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인가 1997년에, 대형 서점들은 ‘special price’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펭귄판의 고전을 16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이 많았습니다. ‘unabridged(원문 그대로인)’이라고도 씌여 있어서, 친구들을 만나려고 서점에 갔다가 한 권씩 한 권씩 사서 모은 것이 어느 덧 20권이 넘은 뒤부터는 안 샀습니다.
그때 자주 만나던 친구 중의 한 명이 내게 물었습니다.
“이젠 안 사? 왜?”
“산 거 다 읽고 나면 도서관에서 그냥 빌려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라고 대답했지만, 현실은 한 권도 읽지도 않고 그냥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읽으려고 시도를 아주 안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에 처음으로 산 영어 원서였던 ‘Olive Twist(올리버 트위스트)’부터, ‘The adventure of Tom Sawyer(톰소여의 모험)’와 ‘The Adventure of Hucklberry Finn(허클베리핀의 모험)’과 함께 이 책, ‘Black Beauty’도 읽으려고 시도해 봤으나, 얼마 못 읽고 막히는 문장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절망과 함께 그만 읽었습니다.
나머지 책 중에서도 더 시도해 본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 기억 나는 것은 이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2009년 가을 드디어 이 책을 다 읽은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읽어보려고 했을 때 막혔던 부분이 어딘가 모를 정도로 나름대로 부드럽게 읽혔습니다. 심지어 고전인데, 이렇게 잘 읽혔다니 싶은 생각이 지금 들어서 보니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책은 말이 고전이지 좀 쉽습니다. 그리고 책의 내용도 많이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게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린이들이 많이 읽는 고전이었던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한 마리 검은 말의 일생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부분(part 1)은 태어났을 때 엄마 말과 함께 지내던 농장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주인이 바뀌면서 두 번째 부분이 시작되는 식입니다. 말의 이름이 ‘블랙 뷰티’입니다. 검은 색인데, 이마에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흰 색이 있는 말인데 아주 예쁘게 잘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첫 주인에 의해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말, ‘블랙 뷰티’의 눈으로 보는 말의 삶과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갑니다. 단순한 말의 일생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 고질적인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루고 있어서 생각할 꺼리를 많이 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unabridged(원문 그대로인)’ 영어책은 245쪽으로 문고판이라서 가볍고 많이 안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가 쉬웠습니다. 그때 본 표지가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서 다른 표지를 찾아왔습니다. 많이 안 두꺼운 책인데 챕터가 49개나 됩니다. 한 챕터가 그다지 길지 않아서 끊어 읽기 괜찮습니다. 고전 치고는 단어도 쉽고 문장도 많이 복잡한 건 없습니다.
아무래도 서술자가 말이기 때문에 작가가 단어나 문장을 좀 쉽게 쓴 것 같습니다. 초급이었던 저도 좀 힘들었지만 2주 안 걸려서 읽었기 때문에 고전이라도 이런 책은 초급이신 분들도 도전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이 책 번역본은 ‘흑마 이야기’라고 번역이 되어서 나왔습니다. 그때도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제가 이 책의 원서를 보고 싶어했던 건데, 요즘 번역돼 나오는 책들은 그냥 ‘블랙 뷰티’라고 제목이 나옵니다. ‘흑마 이야기’라고 한다면,
말이 서술한 내용의 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서 나올 수 있는 제목입니다.
‘블랙 뷰티’는 원저의 제목을 그대로 발음을 따온 것 같지만, 실상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말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두 경우 다 맞게 번역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기회되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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