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나 동화책으로 어릴 적부터 접해 왔던 환상적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피터 팬 이야기입니다. 그런 피터팬 이야기 자체를 어릴 때부터 좋아하기는 했지만, 굳이 원서로 그것을 다 찾아서 읽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그 당시, 성적에는 안 들어가는 심리학이라는 과목이 일주일에 한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업에서 조별 발표를 하는데 시립도서관에서 만나서 자료 찾아서 발표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학원 가야 하고 뭐 시간이 안 나서, 학원도 안 다니고 시간 남아도는 나혼자 가서 이 책, 저 책 뒤지다가 피터 팬 신드롬 이야기를 읽고 그걸로 혼자 발표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서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거론되고 있어서, 꼭 피터 팬 이야기 원본의 실체를 파헤치고 말리라고 했는데, 20년이 넘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읽은 겁니다. 갑자기 20년이라니, 엄청 늙어버린 느낌이군요.
그렇게 해서 읽게 된 피터 팬 시리즈는 총 세권으로,
1권은 Little White Bird,
2권은 Peter Pan in Kensington gardens,
3권은 Peter and Wendy
입니다.
Peter and Wendy가 곧 Peter Pan이며, 우리가 아는 바로 그 피터팬 이야기의 본질인 것입니다.
피터팬 시리즈는 아마존에 무료 이북이 있어서 굳이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터 팬에 대한 어릴 적 향수로 인해서 그림도 보고 싶어서 아마존에서 1.99달러짜리 이북을 샀습니다. 1권을 본 이후에 감흥은, 괜히 샀다 였습니다. 그림이 대략 5개 정도 나옵니다.
게다가 1권은 북클럽으로 읽었는데, 책이 재미 있지도 없지도 않으면서 너무 옛스런 말투가 어려워서 두 번씩 읽어야 줄거리가 들어올 지경이라서 같이 북클럽 하시는 분들게 죄송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이북의 서문 끄트머리에, 1권에는 피터 팬이 딱 한 챕터 나온다고 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피터 팬이라는 제목은 한 챕터뿐이었지만, 몇 개의 챕터에서 피터 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건, 피터 팬이 나온 챕터는 다 너무 재미나서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피터 팬이 나오지 않은 부분들이었던 겁니다.
1권을 어쩌다가 간신히 무사히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북클럽을 종료한 뒤에, 혼자서 2권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2권은 읽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1권에 나오는 피터 팬이 나오는 챕터만 모아모아서, 그림을 더 그려넣고(그래서, 3권 시리즈 중에서 2권이 그림이 제일 많습니다.) 출판한 게 2권입니다.
그래도, 피터 팬이 나오는 재미난 챕터만 꾸려놓은 것이라서 그냥 한번 재독한다 치고 다 읽었습니다. 게다가 또 읽는데도 행복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피터 팬의 원형 그대로를 보고 싶으신 분은 1권은 재미 없고 고루한 부분이 많아서 패스 하시고, 2권부터 읽으셔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초판본이랄 수 있는 1권에는 피터 팬이 책의 일부분입니다. 그래도 그런 피터 팬의 모든 것을 굳이 읽어야 하는 강력한 피터 팬 팬심을 갖으신 분들은 1권을 읽고, 2권은 피터 팬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굳히기에 들어가듯이 읽고, 3권은 당연히 읽으시면 되겠다 싶습니다.
3권을 원래 알던 피터 팬이라 그런지, 잘 넘어가고 괜찮았습니다. 예전에 학급문고에 있던 피터 팬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읽어보긴 했지만, 제대로 된 걸 못 읽어봐서 원서로 읽으면서 이제사 피터 팬에 대한 한풀이를 마음껏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1-2권에서 읽은 피터 팬이 덜 다듬어진 원시의 상태였다면, 3권에서의 피터 팬은 훨씬 세련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알던 바로 그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라서, 더 신나고 재미났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짤막짤막한 동화책들에서 만났던, 그리고 디즈니 만화에서 만났던 피터팬과 피터팬 신드롬에 인용된 피터팬 이야기에 대한 기억도 새록 새록 나면서, 그 사이 사이에 비어 있던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에 역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권에서는 훨씬 세련됐지만, 1권과 2권에서 나왔던 작가의 기발한 생각들이 다시금 재인용 내지는 재해석돼서 쓰입니다. 그래서, 3권만 읽으시는 것보다는 재밌게 피터팬 이야기만 모아놓은 2권을 읽고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원시 피터팬과 근대의 피터팬을 비교해 보면서 읽는 듯한 재미가 솔솔할 겁니다.
책은 판형마다 페이지수가 다르게 나와서, 어떻게 말하기 애매하지만, 1권과 3권은 200 페이지 내외 정도의 분량인 것 같고, 2권은 100페이지 정도 되지 싶습니다. 각권의 챕터를 살펴 보면 1권은, 챕터가 25개에 도와주신 분들에 헌정하는 챕터가 1개 있습니다. 2권은 1권에서 뽑아온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권은 17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에 더 풍성한 내용들을 담으면서 앞에 나온 이야기들이 다시 쓰인 부분도 있습니다. 어느 권이든 한 챕터가 그다지 길지는 않고, 다만 아주 초급이신 분들이 도전하기에는 약간 긴 정도입니다. 문장이 좀 뭔가 요즘 작가들하고 다르게 느껴집니다.
문체랄까 단어 선정이랄까요. 그래서, 약간 어렵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래도 고전치고는 애들 책이라 그런지 쉬운 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피터팬의 향수에 젖어보시려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미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들이라서, 이 책의 무료 이북은 아마존 사이트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쿠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Project Gutenberg : https:http://www.gutenberg.org/) 에서 무료 이북을 구하실 수도 있고, 리브리 복스( Librivox : http://librivox.org) 에서 무료 오디오북도 쉽게 얻으실 수 있어서 원서로 읽으실 때는 부담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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