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를 싫어해서, 정확히 무슨 책인지는 살 때부터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책이 아마존 베스트셀러였는데, 책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한 번 읽고 싶다 생각하던 차에, 할인을 하기에 덥썩 샀습니다. 아마존 들어가서 찾아보니, 그렇게 해서 이 책을 이북 버전으로 갖게 된 게, 2015년 11월말경입니다. 사놓고 2022년 2월에 읽었으니 6년 내지는 6년 반 정도가 걸려서야 읽게 된 책입니다.
영어로 씌여진 게 원작이지만 배경이 프랑스라서 중간에 프랑스어가 조금씩 나옵니다. 영어로 다시 설명해 주기도 하고, 기본적인 프랑스어 단어들이 양념처럼 나오기 때문에, 굳이 프랑스어를 몰라도 읽기가 무난한 책입니다. 저처럼 이미 영어로 설명 나와 있는 단어 다시 찾아보는 수고를 해서, 시간을 끌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성격이 지랄 맞아서, 아는 단어도 맞게 아나 찾아볼 때도 있습니다. 아니, 실은 아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이해가 안 돼서 다시 찾아보니, 비슷하게 생긴 다른 단어인 적이 몇 번 있어서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프랑스를 주로 배경으로 합니다. 역사 공부를 워낙 안 해서 그때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었는지 몰랐기에, 인터넷으로 그것에 대해서 다시 찾아봤습니다. 원래 이런 역사를 알고 있다면, 이해하시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시기에 프랑스 내에 살고 있던 유태인들 역시 독일의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동 당했고, 그것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프랑스가 독일 치하에 놓였던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 기간에 너무 온갖 물자가 부족하고 먹을 것이 부족하고 괴로운 것들을 묘사했는데, 뭔가 개인적으로는 모든 묘사들이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940년부터 1944년이면 길게 봐야 5년 정도의 기간인데, 입던 옷들이 다 낡고 못 쓰게 돼서 모두 다 꾀죄죄해지고, 이거 낡으면 입을 옷이 없을 정도가 되는 이야기들이 너무 과하다 싶었습니다. 아니, 옷이 좀 낡을 수는 있지만 입지 못할 정도가 되나 싶기도 했구요. 먹을 거야, 오래 보관이 안 되니까, 힘들어진다는 게 이해가 됐지만요. (개인적으로 10년 이상 넘은 낡은 옷도 편한 자리에서 입고 있는 게 있어서 더 그런 듯해요.) 아무래도 독일 치하의 프랑스에 대해서 힘들고 비참함을 묘사하다 보니, 좀 과장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전장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 소설에서는 점령 당한 프랑스를 보여주다 보니, 남겨진 사람들 이야기를 주로 다루게 됩니다. 프랑스에 남겨져 있는 두 자매 Vianne과 Isabelle이 각각 겪은 2차 세계대전의 이야기입니다.
순종적이고 겁이 많은 언니인 Vianne과, 반항적이고 용감한 동생인 Isabelle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을 뿐 아니라, 언니는 아이가 딸린 유부녀였고, 동생은 솔로였기 때문에 독일 나치 치하의 프랑스에서 가지게 되는 위치와 자세는 달라집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고 용기를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재밌고, 많이 안 어렵게 쓰여졌던 걸로 생각됩니다. 아주 초급이신 분들이 아니라면 읽으실만 할 것 같습니다.
페이지수는 440페이지 정도로 짧다는 말은 안 나오는 수준입니다. 챕터 갯수는 38개 정도니까 책이 좀 두께가 있는 것치고도 좀 많은 편이니까, 한 챕터가 좀 짧을 걸로 예상할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짧은 챕터는 좀 짧지만 대체로 어지간한 챕터북 반권 정도의 분량이 한 챕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챕터북보다는 단어나 문장이 좀 어려울 거니까, 챕터북 한권을 하루에 읽으실 수 있는 수준 정도는 돼야 이 책 도전하시기에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장도 딱히 어렵지 않고 평이해서 엄청 읽기 어려운 도서라는 느낌은 안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Vianne과 Isabelle이라는 두 명이라서 이야기 자체가 두 축으로 나뉘어져서 서술되다가, 두 이야기가 합쳐지다가 다시 제 갈길로 흩어져 가는 식입니다.
거기다가 두 자매의 아버지에다가, 독일군에 저항하는 기타 다른 등장인물들이며, Vianne의 집에 하숙을 하게 되는 독일군 장교들 이야기까지 겹쳐지고 중첩돼서 문장 자체는 평이한 반면에 서사구조가 살짝 다양합니다. 복잡하다기 보다는 다양합니다. 한글로라도 이런 이야기 읽어내는 데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문장이 아니라 이런 문제 때문에 읽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책 앞부분에 나왔던 구절, 굉장히 인상적인데 아마 이 책의 주제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In love we find out who we want to be.
In war we find out who we are.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발견하고,
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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