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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Classic)

[서평] Little Lord Fauntileroy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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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소공자로 번역된 책입니다. 소공녀는 번역본으로 어릴 때 읽었는데, 소공자는 접해 보지 못하던 차에 펭귄 판으로 원서를 샀더랬습니다. 그때가 IMF 이전인 96년인가 97년 정도였는데, Special Price라고 해서 1600원 정도에 대형서점에서 펭귄판 고전 원서들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렴하게 사놓고도 한참을 안 읽고 그저 책만 소장하고 있다가, 2004년 초에 이직을 하면서 한달이 붕 떠서 아무 일도 없었던 차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영어 원서로 읽은 첫 책인 셈입니다.

펭귄판 표지입니다. 읽었던 책 표지가 바로 딱 이 표지였습니다.

첫 책을 고전으로 읽은 것 치고는 책이 잘 넘어간 편입니다. 그때는 영어로 책을 안 읽어보다가 읽어서, 거의 죽을 똥을 싸는 느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마는,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읽는 데에 한달도 넘게 걸렸습니다. 모르는 단어도 많고 문장도 어려워서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첫 영어책을 챕터북으로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책을 읽은 내공이 하나도 없을 때였거든요. 그때는 챕터북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도 못했을 시절이었습니다. 그저 고전이 좋은 책이니까, 그걸 읽어야지 하고 도전했던 것 같습니다.

Little Lord Fauntleroy의 주인공은 Cedric(세드릭)이라는 어린 소년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던 Cedric, 잘 생기고 착하고 지혜로와서 어머니는 물론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괴팍한 성격의 할아버지가 사람을 보내옵니다. Cedric은 모르고 그냥 미국에서 서민으로 잘 살고 있었지만, 그의 할아버지는 영국에서 엄청 직위가 높고 돈도 많은 귀족이었던 겁니다.

할아버지의 세 아들 중의 가운데 낀 둘째가 Cedric의 아버지구요. 아버지가 미국 출신의 평범한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할아버지가 반대했던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모든 작위와 재산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결혼해서 미국에서 평범하게 살았던 겁니다. 이후에 아버지를 포함한, 할아버지의 세 아들들이 다 죽고 할아버지도 늙어가니까, 마지막 남은 혈육인 세드릭을 곁으로 불러들이려고 하는 겁니다. 세드릭이 떠나는 것을 미국의 이웃들은 모두 아쉬워 합니다.

영국으로 간 세드릭은 할아버지가 고집을 피워서 엄마와 따로 살게 됩니다. 세드릭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할아버지의 마음을 사고 잘 지내는 듯했지만, 곧 할아버지의 첫째 아들, 곧 세드릭의 큰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남긴 아들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새로 나타난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인 사람도 세드릭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모두 어딘가 천박하고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세드릭과 세드릭의 엄마가 착하고 고상하고 귀족적인 반면에요.

그리고 결국 큰아버지의 아이가 가짜로 판명이 납니다. 이 과정에서도 세드릭은 품위를 지키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너무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세드릭을 보면서, 너무 착해서 환타지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그런 책입니다. 그리고 그런 선함이 그를 지켜줬습니다. 그가 그토록 완벽했기에, 그를 음해하고자 했던, 가짜 사촌도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짜임을 밝혀주었으니까요.

전체적인 내용은 아주 바람직합니다. 내 아이에게 책을 읽힌다면, 이런 책만 읽히고 싶어지는 그런 책입니다. 재미도 있고, 나름 책의 내용 진행도 느리지 않고 내 아이가 닮았으면 좋겠는 주인공이 모든 상황들을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품격을 지니고 있는 게 너무 훌륭합니다. 결말도 결국에는 해피엔딩이구요. 그래서 너무 좋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 훌륭해서 넘사벽이라서 마음이 힘들어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원서읽기 카페에서 늘 하는 말이, 고전(古典)은 고전(苦戰)하면서 읽어서 고전이다 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고어가 많이 쓰인다거나, 현대와 맞지 않는 상황들에 적이 당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읽는 데에 적응하는 데도 힘들고, 단어도 많이 찾아야 될 때가 많습니다. 시대 상황에도 익숙해져야지 됩니다. 그런 면에서 초급이신 분들이 읽을 분야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 너무 읽고 싶다면 읽어도 되지만요. 챕터북 수준 읽다가 읽으실 책도 아니고, 뉴베리 좀 읽으셨다면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1885년 내지는 1886년에 나온 책으로 굿리즈에 나옵니다. 굿리즈에 찾아보면, 164페이지 정도의 분량이고 아마존에 찾아보면 197 페이지 정도로 나오니까 아주 긴 분량은 아닙니다. 실제 종이책도 그다지 두껍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만만하게 보고 첫 원서로, 시간 엄청 많을 때 도전해서 시간 많이 들여서 간신히 읽은 책입니다.

여러분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고전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1800년대 고전이 그나마 쉽습니다. 오래 된 고전일수록 고어도 많이 나오고, 시대상황이나 사람들 생각하는 방식이 좀 요즘이랑 많이 달라서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아마도 이 책이 고전 치고는 그나마 완전 생초짜였던 제가, 고생고생 하면서도 한달 넘게 들여서라도 읽을 수 있었던 건 아마 1800년대 후반의 책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고전이니만치, 작품성은 훌륭합니다. 챕터북과 현대물들로 내공 쌓으시고 꼭 한 번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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