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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Classic)

[서평] Black Beauty by Anna Swell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7. 25.

1996년인가 1997년에, 대형 서점들은 ‘special price’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펭귄판의 고전을 16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이 많았습니다. ‘unabridged(원문 그대로인)’이라고도 씌여 있어서, 친구들을 만나려고 서점에 갔다가 한 권씩 한 권씩 사서 모은 것이 어느 덧 20권이 넘은 뒤부터는 안 샀습니다. 

그때 자주 만나던 친구 중의 한 명이 내게 물었습니다. 
“이젠 안 사? 왜?” 
“산 거 다 읽고 나면 도서관에서 그냥 빌려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라고 대답했지만, 현실은 한 권도 읽지도 않고 그냥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읽으려고 시도를 아주 안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에 처음으로 산 영어 원서였던 ‘Olive Twist(올리버 트위스트)’부터, ‘The adventure of Tom Sawyer(톰소여의 모험)’와 ‘The Adventure of Hucklberry Finn(허클베리핀의 모험)’과 함께 이 책, ‘Black Beauty’도 읽으려고 시도해 봤으나, 얼마 못 읽고 막히는 문장에서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절망과 함께 그만 읽었습니다.

나머지 책 중에서도 더 시도해 본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 기억 나는 것은 이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2009년 가을 드디어 이 책을 다 읽은 것이었습니다!

원서에는 이마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흰 점이 멋스럽게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책 표지에서는 갈기털에 가려서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읽어보려고 했을 때 막혔던 부분이 어딘가 모를 정도로  나름대로 부드럽게 읽혔습니다.  심지어 고전인데, 이렇게 잘 읽혔다니 싶은 생각이  지금 들어서 보니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책은 말이 고전이지 좀 쉽습니다.  그리고 책의 내용도 많이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게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린이들이 많이 읽는 고전이었던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한 마리 검은 말의 일생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부분(part 1)은 태어났을 때 엄마 말과 함께 지내던 농장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주인이 바뀌면서 두 번째 부분이 시작되는 식입니다. 말의 이름이 ‘블랙 뷰티’입니다.  검은 색인데, 이마에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흰 색이 있는 말인데 아주 예쁘게 잘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첫 주인에 의해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말, ‘블랙 뷰티’의 눈으로 보는 말의 삶과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갑니다. 단순한 말의 일생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 고질적인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루고 있어서 생각할 꺼리를 많이 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unabridged(원문 그대로인)’ 영어책은  245쪽으로 문고판이라서 가볍고 많이 안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가 쉬웠습니다.  그때 본 표지가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서 다른 표지를 찾아왔습니다.  많이 안 두꺼운 책인데 챕터가 49개나 됩니다. 한 챕터가 그다지 길지 않아서 끊어 읽기 괜찮습니다.  고전 치고는 단어도 쉽고 문장도 많이 복잡한 건 없습니다. 

아무래도 서술자가 말이기 때문에 작가가 단어나 문장을 좀 쉽게 쓴 것 같습니다. 초급이었던 저도 좀 힘들었지만 2주 안 걸려서 읽었기 때문에 고전이라도 이런 책은 초급이신 분들도 도전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번역본 표지입니다.

예전에 이 책 번역본은 ‘흑마 이야기’라고 번역이 되어서 나왔습니다. 그때도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제가 이 책의 원서를 보고 싶어했던 건데, 요즘 번역돼 나오는 책들은 그냥 ‘블랙 뷰티’라고 제목이 나옵니다.  ‘흑마 이야기’라고 한다면, 
말이 서술한 내용의 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서 나올 수 있는 제목입니다. 

‘블랙 뷰티’는 원저의 제목을 그대로 발음을 따온 것 같지만, 실상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말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두 경우 다 맞게 번역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기회되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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