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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Room by Emma Donoghue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7. 2.

이 책은 워낙 유명해서 꼭 읽고 싶던 차에, 2011년에 원서 읽기 카페에서 북클럽이 열렸기에 읽었던 책입니다. 책 읽는 데 든 시간은....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애들이 어려서 쫓아다니면서 한 장 읽다가 한 줄 읽다가 읽은 줄 모르고 읽은 줄 또 읽다가 애 재워놓고 읽다가 한 20시간 안 걸렸겠습니까.

제가 페이퍼백으로 사서 읽었던 미국판 책 표지입니다.

 

이 책은 원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이 나온 이래로 더 실제 이야기가 조명되고 해서, 줄거리 대충 알고 산 책이었지만  새로 읽기 시작한 책들이 흔히 그렇듯이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난해한 파편처럼 느껴져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뚜렷하게 어려운 것도 없는데 읽으면서도  나만 너무 힘들게 읽고 있는 느낌에 약간의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같은 책인데, 영국판 표지는 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제가 읽은 책은 미국판으로 321쪽 정도의 두께였지만,  영국판 판형이 402쪽 정도로 나와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국판 표지가 좀 뭔가 끔찍한 느낌이 들고,  미국판 표지가 깔끔하고 예쁜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듭니다만,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생각하면,  영국판 표지가 실상은 더 잘 알려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책 두께도, 제가 읽은 것부터가 300쪽이 넘는 데다가,  책이 챕터가 제대로 나눠져 있지 않습니다.  내용이나 문단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끊어 읽을 수 있는 대목들이 있습니다만, 읽는 숨이 짧은 분들이 읽기에는 좀 간격이 길다 싶습니다.  그래서 초급이라서 챕터북 읽으시던 분들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싶습니다.

영화 보스터입니다. 영화는 안 봤지만, 포스터만 봐서는 책 안에서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너무 잘 묘사해 놓았습니다.

이 책, 2016년에 영화화도 됐습니다. 영화는 찾아보지 못했습니다마는, 영화화 된 이후로는 표지도 영화 포스터처럼 바뀐 게 많이 나옵니다. 영화 평점이 10점 만점에 9.04인 걸 보면 영화도 재미나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한국어 번역판 표지입니다. 영화 표지

 


2016년 영화화 되는 것을 앞두고,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내놓았었는데, 번역본이 상태가 안 좋았던 건지, 
현재는 절판된 것으로 보이니,  번역본을 찾으시는 분들은 헌책으로 찾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이니 원치 않으시면 여기까지만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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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책 내용은, 한 여자가 납치 돼서 방 안에 갇혀서 사는 겁니다. 납치범의 성폭행으로 인해 어린 아이도 낳아 기릅니다. 여자가 낳은 아이의 이름은 ‘잭’입니다.  납치범에게 몸을 팔듯이 몸을 맡기는 엄마가  낮에는 잭에게 세상에 이렇게 좋은 엄마일 수가 없습니다.

납치로 인해서 이루어진 억지스러운 관계지만, 납치범이 엄마 위에 군림하고 엄마는 살살 눈치 보고 그런 게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흔히 있는 부부관계와 유사한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와 단둘이 있는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로지 납치범이 가져다 주는 음식이나 옷가지,  세제 등 생필품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구조가 외벌이 집안의 가부장적인 가정과 비슷해진 겁니다.

이 책에 나오는 잭의 엄마라는 사람은  세상에 초인도 그런 초인이 없는 것 같고  방 안에 갇혀서 납치범한테 당하면서도  애를 얼마나 잘 키우고 방 하나라지만 살림도  너무 잘 하고 완전 완벽한 인간입니다. 그렇지만, 방이라는 그 공간과 가부장적인 납치범과의  부부아닌 부부같은 관계를 보면서 억눌리고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납치범을 속이고 대탈출을 감행하는 부분에서는 얼마나 책장이 잘 넘어가던지 모릅니다.  그 다음부터는 나름 일사천리로 읽어나갔지만  그건 작가의 문장이 익숙해져서 였습니다. 

뭔가 방을 탈출한 이후에는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든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세상에 나와서 며칠만에 인터뷰를 하면서  엄마는 잭의 대학 학자금부터 걱정을 합니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엄마는 결국 애 대학 보낼 궁리부터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잭을 보면서 실제 방 안에 갇혀 있었던 아이들은 19살이나 된 아이도 있었고  제일 나이 어린 게 잭의 나이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적응이라는 게 소설에서처럼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실제 방에 갇혀 있던 엄마도 잭의 엄마처럼 지혜롭게 애를 키우기만 하지는 못했을 것인데  결국 소설이라 미화되고 부드럽게 지어진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슬프기도 하고 그러네요. 

실화 속에서는 낯선 납치범이 아닌, 여자의 아버지가 딸인 여자를 납치해서 자기 집 지하실에 살림을 차려놓고 딸을 가둬두고 성적으로 유린했던 사건입니다. 딸은 무려 24년이라는 기간 동안 7명의 아이를 낳으면서 갇혀 살았다고 합니다. 친아버지에 의해서 자행된 납치, 감금과 성폭행 사건이니, 실제가 훨씬 더 잔인하고 끔찍하고 성도착적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예전에 읽었던 동화에 숨어있는 비밀들에 대한 책들에 잭과 콩나무 이야기가 나온 기억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동화에서는 새엄마는 마녀로 나오고  아빠같은 경우에는 역할이 거의 없던가 아니면  아빠는 아빠로 나오는 게 아니라 잭과 콩나무의 거인처럼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잭의 이름이 잭인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이 소재를 통해서 보통 일반적으로 작가들이 신화의 한 부분을 모티브해서 집어넣듯이 납치범을 상대로 엄마를 구하는 것으로  토대를 삼아서 결국 아이의 이름을 잭과 콩나무에서 따서 지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죠.

때로는 소설이 세상 삶보다 더 슬플 때도 있지만, 세상이 소설처럼 아름답고 부드럽게  모든 문제들이 풀려 나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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