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G. Wells(에이치 쥐 웰스)란 작가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 작가의 첫 책을 읽은 건 2017년의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단 한 편도 이분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영어로 책 읽기를 하면서 디스토피안 소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디스토피안 소설들을 찾아서 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디스토피아 하면 또 공상과학 소설하고도 연관이 되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책을 읽은 이후에 굿리즈(Goodreads : 세계 최대 서평 사이트)에서 연관 도서 추천으로 뜨는 책에 웰스의 소설도 좀 읽어봐야 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읽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까 짧은 분량의 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렇기도 하고, 이 작가의 책 중에서 굿리즈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이 책, Time Machine(타임 머신)을 읽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보기 한참 전에,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동명 영화인 ‘타임 머신’이 강한 인상을 줬습니다. 그래서 많이 기대를 하고 이 책을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대에 부응했냐 하면, 어떻게 말하기 애매합니다. 대충 반반입니다.
먼저 이 책은 1895년 그것도 1월 1일에 첫 출간된 책입니다. 제가 읽었던 2017년으로 봐서도 나온 지가 122년을 훌쩍 넘긴 책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로부터 7년이나 지났으니 129년된 책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 오래 전에 쓰인 SF 소설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오래 된 만큼 이 책은 시대적 한계도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보지 않는다면, 차라리 엄청 재미나고 신기한 책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영화에서 시작됐지만, 막상 읽어보니 영화하고는 내용이 사뭇 달랐습니다. 영화의 경우에는 타임 머신을 만들게 된 계기 자체가,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주인공은 능력이 뛰어난 과학자였지만, 거기에 로맨스가 깃들여져서 나름 감성을 울려줬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계기는 없었습니다.
영화가 뭔가 더 현대화 됐고, 세련된 줄거리를 보여줍니다. 실제 이 소설에서는 좀 전체적으로 줄거리나 서사구조의 흐름이 밋밋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작가가 쓸데없이 장황하게 설명을 하려고 한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전 그냥 그런 부분들은 그냥 그러려니 했달까요. 전체적으로 과학적인 어떤 정확한 설명보다는 두루뭉술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러한 설명들이 차라리 대중적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쉬워서 그냥 괜찮았습니다.
이야기 구성으로 보자면, 액자식 구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책 자체가 짧은 만큼 에피소드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줄거리가 간결하게 명확하고 책도 짧습니다. 짧지만, 옛스러운 단어들이 군데 군데 나와서 읽는 속도는 나지 않습니다만, 고전치고는 굉장히 읽어내기가 쉽고 짧은 책이었던 것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초급이신 분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초급용 책 좀 읽어서 이제 중급이다 싶은 분들에게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이 책에 대해서 정의하자면 그냥 SF 소설입니다. 촛불과 성냥이 전깃불보다 더 많이 조명으로 쓰였던 시대의 SF 소설이지만, 작가가 갖은 과학적 지식은 아주 대단합니다. 뭐, 그러니까 SF 소설을 썼겠지만요. 그 당대의 과학적 기술에 해박하신 분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SF 소설을 열심히 쓰면 이렇게 나오는 구나 싶습니다.
웰스는 진화론과 지구의 먼 미래에 대한 과학자들의 예측까지 당대의 과학적 지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덧붙여서 쓰고 있다는 사실에,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라게도 됐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좋아하게도 됐습니다. 물론, 시대적 한계와 작가 개인적인 한계는 분명히 갖고 있는 책이지만, 그런대로 아주 만족스러운 한 편의 SF 소설이었습니다.
책 두께는 굿리즈 기준으로 보자면 128쪽으로 나름 챕터북 좀 긴 거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이 하나도 없고 글자가 빡빡한 데다가, 고전이라서 약간 단어 수준이 높아서 진도를 쉽게 빼면서 읽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게 몇 백년 된 고전에 비해서는 단어가 조금 어렵거나 낯선 게 나오는 것뿐, 고어가 안 나오는 편이라서 읽기 수월합니다. 챕터 개수는 12개에 에필로그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한 챕터가 많이 길게 느껴지진 않으실 것 같습니다.
1895년에 초판 출간된 책입니다. 그래서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이라서, 이 책의 무료 이북은 아마존 사이트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쿠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Project Gutenberg : https://www.gutenberg.org/) 에서 무료 이북을 구하실 수도 있고, 리브리 복스( Librivox : http://librivox.org) 에서 무료 오디오북도 쉽게 얻으실 수 있어서 원서로 읽으실 때는 비용적 부담 없이 읽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인만치 다양한 출판사에서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는 버전으로 한글 번역판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글판 새 책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영화화 된 적도 있습니다. 1960년에, 2002년에 영화화 돼서 제가 본 건 2002년판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을 언급된 이래로, 각종 영화나 소설, 만화 등에서 다뤄지고 있다니, 시간 여행에 대해서도 그렇고 시간 여행을 하는 기기에 대해서도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한 번 구해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줄거리 스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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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이자 천재인 과학자 한 명이 시간 여행을 하는 타임머신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기계로 여행을 갔다 오면서 실종됐다가 돌아옵니다. 서술자로 나오는 지인에게, 미래에 갔더니 안락한 곳에서 사람들이 과일이나 맛난 것 먹으면서 여유있게 지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미래의 인간들은 밤을 무서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밤에는 다른 인종이 낮에 행복하게 살던 인종들은 잡아먹는 겁니다. 인류가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뉘다 보니까, 가난한 자들은 지하에 가서 살게 되고, 차츰 낮의 빛을 못 견디게 돼서 밤에 활동하게 됐고, 부자들은 낮에 활동하면서 아예 인종이 갈린 겁니다.
세월이 지나서 결국 밤의 인간들은 낮의 인간들이 먹는 것을 해결해 주지만, 밤에는 밤의 인간들이 그들을 먹이로 삼게 된 겁니다. 이러한 것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진 과학자는 더 먼 미래로 가 보고, 거기에는 바다에서 거대 바다게 같은 게 존재해서 공격하려고 해서, 더 먼 미래로 가 보지만 너무 태양빛이 흐려져 있습니다.
더 미래로 가자, 지구가 태양으로 끌려 들어갈 것 같아서 결국 다시 현재로 돌아온 겁니다. 그리고 과학자는 다시 타임 머신을 타고 여행 갔다 오겠다고 합니다. 서술자는 위험하다고 말리지만, 말린다고 말려지지 않는 과학자는 결국 타임 머신을 타고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는 과연, 너무 행복하고 좋은 세상을 만나서 거기 눌러 앉아 살게 된 걸까요? 아니면 안 좋은 일을 당해서 돌아올 수 없게 된 걸까요. 하여튼 작가는 어떠한 결론도 내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겨놓고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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