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 원서를 사놓은 건 까마득한 96년에서 97년 그 사이 어느 즈음일겁니다. 그때 사놓고 읽으려고 시도는 했지만 중간에 다 읽지 못하고 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영어로 책을 읽어왔고, 영어 원서를 그래도 이것저것 읽어서 금세 다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더군요.
곳곳에 등장하는 사투리들로 인해서 때로는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사투리들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면도 있었고, 그 대~충 이해했더니 나중에 문맥이 안 잡혀서 보니 잘못 이해했던 것이라 다시 봐야 하는 부분도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그나마 3주 정도 걸려서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앞부분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대부분은 마크 트웨인 자신이 겪은 일과 세 명의 친구들이 겪은 일들을 다룬 실화들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 책이 출판되던 시기에는 그들 중 대부분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실명을 밝힐 수는 없다고 하네요.
보통 실화 소설이라고 하면, 뭔가 지어낸 이야기보다 박진감이 덜 하달까 좀 늘어지는 줄거리인 경우가 많은데, 톰 소여의 모험은 어지간히 지어낸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다 보면 마크 트웨인은 이야기 책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별다른 큰 묘사 없이, 그냥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주머니를 탈탈탈 털어내는 그런 느낌으로 씁니다. 거창한 묘사나 주인공의 대단한 사고나 엄청난 기획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소소한데, 엄청 재미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겁니다. 물론 읽다 보면, 동굴을 탐험한다거나 살인을 한 인디언 조를 만난다거나 하는 크나큰 일이 나중에 펼쳐지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있었던 에피소드들은 짧고 임팩트가 강합니다. 하나하나 다 주옥같고 버릴 만한 게 없습니다. 그러면서 쓸데 없는 군더더기 같은 상세 묘사 없습니다. 그저 개구쟁이들의 장난끼 많은 일상들인데 너무 재미난 일들이 있었던 겁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 책은 대부분 아주 짧은 동화책들이었습니다. 그리고 TV 만화를 통해서도 톰소여의 모험 내용은 많이 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은 것은 원문 그대로의 아무것도 축약하거나 삭제한 게 없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웠던 점은 있었지만,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과 다른 줄거리들을 찾아내는 기쁨도 있었고 진짜 이 책의 결말이 어떻게 됐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펭귄 문고판 원서인데, 두께가 225쪽이었고 글자가 빽빽한 편이었습니다. 챕터는 30개가 살짝 넘는 수준이라서 한 챕터가 짧은 편입니다. 굉장히 짤막하면서도 많은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 있는 편이라서 끊어 읽기도 괜찮습니다.
다만 고전이니만치 단어가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게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그때는 초급이라서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도 그랬겠지만, 고전이라서 그런 면도 있었지 싶습니다. 게다가 사투리도 많이 나오는데, 그게 사전에 다 나오는 게 아니라서 짐작해서 읽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급용은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읽을 때 줄거리 간단하게 적어놓은 게 있는데, 스포일러 원하지 않으시면 이 아래부분은 읽지 마세요. 줄거리에 ‘인디언 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것은 ‘injun Joe’를 해석한 겁니다. ‘injun’이라는 단어가 아메리카 인디언을 경멸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여서, ‘인디언 조’라고 해석한 건데, 한글 번역판에서 그냥 ‘인준조’ 라고 돼 있는 곳이 있다고 다른 분이 알려주셨습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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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톰이 잼을 훔쳐먹고 혼나는 게 나오는데, 톰소여의 모험을 번역본이나 만화로 접해 봤을 땐 못 본 줄거리였습니다. 그 유명한 벽에다 페인트칠하는 것도 나왔고 베키가 처음 나타났을 때 톰이 너무 좋아서 흥분하더니, 베키의 마음을 사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톰 소여가 어린 소년이지만 여자를 꼬시는 데에 능수능란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이전에 사궜던 에이미 로렌스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바로 베키가 돌아서지만, 곧 베키가 도빈스 선생님 책을 찢은 사건은 뒤집어 써 줘서 대신 매를 맞는 톰 소여에게 베키는 한마디로 뻑 가 버립니다. 이 대사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톰 소여는 매도 맞고 수업 다 끝나고 두 시간이나 지루하게 교실에 남아 있었지만 기다리고 있던 베키는 톰 소여에게
“Tom, How so Noble you are...”
