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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Gone Girl by Gillian Flynn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8. 25.

2012년에 처음 출간됐다고 하는 이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건, 2014년에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4년에 영화화 되는 것을 앞두고 있어서 그 전에 읽어야 된다는 생각이 원서 읽기 카페에서 팽배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래, 다른 책을 읽으려고 목록을 짜 놓았던 상태였지만,  호기심도 일고 다들 읽으니까 하고 이 책을 읽게 됐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 책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뭐라고 말하기가 참 힘든 책입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세 부분이 다시 자잘한 챕터들로 나뉘어져 있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서술하는 사람이 여자 주인공인 에이미(Amy)였다가, 
남자 주인공인 닉(Nick)이었다가 오락가락 합니다. 

그래서 좀 헷갈릴 수가 있는데, 아마도 그것을 방지하려고 작가는 누가 서술하는지도 써놓고, 때로는 날짜를 써놓는다거나 합니다. 날짜가 아니어도 시기가 언제쯤인지 알 수 있게 제목을 만들어 둡니다.

원서 표지입니다. 제목하고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요?

첫 번째 부분과 두 번째 부분, 그리고 세 번째 부분을 읽으면서  점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부부의 실체에 대해서 파악해 갑니다.  그리고 아마 다 읽고 나면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될 겁니다. 이런 줄거리가 가능한지, 아니 이런 막장 줄거리가 역시 재밌긴 한데 이래도 되나 싶은 그런 내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나름 재밌게는 읽었지만, 꼭 과정과 결과가  이래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정상적이고 푸근하고 따뜻하고 안정적인 이야기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절대 안 맞는 책입니다. 반면에, 박진감 넘치고 전개 넘치고, 좀 어떤 면에서는 말도 안 되지만 재밌는 이야기 찾으시면 이 책 괜찮습니다.

장르는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이면서 부부생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읽는 과정에서의 재미는 보장된 책입니다. 그러니까 영화도 나왔죠.  그렇지만, 다 읽은 다음에 찝찝한 마음도 묵은 때처럼 간직하게 될 수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 영화도 봤는데 영화는 뭔가 좀 더 순한 맛인 것 같고 간결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책에 훨씬 많은 내용이 들어 있어서 영화 보면서는 별달리 엄청 잘 찍었다거나 그런 느낌이나 기억이 없이  책 내용 중 일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수준으로 봤던 것 같습니다.  봤는데도, 기억이 잘 안 나는 영화였습니다. 

번역본 표지입니다. 아직도 팔리고 있습니다.

이 책 두께는 대략 판형에 따라서 다른데, 400쪽 내외라고 보시면 됩니다. 약간 두껍게 느껴질 수 있는 책입니다. 하드커버로 사지만 않으신다면, 종이책도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는 있습니다. 전체 챕터는 대략 48개 정도인데, 들쭉 날쭉한 길이라서, 짧은 챕터도 있고 긴 챕터도 있습니다. 

챕터가 번호가 매겨져 있는 게 아니고,  날짜와 누가 서술했느냐 그런 것이 있는 형식입니다.  챕터가 긴 게 좀 있어서, 읽는 숨이 짧은 분들이 도전하기는 힘들지 싶습니다. 그리고 줄거리가 조각 조각 주워 모아서 전체를 엮어가는 식이라서, 아주 초급이신 분들이 이런 식으로 읽으면서 전체 줄거리 파악하시기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초급용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생각보다 문장이나 단어가 많이 어렵지 않고, 작가가 헷갈리지 않도록 제목을 잘 정해놓고, 결말에 가서는 다 설명이 있기 때문에 의지와 투지가 있으신 초급이신 분들부터 읽을 수는 있는 책이다 싶습니다.

한글번역판도 나와 있는데, 영화 나오기 전에 2013년에 이미 나와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잘 팔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섞인, 제가 2014년에 읽고 적어놓은 것을 약간 고쳐놓은 것입니다. 
스포일러 원치 않으시면 아래 부분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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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입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고, 
여주인공인 에이미와 남주인공인 닉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서술하는 방식으로 돼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뭔가 에이미가 기존에 봐 왔던 영어권 이야기책 속의 여자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차라리 우리나라 며느리같이도 느껴지고,  미국도 참 가부장적이구나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닉에 대해서도 좀 그랬습니다. 가부장적이고 개화가 덜 된 것 같고요. 

