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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non-fiction)

[서평] The Life-Changing Magic of Tidying up: by Marie Kondo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6. 26.

아마존에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평소 집정리를 잘 안 해서, 애 친구도 집에 놀러오라고 맘대로 못하게 합니다. 원래, 청소정리를 잘 못하고 잘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꺼리낌도 부끄러움도 없었습니다.

내 방 내가 그렇게 지저분하게 쓰겠다는데, 남이사~! 이런 식으로 인생 살다가 결혼하고 나니, 청소 정리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청소 정리에 대해서, 없던 열등감마저 갖게 되었고, 실제로 이는 역설적이게도 결혼하기 전보다 집이 더 지저분해지는 이상한 결과마저 낳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포함해서 몇몇 정리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영어로도 읽고 한글로도 읽었는데요,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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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라!

이 아래부터는 제 나름의 거의 책 줄거리에 가까운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여기서 그만 읽으세요.
보통 때 말하던 넌지시 비치는 스포일러가 아닌, 과정 조금 하면 책 줄거립니다.

작가는 같이 집 치우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이 책에서도 버리는 것부터 정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한 번에 정리를 싹 다 하고 평생 정리하는 데에 별 시간 안 들이고 살 수 있다는  아주 달콤한 유혹까지 곁들입니다. 

근데, 이 한방에 그것도 짧은 시간에 평생 정리 대충 마친다는 게, 실은 6개월 정도의 기간입니다. 

길다면 긴데, 평생으로 놓고 보면 짧다는 겁니다.  그리고 버리는 것도, 자신에게 기쁨이 반짝이게 해 주는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버리는 식이라서 보통 어마어마하게 버려집니다.  근데, 생각보다 그렇게 버려도 나중에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면 뭘 버리냐 정하는 것을 물건 주인들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렇게 버리고 나면 다들  기분이 좋고 가뿐한 느낌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에 둘러싸여서 살게 되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일들이 뭔지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의 고객들은,  집 정리 뒤에 직업을 바꾸거나,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원래 하던 일에 더 몰입해서 하거나  하여튼, 그래서 뭔가 진짜 원하는 일들에 집중해서 살다 보니,  인생이 다 더 잘 풀리게 됐다는 겁니다. 게다가 치우고 나면 갑자기 설사를 하거나 어디 아프거나,  얼굴색이 확 좋아지거나 그런 일들을 겪기도 하는데,  결국에는 화색이 도는 사람들은 피부도 좋아지고,  설사 하던 사람은 하루 이틀 지나면 낫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청소 정리 하면서,  버려진 물건들과 함께 오래 묵은 먼지들이 나가고,  게다가 많이 버려서 집에 물건이 적으니까 청소 하기가 더 수월해져서,  전체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살게 되다 보니까,  안색이 좋아진 게 아니겠냐고 합니다. 
제법 일리가 있습니다.

저자는 정리하는 물건들은, 종류별로 아예 하나도 빠짐없이 다 꺼내서 바닥에 쌓아놓고 정리하면서, 딱 두 가지만 정하면 된다고 합니다.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둘 곳.  같은 물건을 여기저기 쑤셔넣지 말고 한 곳에 모으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저기 두다 보면 얼마나 있는 지도 모르게 된다는 겁니다. 

저자의 고객 중에서는, 여기저기 쑤셔넣은 거 꺼내보니,  한가지 물건을 엄청나게 쌓아두고 있었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내게 기쁨을 주는 물건들을 제외하고는, 어지간한 것은 다 버리고 남 주고 나면 거의 다 짐이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줄어들고,  정리의 순서는 옷, 책, 맨 나중에 하는 것이 추억이 깃든 물건들입니다. 

정리하면서 옷은 너무 옷걸이에 걸어서  공간 많이 차지하게 하지 말고,  접는 게 더 적당한 것은 접어서 옷장 속에 넣는데, 
적당히 네모낳게 잘 접어서 세워서 보이게 해야지,  그냥 쌓으면 밑에 쌓인 옷은 옷 자체가 스트레스 받는 데다가,  좋아하는 옷도 갸가 거기 있는 줄 몰라서 못 입고 썩힌다고 합니다. 

