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존재도 모르다가, 이북카페에서 누군가가 꼭 읽어보라고 조언해 주셔서, 읽을 책 목록에 넣어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영국식 단어 너무 생소한 데다가, 엄청 똑똑한 Eleanor는 내가 아는 일상적인 단어보다는 고품격 단어를 쓰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도 어지간히 인간관계 잘 하지 못하는 편인데,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Eleanor에게는 나도 좀 힘들었고, 계속 뭔가 나랑 핀트가 안 맞는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만 계속 하면서도, 뭔가 추천해 주면서 꼭 읽어보라고 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싶었습니다. 이 책만이 가진 뭔가가 있을 거라는 자꾸 속으로 되뇌면서 읽어가니, 어느 덧 30% 정도 읽은 겁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저는 이 책에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30% 넘겨 읽고 나면, 나랑 안 맞는다 싶어도 끝까지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반 넘겨 읽으면서 뭔가 이 책이 재밌다가, 별로였다가를 반복하더니, 어느 덧 나는 이 책에 푹 빠져 들어서 ‘이 정도면 금방 다 읽겠는데?’라고 하고 있었고, 그때는 70% 정도 읽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70%를 읽는 데에는 열흘도 넘게 걸린 것 같았는데, 나머지 30%를 읽는 건 그냥 이틀에 끝났습니다.
이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래는 줄거리를 써 놨었는데, 줄거리는 지웠습니다. 책에 대한 느낌으로 바꿔 보면서, 되도록 줄거리를 덜 나오고 느낌 위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안 읽으시면 됩니다.
전반적인 책 분위기는 절반 이상이 좀 우울합니다. 그래서도 진도 빼기가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목이 'Elea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이라는 게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책 시작에서 쓰이고 책이 다 끝나갈 때도 쓰입니다. 그리고 시작할 때의 의미는 반어법이라면, 끄트머리에 나오는 것은 진짜 그 문자 그대로의 의미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 읽고 나면 좀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앞부분이 무거운 만큼 더 가벼워 진달까요.
어린 시절 잘못된 양육으로 상처받고 자란 여성이 그 상처를 딛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중간에 내용이 아주 복잡다단합니다. Eleanor가 인간관계는 잘 안 되지만, 9년 동안 직장을 다닐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똑똑하고 바른 여자인 것이고, 생각이 아주 많기 때문이니까요. Eleanor라는 인물에 대해서 별 다른 설명 없이 지금의 괴팍한 상태만 묘사되는 앞부분은 그녀가 똑똑한 만큼, 그리고 어둡고 자기 세계에 빠진 괴짜인 만큼 더 힘이 듭니다.
그러나, 일단 그녀의 현 상태를 묘사한 뒤의 이야기 전개는 느리지 않고 적당한 속도로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우울한 가운데서도 읽을 힘이 생기게 해 주는 측면이 있긴 합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벤트와 사람들 속에서, 인간관계가 뭔지도 모르던 Eleanor는 차차 배워 가면서 결국 자신을 무시하던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도 회복해 갑니다. 결국 멀리서만 찾던 사랑이 바로 자기 옆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사랑도 찾고 심리상담을 통해서 현실을 자각하면서, 과거 잘못된 양육으로 인한 무거운 짐을 덜어냅니다.
초급이신 분들이 읽기에는 그다지 추천되지 않는 책입니다. 챕터가 짧은 건 굉장히 짧고, 대체로 그다지 길지 않은 편이지만, 읽는 숨이 길지 않은 분은 약간 부담될 것 같은 길이의 챕터도 있었습니다. 책 두께도 390쪽이니까, 좀 긴 편이라고 봐야 겠죠. 챕터 갯수는 대략 41개입니다. 엄청 신나는 책은 아니니 알고 읽으셨으면 좋겠고, 다 읽고 나니 좋았네 싶어서 저도 한 번쯤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남았습니다. 앞부분이 좀 힘들어서 강추까지는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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