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 읽었으면 좋겠다고 목록에 넣어뒀던 책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누가 추천을 했는지도 언제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도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책이 갑자기 할인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샀습니다. 이렇게 사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니, 할인을 안 해서 샀어도 좋았을 것 같아서, 진작에 구해다 읽을 걸 그랬나 싶어졌던 책입니다.
물론, 하나도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책 읽기 시작하자마자는 엄청 헤맸습니다. 리뷰를 보기는 커녕 시대에 대한 정보도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리뷰를 보면 엄청 스포일러 당해서, 이해는 되겠지만 재미가 덜 할 것이 염려가 됐습니다.
그래서 리뷰를 더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고,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그러면 좀 낫겠구나 싶었거든요. 작가의 말에는 이 책이 대충 어떤 시대를 다루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게 해 줬습니다. 그렇게 정보를 얻고 시작했지만, 그래도 좀 이해가 안 가서, 앞부분은 두 번씩 읽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 내가 책을 잘못 골랐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책 내용의 맥이 잡히기 시작하자, 너무 재밌는 겁니다. 그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읽느라 화장실 가기도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반 넘어 읽으면서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어딘가 아쉬워서 다시 앞으로 넘겨서 좀 더 보기도 했고, 이미 읽었던 작가의 말도 한 번 더 읽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됐습니다.
이 책은 약간 기독교적인 사관이 들어가 있습니다. 기독교 쪽으로 불편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좀 불편하셔서 이 책이 재미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기독교 쪽에 대해서 편견이 없으시거나, 편견을 내려놓으실 수 있어야 이 책이 읽을 만 해 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세 부분(3 part)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챕터의 개수는 모두 32개나 됩니다. 책 두께가 293쪽입니다. 300쪽이 채 되지 않는 책인데, 챕터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한 챕터가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 읽는 숨 짧은 분들이 도전하기 괜찮은 책입니다.
짜투리 시간 활용해서 읽으시려고 해도 괜찮고요. 그렇지만, 챕터북 많이 읽고 챕터북 아닌 책 도전을 새롭게 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 고어가 나오거든요. 그렇지만, 뭔가 분위기를 예스럽게 낸 겁니다. 읽기 난해할 정도로 고어가 마구마구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일반적인 현대 소설을 읽는데, 분위기만 낸 수준이지만, 챕터북 쉬운 것만 읽다 읽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는 겁니다. 약간 단어가 요즘 책에서 덜 쓰는 단어를 골라 쓰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그렇게 섞어 쓴 고어가 반복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어서 어렵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쉬운 책이랄 수 있습니다. 챕터북 이후에 챕터 많고 쉬운 책 좀 경험하셨던 분들이라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조금 더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역사 모르는 사람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냥 시대를 특정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정해놓고 그 시대에 맞춰서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실제 그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썼다기보다는 그냥 시대만 그 시대로 가서 창작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말 살짝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좀 힘들다 싶으시면 앞부분 몇 챕터만 두 번씩 읽어주세요. 뒤쪽은 그냥 막 넘어갈 겁니다. 아주 훌륭한 작품 하나 다 읽어서 뿌듯했던 책입니다.
굿리즈(Goodreads : 세계 최대 서평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면, 2018년 2월 6일에 초판 출간된 책입니다. 그 이듬해에 뉴베리 상의 최종심에 올라갔지만, 안타깝게도 수상은 못했습니다. 소위 뉴베리 은딱지 책이죠. 그 외 다른 상을 탄 것은 굿리즈에 기록이 없습니다만, 읽어보니 책은 아주 훌륭합니다.
훌륭한 책 좋아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2019년 12월 25일 성탄절날 맞춰서 한글 번역판이 나왔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왔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절판된 상태입니다. 전 너무 재미나게 읽어서 왜 절판이 됐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영어 어려워서 한글판 읽으실 분들은 헌책방이나 서점 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영문원서가 쉬워서 더 많이 팔려서 한글판이 안 팔린 건 아닐까 지레짐작해 봅니다. 영화화 되거나 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이 책의 줄거리 적어본 겁니다. 스포일러가 많이 될 테니, 원치 않으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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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그냥 Boy인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등에 혹이 있어서 놀립을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성주의 성에서 염소나 몰며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순례자(Pilgram)가 와서 소년을 6일 동안 빌려갑니다. 이 순례자는, Secundus(세쿤더스)라는 사람인데 1000년 전에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던 사람입니다.
다른 가족들은 먼저 천국에 갔는지 혼자 지옥에 떨어져서 천국에 가서 가족을 만나고 싶었던 겁니다. 마침, 흑사병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지옥에 사람이 물밀 듯이 들어오자, 이때다 하고 지옥문을 따고 세상에 다시 나온 거죠.
그는 베드로의 묘지에 베드로와 몸의 일부분인 갈비뼈, 이, 엄지손가락, 정강이, 먼지, 두개골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합니다.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가 천국문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죠. 이 이야기는 결국 Secundus를 Boy가 도와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Boy는 자신의 등에 있는 혹이 자꾸 눈에 띄자, Secundus는 소년을 가둬놓고 혼자 갑니다. Boy는 자신의 등에 있는 혹이, 혹이 아니라 천사의 날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어떤 사악한 소녀가 나타나는데, Boy가 천사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소유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사악한 소녀는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결국 Boy는 Secundus를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데리고 가고, 그러자 그는 순식간에 1000년 묵은 유골이 돼 버립니다.(아마도 필요한 것들을 구했기에 가족들을 천국에 가서 만났을 것 같아 보입니다.)
성 베드로의 무덤에 들어간 것이 발각 돼서 쫓겨난 소년은 자기를 성에서 부리던 사람과 비슷한 여자를 발견하고, 갑자기 세상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바쁜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나한테 왜 이런 일을 시키나 그런 생각이 들기보다, 도와준다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소년은, 결국 원래 동네로 돌아가서 염소치기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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