책도 나중에 다시 읽는다고 다 모아둬 봤자,  안 읽는 거 대부분이고 어디서 강의 듣고 받아온 프린터물도  결국엔 안 읽고 쌓아만 두게 될 뿐이라는 겁니다.  강의는 그때 가서 들으면 그때 머릿속에 넣어오고 체험한 게 끝이고,  다시 읽으려면 처음부터 강의 안 듣고 관련 책자 읽으면 된다는 겁니다. 

전자제품이나 물건 설명서도,  어차피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다 해결되는데,  그거 모아두고 있는 게 더 경제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저자는 둘째로 태어나서, 부모의 관심을 못 받다 보니까  독립적이 됐기도 했고, 부모의 수고를 덜어주고자  다섯 살 때부터 정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정리 수납에 굉장한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에는 물건을 버리라는 책을 읽은 사춘기 이래로 평생의 절반 이상을 버리고 정리를 시작하는 것을 하면서, 점차로 방법을 이리저리 바꿔 보다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느낀 것으로 책을 쓰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정리된 집에서 사랑하는 물건들만 모아놓고 살다보니, 스스로의 관심사가 뭔지 알게 돼서 청소 정리 수납을 도와주는 회사 차려놓고 일을 하는데, 한번 코스를 마친 고객들은 다시 돌아와서 도와달라고도 안 하는 데도 석달치의 예약이 밀려있고, 딸의 집 정리하는 것을 본 어머니도 자신의 집 해 달라고 신청하는 등 가족 간에도 서비스 이용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못 버리는 것도, 인생 전반 생각해서 잘 마음 고쳐먹고 버리고 정리하고 인생 싹 바꿔서 살라고 합니다.

중간 중간에 작가는 무엇가를 버리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합니다. 안 쓰고 쌓아두는 게 더 그 물건을 위하는 게 아니고, 그 물건도 자신이 갇혀 있지 않고 어딘가로 가서 쓰이는 것을 더 기뻐하고 안도할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쓰는 물건, 집 모든 것에 대해서 경건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실제로 작은 소리로라도 매일 말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렇게 주변 물건이나 집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말할 때,  그 물건들이 인생을 받쳐주는 도구가 돼 준다고요.

213페이지에 달하는, 그다지 두껍지 않은 두께의 이 책은, 5개의 큰 챕터로 돼 있긴 한데, 그 챕터가 또 자잘한 소제목으로 이뤄져 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짧게 돼 있는 데다가  청소 정리를 소재로 하는 책 답게 어려운 단어가 거의 없고, 일본어나 중국어로 된 단어들이 아주 드물게 나오는데,  어차피 다 영어로 설명이 돼 있습니다. 

초급이신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청소 정리가 스트레스인 저한테는  막판에 되려 잘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제목에서 보이는, 정리에 대한 뭔가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 같은 것이, 
초반에는 좀 내비쳤지만 결국 읽어보니 핵심은 버리는 것이고,  그 다음이 정리인데, 기존의 청소 정리에 관한 책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물론, 버리는 물건이든지 남길 물건이든지,  모두 다 사랑하고 존중해 주고자 하고,  살고 있는 집도 아껴주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좀 남달랐고, 안 쓰는 물건 쟁여두는 비법 같은 게 없는 것도  이색적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 읽고 나니 약간의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역시나 배움이나 정리나 왕도는 없는 것이라는 교훈도 얻고 책장을 덮습니다.

(날이 더우니 자꾸 덮습니다....라고 써야 하는데, 덥습니다 여러번 오타 내다가 간신히 씁니다.) ---아무래도 이 서평을 쓸 때가 여름이었나 봅니다. 라고 써 놓고 들어가서 찾아보니 정말이네요. 거의 딱 지금하고 비슷한 6월 26일에 다 읽은 책이니까, 그쯤에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썼을 겁니다. 

한글 번역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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