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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non-fiction)

[서평] AI 2041 by Kai-Fu Lee & Chen Qiufan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8. 3.

원래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없었습니다. 
다른 책들을 읽으려고 목록을 만들어 뒀었는데, 
갑자기 AI 관련된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작년에 할인하길래 사뒀던 기억이 난 겁니다. 
그리고 AI는 시대의 화두니까, 
지금 빨리 이 책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어야 될 책이기는 했으나, 
이 책을 산 것도 읽기로 한 것도 참 후회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던 책으로 남았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AI 관련 업계의 최전선에서 일했다가 은퇴하고, 
한 명은 SF 소설가, 또 다른 한 명은 캐피탈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내야겠다고 느끼고는, AI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자료를 모아서 현재의 AI 관련 산업의 발달 상태를 보고 
20년 뒤인 2041년에 어떻게 세상이 변해 있을까 하는 것을 
10개의 꼭지로 글을 써서 책으로 출판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2021년에 나온 이 책이 잘 안 팔렸던 것인지, 
아니면 잘 팔리는데 더 잘 팔아 보려고 했던 것인지 할인을 해서 제가 산 겁니다.

원서 표지입니다. 아무래도 AI랑 41이랑 일부러 비슷하게 보이게 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게 아주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표지가 저 보기엔 아주 세련돼 보입니다.

AI 관련 업계를 떠난 사람 둘이라고 스스로들 말하고 있지만, 
이전에 AI 관련 업계의 중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면, 
지금은 한 명은 SF 소설을 쓰고, 한 명은 캐피탈 회사를 하면서 
동시에 AI와 관련된 일의 변방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주 현직을 떠난 사람들이 쓴 책이라고 보긴 애매합니다. 
우리는 chat GPT 3가 2022년 12월에 나온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같은 회사에서 GPT-3라는 이름으로 이미 나와서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나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걸로 말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점 때문에 앞으로 AI가 화두가 될 것을 예상한 작가들이 
이 책을 2021년에 급하게 쓴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급하게요. 

기본적으로 책의 기획의도는 아주 좋았습니다.
10가지 꼭지를 정한 것도 괜찮고요.
이 책은 1꼭지마다 먼저 관련된 장소의 나라의 말로된 짧은 시나 격언 같은 게 나오고,
작가 중의 한 명이 짧은 첨언을 한 다음에, SF 소설 한 편이 펼쳐집니다.
2041년이 이 기술에 대해서 이 나라에서는 어떤 생활상이 펼쳐질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소설이 끝난 뒤에는 그 기술에 대한 현재의 상황과
2041년에 전망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됩니다.
아주 매력적인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소설 부분이 정말 엉성합니다. 
작위적이고, 별로 재미도 없고 읽어내기가 너무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막상 에세이 부분으로 오면 나름 괜찮습니다. 
다만 이 에세이 부분이라는 게 AI관련 산업의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예상이기 때문에 소설처럼 팍팍 읽어지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리고 에세이가 내용이 괜찮고, 소설이 아주 별로지만,
 에세이만 읽으랄 수도 없습니다. 
소설을 읽어야지 에세이 부분이 연계되면서 
이해가 잘 되도록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읽어내기가 참 어려운 책입니다.

또 하나 이 책의 단점은 미래의 AI의 발전에 대해서 
굉장히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한다는 겁니다. 
AI가 가져올 윤리적, 정치적, 도덕적, 사회적, 심리적 문제의 파급에 대해서,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이고, AI는 대체로 약점보다는 강점이 많고, 
사회에는 이익이 되는 점이 해가 되는 것보다 더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주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작가는 현재 미국에서는 이미 사람보다 집이 남아나는 상황이고, 
먹거리도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인데, 
미국에서는 음식이 버려지면서, 굶주리는 사람들은 한 편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풍요로운 세상이 이미 어느 정도는 와 있다고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아무리 풍요를 가져온다 해도, 
결국에는 누군가는 그 풍요가 가져온 부를 창고에 쌓아놓고 있을 것이고, 
그 창고 밖 세상에서는 여전히 굶주림과 궁핍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AI가 가져오는 풍요의 세상은 소수의 집단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가지지 못한 다수를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괴롭히는 디스토피아 세상이 될런지도 모릅니다.

AI가 화두이니만치, 이 책 번역본이 금방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표지는 마음에 안 드네요. 읽어달라고 구걸하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도 이 책은 지금 읽어야 될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재미 없고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소설을 읽고 나서, 
에세이를 읽으면서, 앞으로 20년 뒤의 세상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고, 
준비할 마음을 보다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하게 도와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럽지만 약이 될 수도 있는 이 책, 읽어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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