌아와서,
마을에서 궂은 일 다 해 주고 힘든 사람 상담 받으면서 지내는데,
어디선가 편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사춘기 때 읽었던 것과 줄거리는 같지만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그때 읽은 게 뭔가 덜 번역되거나 약간은 축약된 한글 번역판이었다는 점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사춘기 때는 주인공인 헤스터 프린(Hester Pryinne)과 딤즈데일 목사의 사랑이 너무 애틋하고 간절하게 느껴져서 눈물 나고, 헤스터의 남편이 그렇게 징그러워 보이고 미웠습니다. 그런데, 결혼한 뒤에 읽어서일까요. 왜 그렇게 그 남편이 불쌍하고, 애틋한 사랑하는 목사와 헤스터는 눈에 잘 안 들어오는 걸까요. 한 번 읽어보시면 얘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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