인가 대충 그렇게 말하고 그 말을 들은 톰은 모든 시간과 맞은 매가 하나도 안 아깝고 안 억울합니다.
톰과 허크만 친한 친구로 알았는데 조 하퍼인가 하는 친구도 톰과 절친입니다. 어느 날, 톰과 허크와 조는 세상을 버리고 해적이 되려고 하다가 잭슨섬이라는 무인도로 다같이 가서 한 일주일 살다가 오는데, 사람들은 그들이 죽은 줄 알고 장례를 치르려 하고 톰과 친구들은 중간에 돌아오려다가 자신들의 장롓날 일부러 돌아와 미리 교회에 와 있습니다.
TV에서 방영했던 만화에서는 나중에 도빈스 선생님이 학교에서 때리는 걸로 나오는데, 원본에서는 그냥 다 잘 대해 주기만 하고 넘어갑니다.
초반에 톰과 허크는 인디언 조가 의사를 죽이고 그 죄를 술주정뱅이 머프에게 뒤집어 씌운 것을 목격한 게 나옵니다. 나중에 톰은 법정에서 변론을 하는데, 재판 중에 갑자기 일어나서 말하는 게 아니라 증인으로서 앞에 나가서 하는 것으로 나오는 게 좀 다릅니다.
베키네가 학교 전체 학생들을 소풍에 초대해서 배까지 타고 소풍을 갔다가 배 타고 돌아오는데, 베키한테는 아예 친구네 집에서 자도 된다고도 베키 엄마가 그럽니다. 그런데, 소풍에 갔다가 동굴 탐험을 모두들 하게 되는데, 그 동굴이 깊어서 톰과 베키는 길을 잃고 맙니다.
톰이 갖고 있던 조금의 케잌을 나눠 먹고 동굴 속의 호수에 있는 물을 떠 마시며 버티면서 길을 찾아 헤매다가 톰은 우연히 인디언 조가 그 동굴 속에 와 있는 것을 보지만 베키에게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리도 아프고 지친 베키가 실의에 빠져 쉬고 있는데 톰은 혼자 탐험을 해서 동굴 끝에 밖으로 열린 곳을 찾아내고 베키와 함께 빠져 나와 살아납니다.
한편 톰과 함께 인디언 조의 보물을 추적하던 허크는 인디언 조가 한 미망인을 겁탈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웨일즈인 삼부자에게 알려서 그 미망인을 구하지만 인디언 조는 도망갑니다.
톰과 베키가 동굴에서 살아나온 뒤로 베키 아버지는 동굴에 아무나 함부로 못 들어가게 문을 만들어서 잠궈 놓습니다. 톰은 살아나온 뒤 몇 주 지난 뒤에서야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문득 인디언 조가 그곳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인디언 조와 함께 있던 사람은 물에 빠져 죽었고 인디언 조도 동굴 문 앞에 죽어 있었습니다.
톰은 허크를 불러내 그 동굴로 돌아가서 인디언 조가 묻어둔 보물들을 꺼냅니다. 사람들은 허크를 그 미망인이 돌봐주는 것으로 허크에게 새 삶을 주고 찾아낸 보물들은 톰의 몫은 이모가 관리해 주면서 용돈을 엄청 많이 주고 허크의 몫은 미망인이 관리해 주면서 역시 용돈을 엄청 많이 줍니다. 하지만 허크의 삶음 비참합니다. 예전의 자유로움과 더럽고 지저분해서 편안함을 그리워 하는 허크는 도망을 쳤다가 톰이 살살 달래서 다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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