어떤 면에서는 닉이 무덤덤하고 무책임하고 자기 중심적인 남자라서, 미국이라는 배경으로는 주인공으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약간 이 책을 로맨스로 생각하고 본 관점은 그랬습니다.

두 번째 부분으로 넘어가서는 에이미가 실종된 상태에서 전개가 되는데, 에이미가 본래 그렇게 착하기만 한 며느리가 아니었고, 닉을 엿먹이기 위해서 오랜 세월 일기장까지 가짜로 써 가면서 준비해 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나같은 사람은 절대 할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게 긴 시간을 들여서  주도면밀하게 복수를 준비한 에이미가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에이미는 결혼해서, 닉과 함께 뉴욕에서 살다가 둘 다 실직하고, 권태기까지 왔지만, 닉의 제안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닉이 살던 시골 동네인 미조리까지 왔던 겁니다. 그런데,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닉은, 에이미 입장에서는 자신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닉에게 복수하는 것은 나름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현실에서, 남자가 저렇게 바람을 피우면 여자가 이혼하는 거 말고, 자신을 죽인 살인자로 누명을 씌우고 사라지는 그런 일을 누가 할 수가 있겠나 싶습니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도 여자가 결혼해서 살다 보면, 남자는 사회적으로 무언가 하고 있지마는  여자는 모든 것을 다 내던져 버리고 올인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겠고, 그렇게 사회생활 하던 거 내던진 뒤에 남자가 바람이 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는 건 한국사회나 마찬가지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직장도 없이 남편 하나 보고 살다가,  남편이 바람피면 이혼 말고는 복수 방법도 없고  내 인생을 돌려받을 길도 없어지는 판국에 이판사판이다 에이미처럼 복수하고픈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을 수가 있을까요? 아마도 작가는 그런 측면에서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에이미의 과거행적까지 들추면서, 작가는 에이미를 싸이코패스로 몰아갑니다. 그리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하면서요. 살인을 하는 부분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가는 전개였습니다. 충격적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왜 하필 에이미가 싸이코패스가 돼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기존의 소설들에서 그런 게 있었겠죠.  남편이 바람나고, 남편한테 성실하게 모든 것을 갖다받치고  희생해 오던 아내는 용의주도하게 계획해서 남편에게 복수하는 소설이요.  아마도 작가는 뭔가 그것과 다른 것을 쓰고 싶었던 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 싸이코패스여야 하는가 말입니다. 

바람핀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은 여자의 마음 속에는,  그 남편에게 복수하는 것은 사악한 짓이라는 생각이  내재해 있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작가 자신의 마음 속에 여자가  남편의 일시적인 바람을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용서하지는 못하지만 에이미처럼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불끈불끈 치솟지만  그 짓은 차마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는 겁니다. 

닉의 바람피는 부분 묘사에서도, 바람피는 상대 여자가 꼬리치는 것으로 느껴지고, 그냥 바람피게 된 정황이 그냥 닉 성격에 나쁜 짓을 하려고 그랬다기보다는 그냥 상황이 그랬다는 식으로 넘어갑니다. 나쁜 짓이라는 소리는 닉도 하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만 제가 읽기론 그냥 인간적으로 그럴 수 있지 하는 식의 묘사로 느껴집니다. 

그래, 에이미는 싸이코패스이고, 에이미같은 싸이코패스가 아닌  우리는 남편에게 저렇게 복수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착하지 아니한가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아닐까요? 

끝으로, 에이미는 남편에게 협박 걸면서 뒤에서 조종합니다. 
남편이 태권브이도 아니고, 지가 태권보이를 조종하는 철이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아내들의 마음 속에는 철없는 남편이 술먹고 친구 만나고 실없는 짓하고 돌아다니는데, 조종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린 심리를 묘사하고 있는 듯합니다. 

결국 반기를 드는 남편을 임신 한 방으로 KO시켜버리는 에이미를 보면서,  그렇지 여자 임신 한다고 그렇게 다들 벌벌 떠는 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아이를 가져도, 그다지 에이미처럼 대접은 못 받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결국 여자들은 남편들이 어떻게 나한테 부당하게 대우해도,  아이가 엄마에게 응석피우듯이 살아도, 에이미처럼 복수도 못하고 산다고요. 

그래도 에이미처럼 복수하는 애는 싸이코패스니까, 오늘도 착한 내가 참아야지 그렇게 살라는 게, 그게 작가가 글 쓴 의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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