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서 제로니모 스틸턴 만화를 먼저 봐서 친숙한 상태에서 읽었기 때문에,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니, 오래 전부터 알던 친구를 다시 마주한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책을 펼쳐보니 이리저리 격정적으로 굴러다니고 요동을 치는 활자가 보였습니다. 무언가 소란스러우면서 무척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주인공인 제로니모부터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쥐인데, 주요 등장인물들에 번호까지 붙여서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로니모가 사는 도시라면서 뉴 마우스 시티 그림도 나오고, 그가 사는 나라인 마우스 아일랜드가 지도에 번호까지 붙여 가면서 설명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작가 이름이 뭘로 나오는 지 아세요?
바로 Geronimo Stilton(제로니모 스틸턴)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주인공이 작가입니다. 실제로 Geronimo Stilton이 ‘나’가 되어서 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말 있었던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하고 읽으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이 책 말고 Geronimo Stilton의 여동생인 Thea가 만화 동영상에도 나오고 챕터북을 보다가 봐도 가끔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여동생인 Thea가 쓴 걸로 돼 있는 책 시리즈도 있다고 합니다. 이 시리즈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마는, 이 시리즈는 작가가 Thea Stilton이라고 돼 있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Geronimo Stilton의 Universe에 갇혀 보라고 하는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Geronimo Stilton 챕터북 시리즈가 굿리즈에서 찾아보면 82권까지 있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저는 다른 책들도 읽어야 하고, 이 Universe에 빠지기 싫어서, 재밌었지만 10권만 읽었습니다. 한 번 빠지면 못 나올 것 같기도 해서요.
mouse(생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겁쟁이를 말하는 표현에 해당하는 Scaredy-cat 이라는 단어가 Scaredy-mouse로 바뀌어 있는 식으로 일반적인 단어들이 말장난으로 바뀌어 있는 게 종종 나와서 참 재밌습니다. 생쥐가 주인공이니까, 느닷없는 부분에서 생쥐가 좋아하는 치즈로 표현이 바뀌어 있다거나 치즈 관련된 무언가로 물건에 대한 표현들이 바뀌어 있는 것들이 재밌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어렵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두세권 읽고 나면 이런 것들은 적응이 됐습니다. 일단 그렇게 익숙해지면서 Geronimo Stilton이 하는 모험담 속으로 빠져들어 신나게 읽었습니다. 약 113~128페이지 정도의 길이로 권마다 약간 길이의 차이는 있습니다. 이것보다 얇은 챕터북(Magic Tree House, Marvin Redpost, Junie B. Jones)을 먼저 읽고 읽었더니, 챕터북이지만 짧다는 소리는 안 나오더라구요.
펼쳐보면 글씨도 빽빽한 편입니다. 보물을 찾는다거나, 이집트 피라미드에 간다거나, 귀신 나오는 집에 간다거나... 책 제목만 보셔도 대략적인 내용을 알겠지만 다양한 곳에 가서 모험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라서 지겨울 틈이 없는 책입니다. 만화를 먼저 봐서인지, 읽는 것 자체가 TV 만화 시리즈를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더 신나고 재미난 모험을 하는 것 같아서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챕터도 굉장히 짧은 챕터가 여러개 있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그래서 끊어 읽기도 괜찮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 쫓아다니면서 읽기에도 적합한 책이었지 싶습니다. 다만 적응이 된 뒤에도 단어 가지고 장난을 친 것들을 읽어내는 게 약간 어려웠습니다. 뭐랄까, 전 원어민도 아니고 해서, 단어로 장난친 것에 대해서 반응이 좀 느렸달까요.
웃음이 5초나 10초 뒤에 빵 터지긴 했는데, 그게 뭔가 읽으면서 좀 힘들었습니다. 저조차도 그랬으니, 아직 영어 단어나 숙어가 익숙하지 않은 초급 리더에게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책들 많이 읽고 도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책 재미는 보장! 난이도는 챕터북 치고는 말장난이 많아서 어려운 편!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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