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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Mr. Spaceship by Philip K. Dick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4. 6. 24.

제가 Philip K. Dick(필립 케이 딕)의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을 읽은 이래로, 이 작가를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의 책은 그냥 읽으면 도대체 무슨 소린가 못 알아먹겠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대충 못 알아들어도 통독을 해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얼개를 그린 뒤에, 그가 뛰어난 작가지만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은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가 다루는 이야기는 디스토피안 소설이거나, SF 소설로 과학기술이 많이 발달한 미래 사회인데, 뭔가 암울한 상태입니다. 

택시가 날라다니거나, 지금은 없는 기술인 감정을 조절하는 오르간이 있다거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그냥 당장 그 시대의 그곳에 우리를 떨어뜨려 놓고,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 사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와 우리가 모두 그 시대의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 것처럼요. 

문화적 충격 오지게 와서 황당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대충이라도 이해하고 나서 찬찬히 읽어보니 구성도 찰지고 박진감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읽을 때 신나지만 동시에 처음 그 대충 통독하는 부분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잘 안 읽게 됐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책 중에서 단편이 무료로 풀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바로 다운 받아서 읽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접하게 된 게 바로, 이 작품 ‘Mr. Spaceship’입니다. 

판형에 따라서 표지가 여러가지인데, 이 표지가 제일 귀엽습니다.

단편 하나 있는 이북인데 그 제목이 ‘Mr. Spaceship’인 겁니다. 얼마나 짧은가 하면, 판형에 따라서 길이는 38쪽에서 49쪽까지로 다르게 나옵니다. 챕터북이 아니라서 글발이 좀 있어서 페이지수가 40페이지 남짓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북리더기인 킨들에서 location(로케이션)이라는 단위로 페이지수를 보면, 500 남짓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챕터북 한 권의 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책, 챕터 구분이 없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나뉘는 부분이 있어서 끊어 읽기가 가능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게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냥 끊어 읽지 말고, 책이 짧으니까, 시간 조금만 내셔서 한번에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저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읽어서 끊어 읽었지만, 한 번에 읽었으면 얼마나 더 재밌었을까 싶어서 그럽니다.

책이 짧은 만큼 서사구조가 복잡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단어나 숙어도 그다지 어려운 게 안 나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재미났던 작품입니다. 재밌어서 두 번 읽었습니다.

단편이라서 서사구조가 너무 단선적이라서 아쉽습니다. 재밌기는 한데, 뭔가 양념치킨인데 양념이 덜 묻은 것을 먹은 느낌이랄까요.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언제 시간 내서, 이 작가의 진가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읽어야지 싶은 생각이 더 들긴 하네요.

표지가 판형에 따라서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제가 지금 현재 이 책의 무료 이북이 아직도 풀려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무료 이북을 구하시려면 쿠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s://www.gutenberg.org/) 들어가셔도 되고, yes24나, 알라딘 들어가셔도 ‘Mr. spaceship’ 찾으시면 됩니다. 제가 이번에 이 글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이 작품이 한글 번역판이 있네요.

이북으로 존재하는데, 교보문고 이북에서 팔고 있습니다. 아무리 이북이라지만, 단편 하나만 이렇게 번역해 놓은 책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아래는 줄거리 정리입니다. 스포일러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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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센타우로스 별에 있는 원생생물체과의 우주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Philip(필립)이라는 청년은, 사령관에게 이 원생생물체와 이기려면, 자동항해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생명체가 우주선을 조정해야 하는데, 뛰어난 생물체라면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직접 우주선을 타면, 우주선의 가속을 못 견뎌서 산타우로스 성계까지 못 간다고 사령관이 말합니다.

필립은 사람이 갈 필요가 없고 뇌만 가면 된다고 합니다.  Philip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만, 사람의 뇌를 못 구하고 있습니다. 사령관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서 Dolores(돌로레스)라는 여자가 있는데, Philip의 아내입니다. 그녀는 필립과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던 사이입니다. 그녀는 학교에서 그들을 가르쳤던 노교수인 마이클 토마스 교수가 어떠냐고 합니다. 사령관인 Gross(그로스)는 한 번 확인해 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노교수에게 가서, 설명을 대충 합니다. 토마스 교수는 흔쾌히 승낙합니다. 

한글 번역판 표지입니다.

시험비행을 하는 날, 필립은 자신이 처음에 설계했던 것과 다르게 우주선의 배선이 된 것을 알게 됩니다. 누가 그렇게 했나 묻자, 그로스 사령관은 노교수가 원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는 그것을 보더니, 온도 조절이나 문 개폐를 다 노교수가 직접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매뉴얼로 직접 조종사가 조종하다가, 노교수의 뇌에 조종을 맡깁니다.

그런데, 우주선을 어떻게 조종할까 몰라 하는데, 필립은 노교수에게 직접 말을 해서 이렇게 저렇게 움직여 달라고 합니다. 다시 달을 향해서 가는데, 달에 착륙하려면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안 줄이고 그냥 막 우주선이 내달아 버립니다. 어쩌려나 하고 조종사가 그러는데, 갑자기 홱 꺾어서 우주 멀리 달려 버립니다. 필립이 직접 노교수에게 말을 해 보지만,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그때, 그 근처에 추격선이 지나가기에, 거기로 얼른 뛰어내리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노교수가 문을 안 열어줘서 못 나갔지만, 필립의 설득으로 문을 열어줘서 나갑니다. 그들을 내려주고, 우주선은 도망갑니다. 노교수의 뇌가 조종하는 우주선을 그로스는, 쏴서 폭파하려고 합니다. 다른 우주선들에 둘러싸인 노교수의 우주선은 고대 폐르시아의 용병술로 도망쳐서 못 잡게 합니다. 

노교수의 목적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그로스 사령관은, Philip에게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필립은 돌로레스에게 연락해 봅니다. 교수가 원래 평화주의자고 전쟁에 반대하고, 외골수에다가, 현시대에 맞지 않는 구식이고, 농장을 일구고 싶어했으며, 뒤뜰에서 염소를 키웠었다는 거 말고는 교수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달기지에 머물고 있는 필립에게, 지구에 있는 돌로레스가 심하게 다쳤다고 빨리 오라는 vidphone(일종의 영상통화)이 옵니다. 마침 지구로 가는 우주선은 8시간이나 지나야 있고, 지나가는 우주선 중에서 얻어타야 합니다. 연락해 놓고, 필드로 내려가서 기다리려는데, 마침 고장나서 수리하려고 지구로 가고 있는 우주선이 있다고 해서 얻어타 보니, 그건 토마스 교수의 뇌가 실린 우주선입니다. 

노교수는 자신이 원래, 인간의 본성이 전쟁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랜 동안 그런 문화 속에서 길들여져 와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전쟁문화에 찌들지 않은 인류를 키워서 평화롭게 살 수 있나 확인해 보는 실험을 하고 싶은 게, 노교수의 오랜 소망이었고, 처음 이 우주선 제안을 듣자마자 그것을 실혐해 보고자 했습니다. 이에 필립은 동의하지만, 그러려면 사람이 더 있어야 합니다. 노교수는 돌로레스를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그 둘이 속세와 떨어져서 새로운 인류를 꾸릴 곳으로 데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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