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하자면 마법같은 책이었습니다.
두꺼운 책 한번 읽어보자고 시작했고, 한 달만에 끝내고 싶었으나 읽는데에는 한 50일 걸렸지 싶습니다. (정확히는 찾아보면 알겠지만 찾아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 책은, 좀 뭐랄까 좀 이상합니다.
그래서 마법같다는 겁니다.
이 책의 문체가 전 참 마음에 안 듭니다.
어떻게 보면 저랑 좀 비슷합니다.
할 말, 안 할 말 못 가리는 것 같이 구구절절한 만연체입니다. 제가 글은 만연체로 쓰는데, 읽은 것은 뭔가 딱 떨어지고 간결한 문체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읽을 때, 무언가 작가의 통찰력이랄까 그런 것니 느껴지기보다는, 책 내용이 그래서 그런지, 무너져 가는 박물관 속을 계속 헤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작가는 인생이 그렇고 세상사가 그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묘사를 한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참 나름대로 잘 쓴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 답답한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뭔가 가슴 트이는 내용을 원하시는 분, 스트레스 풀 생각으로 책을 잡으시는 분은 절대로 이 소설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하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단 잡으면 계속 붙잡고 있게 합니다.
보통 문체가 안 맞는 작가는 절대 오래 붙잡고 있지 못하는 게 다반사인데, 이 작가는 문체가 마음에 안 드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잡고 읽게 만듭니다. 게다가 만연체인데도 이상하게 읽으면서 대충 이해가 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뭘 읽었는지가 기억이 안 납니다.
그냥 쭉쭉 잘 읽히길래 읽었는데, 다 읽고 시계를 보면 무슨 미래로 시간여행이라도 한 양, 별로 읽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후딱 갑니다. 그래, 이 책은 무슨 신선놀음 구경하다가 도끼자루 썩었다는 나뭇꾼이 된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그래서 마법같은 책이었다는 겁니다.
전체적으로는 재밌었습니다. 어디로 갈 지 모르는, 무너져가는 박물관을 계속 돌아다니는 느낌도 그렇고 이야기 구성은 나름대로 잘 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 읽어갈 즈음에 나름대로 갑자기 꼬였던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풀려가면서,
작가는 주인공의 친구의 입을 빌어서 나름대로 작가가 생각한 세계관이나 주제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나름 작가의 통찰력과 명쾌함이 갑자기 나타나서 무너진 박물관에서 막 나온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름 굉장히 종교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종교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신의 섭리 같은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 봐서, 기독교 쪽에 가까운 분위기의 책입니다.
저 스스로도 나름 신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 부분도 잘 읽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종교나 신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읽는다면 상당히 막판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분들이 이 책에 대해서, 다 읽고 나서 “속았다.”라는 표현들을 했겠구나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면, 아무래도 이미 이런 풍으로 결말이 난 소설들은 이미 예전에 있었구나 싶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을 겁니다. 작가는 주인공 친구의 말에서 끝내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세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주인공인 Theo(테오)의 시선으로 처리하면서 약간 주제를 뭉개면서 끝을 냅니다.
뭐, 신의 섭리에도 불구하고 그 섭리에 따라서 절대악이거나 나쁜 것 같은 것이 결국 선한 방향으로 결말이 났다는 것에서
그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악몽 속에 살았던 주인공은 그저 이렇게 말하고 행복해 하기엔 너무 마음이 힘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서 신의 섭리가 이렇게 저렇게 된 거구나. 세상엔 모든 게 다 필요한 거야. 결국 신이 다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가시는 거야. ”
이 책은 작가의 문체에 빨려들어가서, 중간에 읽은 게 기억이 안 나는 책입니다. 작가의 만연체에 빨려 들어가서 읽다보면
내용이 머릿속에 안 들어오고 드문드문 단어나 구절만 읽다가 어느 순간 읽은 페이지는 몇 페이지 넘어갔는데 뭘 읽었나 모르겠고, 나중에 주인공이 Goldfinch 그림을 갖고 나왔는데 기억이 안 나고, 그래서 다시 찾아서 읽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되풀이 해서 읽고 나서야 줄거리가 가닥이 잡힌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는 소설가가 아니라, 최면술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 읽으신 다른 분들은 어떠셨나 궁금합니다.
이 책, 번역본이 있습니다.
2014년에 이 책이 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읽는 원서가 됐기에 저도 2015년 연초에 읽었던 책인데, 그래서 2015년 5월에 번역본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책이 판형 따라 다르지만 760쪽에서, 864쪽까지로 나오는 긴 책인데다가, 만연체라서 번역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굿리즈에 보면 원서의 평가가 별 5개 만점에 별 4개인데, 번역서의 평가는 별점 10점 만점에 8.7인 걸 보면, 번역이 잘 됐으니 원서보다 번역서 점수가 더 높겠지 싶습니다. 전 여전히 번역서를 읽어보진 않았습니다.
원래 영화화 됐는 줄은 모르고 살고 있었는데,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써 놓은 글을 정리하면서 찾아보니, 영화가 나와 있었네요. 책은 2013년에 나왔는데, 영화는 2019년에 나왔나 봅니다. 네이버 영화평은, 영화 본 사람이 적은 지 여자 분 한 분과... 남자 분 한 분이 평을 해 놨는데...
10점 만점에 남자 분은 1점, 여자분은 10점을 줘서, 평점이 5.5점입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기회 되시는 분들은 보고 영화는 어땠는지 말씀 좀 해 주세요. 현재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는 없고, 시리즈온, 쿠팡 플레이, 웨이브 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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