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불타는 온도 화씨 451도!
어느 날 할인하는 책 중에서 책을 고르는데, 책 광고로 딱 뜨는 말이 저거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책이 불타기 시작하는 온도가 화씨 451도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책 소개가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본래 좋아하는데, 책을 좋아하면서도 그 책을 태우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책을 태운다니 놀랐던 걸까요? 뭔가 막 흥분해서 언젠가는 이 책을 꼭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은 납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책이 자연발화하는 온도가 화씨 451도라는 것 말고는, 이 책에 대해서 다른 것은 모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앞부분에서 무척 내용이 잘 안 들어와서 애먹었던 책이고, 중간에 주인공이 지하철에서 나는 소리 묘사하는 부분에서, 책을 외우려고 하는 부분과 헷갈려서 읽다가 창피한 느낌도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척 재미나게 읽은 책입니다. 종이책으로 산 책이었습니다.
나름, 책 읽으면서 속도감도 느꼈고 쳐지는 부분 없이 매끄러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의 내용들이었지만 자꾸 책 태우는 얘기가 나와서인지, 전개가 빨라서인지 그냥 신나게 읽어졌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두근두근 하면서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하여튼, 개인적으로는 사랑에 빠진 듯이 설레였습니다. 이 책을 북클럽으로 읽었는데, 같이 읽는 분들은 안 그렇고 저만 신나는 것 같아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게 제 착각인지, 모두 다 신나서 읽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그래도 저는 너무 신나게 달린 책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은 게 2015년입니다. 1년 전인 2014년에 읽은 ‘1984’, ‘Animal farm’, ‘Brave new world’가 모두 다 이 책과 같은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데, 모두 다 뭔가 암울한 비극으로 치닫고 끝났던 데에 비해서 이 책은 나름 비극 속에 엄청난 희망의 꽃을 피우면서 끝나는 것 같아서 나름 읽고 난 뒤에도 기분이 찜찜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종이책에는, ‘Afterward’, ‘Coda’란 제목으로 작가 자신의 후기가 두 개가 올라와 있습니다. (‘Afterward’는 ‘후에’라는 뜻 정도가 될 것이고, ‘Coda’는 ‘악곡 끝에 결미로서 덧붙인 부분’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출판사와 작가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읽다가, 다 못 읽었지만 Afterward와 Coda를 읽어봤습니다.
이 책의 전신인 ‘The fireman’을 쓸 당시, 작가는 글을 써서 하루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이라서 글을 써서 돈을 벌어야 했는데, 두 명의 딸이 글 써야 될 시간에 놀자 그래서 놀고 글을 안 써서 나중에 돈이 없어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할 형편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작가는 대학 도서관의 지하에 있는 동전 넣어서 시간제로 쓰는 타이프 라이터로 단 9일만에 ‘The fireman’을 써서 9달러인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서 좋게 보는 잡지사가 있어서 두군데에서 실어주었고, 그 이후로 2만 5천 단어로 된 ‘The fireman’을 두 배로 불려서 한번 더 써보라는 말에 탄생한 게 이 ‘Fahrenheit 451’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hardcover(하드커버 : 보통 양장본)가 5000부, softcover(표지가 얇은 책)가 50000 팔렸지만, 책이 나온 지 2-3년 지난 뒤에야 이것이 classic(클래식)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감이 왔다고 합니다.
아아, 그리고 Coda에서 읽은 내용 중에서 이 작가의 책 중에서 화성연대기를 읽은 독자가 거기에 여자가 안 나온다고 여성을 좀 집어넣으라거나, 흑인이 안 나오는데 톰아저씨의 오두막집 같은 분위기로 좀 다시 쓰라거나, 책이 너무 인종주의적이니 그런 거 빼고 뭘 넣으라거나 하는 요청들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넣으라는 거 다 넣자니 길어질뿐더러, 빼라는 거 다 빼면 글이 밋밋하고 아무것도 안 남더라는 겁니다. 그래, 모두의 말에 차라리 귀 틀어막고, 글 쓰는 건 작가 자신이고, 오늘 쓴 글로 이기든 지든 다 자신이 하는 것이고, 내일은 다시 또 새로운 출발을 할 거라고 말하면서 Coda를 끝맺는데, 너무 멋있는 작가다 싶습니다.
