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fiction)

[서평] The Guernsey Literary andn Potato Peel Pie Society by Mary Ann Shaffer, Annie Barrows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8. 28.

2014년에 이 책을 읽게 된 건, 그냥 우연히 할인이 떠 있어서였습니다. 우선 아마존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할인하는 책을 광고하는 거였던지 떠 있었습니다. 이 책 표지가 뭔가 저를 강하게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인을 하는 가격이 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을 하기도 했습니다. 

책 표지 그림과 할인이라는 이 강력한 두 가지 무기는 저를 도깨비에 홀린 듯이 이 책을 사게 했고, 샀으니 읽어야지 하고 읽게 된 겁니다. 아주 단순하고 간단하고 저렴한 이유였습니다.

이 표지입니다. 저를 유혹한 표지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놀랐던 건, 이 책이 그냥 part one, part two 그렇게만 구분된다는 거였습니다. 책이 이런 식으로 되면 어떻게 끊어 읽나 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별로 걱정할 건 없습니다. 이 책은 서간문 형식의 책입니다. 계속 편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편지글을 읽으면서 내용이 파악이 됩니다. 

서간문 형식으로 읽어나가면 줄거리가 잡히는, 이런 책은 처음 읽어본 것 같습니다. 아, 근데 중간 중간에 편지가 다 나오지는 않고, 편지 내용이 좀 생략된 것 같은 게 몇 개 있긴 했던 것 같긴 합니다. 이게, 읽어 보면 책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서술되는 것과 참 느낌이 다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주인공 내면까지 다 알고,  왜 이렇게 됐는지 다 소상히 설명해 줄 때가 많아서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해 지는 느낌이 들지만,  뭔가 내가 소설을 읽고 있다는 것을 더 느끼면서 읽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읽는 독자는 그저 작가가 해 주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만 끄덕이면 되는 형식이라서,  작가가 일방적으로 쏟아놓는 것을 듣고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굉장히 수동적인 독서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서간문 형식이라는 것은 편지들을 읽고 상황을 독자가 판단해야 돼서 굉장히 열심히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좀 더 능동적인 독서를 해야 줄거리가 들어오는 형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편지글로 쓰여진 책은 뭔가 내용파악이 어렵고,  읽어내기가 지루하거나 힘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훔쳐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혹은,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편지를 역사적인 증거인데 우리가 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이게 비록 소설이지만,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로 있었던 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씌여진 편지들을 내가 읽고 있는 겁니다.

편지글로 읽어도 내용이 잘 들어오고, 너무 재밌었습니다.  차라리 그런 형식이라서, 실제로 있었던 일같이 느껴지고  등장인물들이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마법이 있었습니다.  나름 잔잔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속에서도 2차 세계대전의 큰 파고를  느끼게 해 주는 게 느껴져서, 이 책을 쓴 작가가 참 내공이 대단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신비한 힘에 의해서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듯이,  읽으면서 완전 빠져 들어서 읽게 해 주는 그런 책이었고,  작가가 억지로 애써 독자로부터 감동을 얻게 하려는 것 같지도 않은데,  다 읽고 나면 감동이 느껴지고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참 괜찮은 책입니다. 물론, 결론이 좀 빤한 해피엔딩인 것도 사실입니다.

2010년에 나온 한글 번역서입니다.

이 책이 이렇게 더 진실되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편지글의 문체에도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문체가 확 달라집니다. 같은 작가가 쓴 것 같지 않고, 쓴 사람의 체취가 느껴질 것 같은 문체랄까요. 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진짜 그 사람이 쓴 것 같이 성격이 묻어나는 그런 편지라서, 문체가 좀 투박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가볍게 느껴지거나, 뭔가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편지글들을 읽다 보면,  엄청 대단한 책을 읽고 있다 싶은 생각보다는,  그냥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 새 젖어들게 되고,  그러다 푹 젖게 해 주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다 읽고 보면 참 좋은 책이었네 싶은 생각 절로 드실 겁니다.

2018년 한글 번역판 개정판의 표지입니다.

장르로 보자면 소설이고, 소설 중에서도 역사 소설인데,  2차 세계 대전의 엄혹한 상황을 그려내고 있는 소설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저항세력을 꾸릴까 봐 함부로 모이지도 못하게 하는 지경이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냥 책 읽는다니 전시상황에서 너무 한가해 보입니다.

그래서, 먹을 것도 부족하니까, 감자껍질로 파이를 만드는 모임이라고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시도도 해 봅니다. 책은 판형에 따라서 다른데, 322쪽 정도의 일반적인 소설 두께이고, 나눠지기는 part one, part two 딱 이렇게만 구분되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편지글이 여럿 나오기 때문에 짤막 짤막하게 끊어읽기 괜찮습니다.

난이도는 많이 안 어렵게 느껴져서 초급용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와 있습니다.

이 책 2018년에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돼서 지금 넷플릭스 들어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원서는 2008년에 처음 출간됐지만, 지금도 꾸준히 읽히고 있고, 북클럽도 많이 열리고 있는 책입니다. 한글번역판은 2010년에 나왔었는데,  현재는 절판됐다가, 2018년에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할 시점에 개정판이 나와 있습니다. 

2010년판은 현재 중고가 아니면 구할 수 없고,  2018년 개정판은 새 책도 구할 수 있고, 이북도 나와 구매 가능합니다.  영어 원서가 부담스러우시다면, 영화나 번역판으로 즐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아직 영화를 못 봤는데, 조만간 시간이 나면 볼 예정입니다. 책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영화가 어떨 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