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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A man called Ove by Fredrik Backman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5. 20.

2022년,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가 약간은 충동적으로 갑자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좀 더 신나는 책을 찾고 있었던 것 같은데, Ove는 뭔가 어둡고 괴팍한 인물로 묘사돼서 좀 불편했습니다. 그렇지만, 참고 조금 더 읽어나가니까 점점 재미나고 신나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바쁜 일이 생기면서 읽기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읽다가 하다가 70% 남짓 읽었을 때, 바빠져서 안 읽었습니다. 결국 다시 읽기 시작하자, 뭔가 중간부터 읽기가 힘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을 다 읽기까지 걸린 기간은 무려 석달이라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재밌었습니다. 결말이 나중에 좀 빤해져서 막판 5% 정도는 좀 싱겁게 느껴졌지만, 그 전까지는 아주 재밌었습니다. 

표지입니다. 주인공의 이미지를 잘 보여줍니다.


잘 모르고 그저 읽어야지 했는데, 이것도 그 유명한 밀레니엄 시리즈와 같은 나라인 스웨덴 책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라는 것을 읽기 시작하면서 인지했습니다. 번역문이어도, 나름 Ove라는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가 개인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번역이 영어로 잘 됐나 봅니다.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내용이 있으니, 원하지 않으시면 읽지 않으시면 됩니다.

가게에 들어간 Ove가 아이패드를 하나 사려고 하면서, 그의 괴팍한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직원한테 시비를 거는 걸로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아주 먼 과거와 비교적 현재와 가까운 과거를 오락가락 하면서 펼쳐집니다. Ove가 기억하는 엄마가 살아있던 때, 아빠가 살아있던 그 시절,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가던 때, 아내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던 시절이 한 묶음입니다. 그리고 아내가 죽은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직장에서 해고되고 난 뒤부터의 이야기가 또 다른 한 묶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흑백같은 Ove의 삶은 총천연색인 아내로 인해서 비로소 살고 있는 게 되었고, 그에게는 아내 이전에는 사는 게 아니었고, 아내가 죽자 더 이상 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는 삶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그저 죽은 아내 곁으로 가는 것만이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내 곁에 가고 싶어서 죽으려고 시도합니다. 그러나 죽는 것도 녹록치 않습니다. 

새로 이사온 이웃 부부가 트레일러를 달아놓은 차의 후진을 하면서 Ove의 집 담장을 긁어놓질 않나, 우체통을 부숴 놓질 않나... 그러한 소란으로 인해서 Ove는 하려던 바를 끝내 이루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막상 조용히 죽으려는 순간에는 노끈이 끊어져 버립니다.

이후로도 죽으려는 시도는 계속 됩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차와 주차장을 가득 채워 일산화탄소 중독이 되려고 하거나, 달리는 기차의 옆에 뛰어들려고 하지만, 매번 새로 이사온 이웃이 뭔가 도와달라고 오거나, 기찻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한 뒤에 차마 열차를 모는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와 눈이 마주쳐서 열차를 피해 버립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아내가 다니던 학교의 학생에게 아버지처럼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새로 이사온 이웃인 파바네의 딸들에게 할아버지 역할을 해 주고, 성질 더러운 길냥이도 키우고 그냥 몇 년 더 살면서 그 주변 이웃들 집 다 수리해 주는 등 좋은 일이란 좋은 일은 다 하면서 살다가 제 명에 하늘나라에 갑니다. 

자연사하는 그는 죽음도 나름 계획적이어서, 죽으려고 하면 와서 도와달라고 하던 이웃집 여성인 파바네의 딸들에게 돈을 조금 남기고, 파바네에게는 남은 돈을 다 남깁니다. 그 돈은 그의 장인이 죽으면서 남긴 막대한 재산까지 포함돼 있어서, 파바네는 Ove의 아내 이름으로 어려운 사람들 돕는 기금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Ove가 살던 집에는 그와 성격이 비슷해 보이는 신혼부부가 이사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초보에게는 권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책은 재밌지만, 앞부분 10% 정도는 굉장히 무겁습니다. 그냥 진지하게 무겁기만 한 게 아니라 어둡고 괴팍하게 느껴져서 살짝 짜증이 납니다. 신나고 밝고 맑은 책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약간 비추천입니다.

하지만, 그거 넘기고 나면 아주 재밌고, 큭큭대고 웃을 만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모든 것이 정리되고 끝에 나머지 5% 부분은 좀 빤해서 갑자기 지겨워 진달까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재미난 책이었습니다. 영화도 예전에 mp4를 사놓은 게 있어서 보고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 보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본 부분만 말씀드리자면, 영화보다 책이 훨씬 더 낫습니다. 번역본이라서 좀 쉽게 씌여진 문장들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는 초보이신 분들이 읽기에는 좀 난해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것만 극복하실 수 있다면 많이 안 어렵습니다. 

뭔가 애들은 커 가고, 나는 뭔가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 듯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고 싶어하는 Ove가 사실은 능력이 너무 탁월한 사람으로 나오니까, 살짝 그가 부럽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능력도 없이 이렇게 나이만 먹었는데  그런 고민들과, 만약 내가 배우자보다 먼저 죽는다면, 배우자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면 그 때 살아있는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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