굿리즈(goodreads)에 따르면, 1953년 10월 19일에 초판 출간됐다고 합니다. 책 두께는 제가 읽은 책은 227쪽으로 나옵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판형으로 재출간되면서 잘 팔리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판형에 따라서, 179쪽에서 227쪽까지 다양하게 페이지수가 나오는 편입니다. 제가 본 책이 작가 후기에 해당하는 것도 ‘Afterward’와 ‘Coda’로 두 개나 있고, 제가 읽다 말았던 인터뷰도 있는 것이라서 227쪽까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없는 판형으로 생각했을 때, 대략 200페이지 내외의 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책 자체가 페이지수는 그다지 많지 않고, 책이 문고판이었기 때문에 글발은 좀 있지만 엄청 긴 책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문장이나 단어도 고전치고는 많이 어렵지 않아서 읽을 만합니다. 문제는 챕터인데, 챕터가 명확하게 갈리지 않습니다. part(부분) 1,2,3으로 갈려 있을 뿐입니다. 챕터가 아니라 part인 건 문제가 안 되는데, 너무 한 part가 깁니다. 물론, 단락 구분이 있어서 그렇게 끊어 읽을 수는 있어서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읽는 숨이 너무 짧은 분들에게는 비추천입니다. 게다가 책이 전체적으로 한번에 몰아서 읽을 때 더 재밌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한글 번역본은 종이책부터, 이북, 오디오북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골라서 읽거나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헌 책이든 새 책이든 당장 구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화화 된 것도 두 번이나 됐습니다. 1966년에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가 감독을 맡아서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고 합니다. 2018년에도 라민 바흐러니(Ramin Bahrani)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제작된 바가 있다고 합니다. 2023년 2월에는 BBC 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대략의 책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래 줄거리는 원하시는 분만 읽으시기 바랍니다. 모르고 읽어야 더 재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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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몬택(Montag)은 소방서에서 일하는데, 책을 태우는 일을 합니다. 책을 소장하는 것은 불법이 돼 있습니다. 그의 옆집에는 클라리스(Clarisse)라는 소녀네 가족이 사는데, 맨날 불을 켜놓고 걷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가 왁자지껄하게 펼쳐지고 즐거워 보이는 게 이상합니다. 몬택과 아내가 사는 집처럼 텔레비전이나 보고, 벽하고 드문 드문 이야기 하는 게 일반적인 집의 모습입니다. 몬택은 클라리스와 대화를 한 이래로 자신이 불행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클라리스네 집은 곧 이사를 갑니다.
어느 날, 몬택은 책이 있는 집에 대한 신고를 받고 책을 태우러 갔는데, 집주인이 퇴거명령을 어기고 책과 함께 자살을 해 버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 집에서 은근슬쩍 훔쳐 온 책을 가지고 집에 와서 보던 몬택은, 다음 날 직장에 나가지 않습니다. 직장 상사인 비티(Beatty)가 찾아와서,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 아플 줄 알았다고 하면서 오후에 출근하라고 하지만, 몬택은 오후에도 출근하지 않습니다.
몬택은 아내인 밀드레드에게 그간 소방관으로서 몰래 훔쳐둔 책들을 찾이 읽어보고 버리자고도 합니다. 밀드레드의 친구 두 명이 와서 텔레비전도 보고 벽에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쉬고 있던 몬택이 그들에게 시를 읽어주자 한 명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고 하면서 몬택의 집에서 나와서 그 중 한 명의 집에서 다시 텔레비전을 보고 벽과 이야기를 하러 갑니다.
몬택은 오래 전에 공원에서 마주친, 은퇴 노교수 페이버(Faber)에게 전화를 겁니다. 페이버는 책에 대해 통화하기를 거부하지만, 몬택이 집으로 찾아오자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리고 둘은 몬택이 비티를 만나서 이야기할 때를 대비해서 무선교신을 하기로 합니다. 이제 몬택은 혼자가 아니라 몬택 + 페이버가 돼서 비티와 대화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무선 교신하는 것을 귀에 꽂고 페이버와 대화하면서 소방서에 출근한 몬택은, 비티와 이야기 하다가 출동명령이 내려져서 가 보니, 몬택의 집입니다. 아내의 친구와 아내가 집에 책이 있다고 신고를 한 겁니다. 아내는 얼른 짐을 싸서 어디론가 떠나고, 비티가 집을 태우라고 해서 몬택은 화염방사기로 열심히 집을 태웁니다. 책을 태우는 게 목적이지만, 아내의 화장대며 아내가 좋아하거나 쓰던 것들을 더 열심히 태우며 화풀이를 합니다.
비티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사람들이 쓴, 죽은 지식이 있는 책들 때문에 집이 불타고 이게 뭔 짓인가 하는 말을 합니다. 그러곤 몬택이 귀에 무선교신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비티는 그것을 확 잡아 뽑습니다. 몬택은 순간적으로 화가 났던 건지, 비티를 불에 태워 죽이고 맙니다. 그리곤 자신을 잡으러 쫓아오는 동료들과 로봇개(Machanical Hound)들을 피해 도망쳐서 페이버(노교수)의 집으로 갑니다. 거기서 페이버에게서 시골로 가면, 아직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듣고는, 술냄새로 로봇개를 따돌리면서 가다가 물로 뛰어듭니다.
물에 둥둥 떠다니다가 시골 강변에 도착한 몬택은 사람들을 기찻길가 모닥불에서 만나서 책 한 권을 부분적으로 외워서 한 마을이 다 기억하고 있다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그러다가, 하늘에서 공습이 계속 되고, 그 공습으로 도시가 불탈 것이라는 것을 알고, 몬택은 밀드레드와 페이버에게 도시에서 얼른 도망치라고 연락합니다. 도시는 모두 불타서 평평해질 정도가 되고, 모닥불가의 사람들은 이제 책이 필요한 순간이 왔고, 불사조가 다 탄 뒤에 다시 살아나듯이 그렇게 우리도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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