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평은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도 싫으시면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심하진 않아서, 읽고 책 읽으셔도 무난할 것 같긴 합니다.
누가 추천해 준 책이 아니라, 그냥 아마존에서 베스트 셀러를 검색하다가 이 책이 처음 눈에 띄었습니다. 제목도, 표지도 그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 표지 보고 고른 수많은 책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할인하는 것 봐 버린 겁니다. 할인을 지나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결국 사서 쟁여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고 나니, 정작 읽지 않고 그냥 방치했습니다. 다른 읽을 책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그렇게 책을 내버려 둔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이 책 좀 깁니다. 500 쪽이 넘는 길이의 압박 때문에,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읽을 게 많아서 미뤄뒀던 겁니다.
읽으려니 마음 굳게 먹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맘 잡고 한 번 읽어봤습니다. 실은, 이 책을 살 때까지만 해도 이 책 내용이 뭔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제가 원래 책 내용을 모르고 읽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야 더 재미나게 읽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앞부분 읽을 때는 무척 헤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헤매게 되면 또 책에 대한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한 거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곧 적응이 됐고, 모르고 읽을 때 주는 그 재미가 있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책은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려운 책이 아니라서 사전정보 없이도 무난하게 읽을 만 했습니다. 페이지수가 많아서 두께감은 좀 있지만, 엄청나게 어렵지는 않은, 그런 책 찾으신다면 이 책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말미의 이탈리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가가 50년이나 지나서 우연찮게 듣게 된 이야기를 잘 잡아내서 쓴 겁니다. 실제 당사자를 만나러 이탈리아까지 가서 인터뷰 하고, 주변 인물들이나, 기타 그 시기에 관련된 사람들과 작가는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만나야 될 그 사람들 중에 누가 죽었으면 자손이나 친구들 중에서 살아있는 사람들까지 싹 다 찾아다니면서 거의 10년을 자료를 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은 자료들을 여기저기 보여줘 가면서 수정하고 해서 나온 소설이라서, 소설이지만 나름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그런 만큼 어떤 부분에서는 약간 지루하기도 합니다마는, 중반 넘어가면서는 계속 붙잡고 읽고 싶을 만큼 재밌었습니다. 전쟁 중에도 폭격 등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들을 보면서도, 전쟁의 참상을 읽게 돼서 가슴 아픕니다.
그렇지만 전쟁이 끝나가는 와중에, 이 편 저 편 나뉘어서 부역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재판 없이 광장으로 끌려나와서 죽임을 당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Pino의 첫 사랑은 전쟁 중에도 살아남았는데, 전후에 부역자로 그렇게 속절없이 죽었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의미는.... 나름 재밌고 많이 어렵지 않다는 것과 함께 이탈리아인의 시각에서 2차 세계 대전을 다루고 있다는 걸 겁니다.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 같은 데에서 2차 세계 대전을 논할 때, 미국이나 영국의 입장, 특히나 미국 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면, 이 책은 보는 시각 자체가 좀 다르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고 있는 한계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Pino가 전후에 미국에서 살기도 했거니와, 미국 재즈를 좋아하면서, 친미 성향을 갖은 이탈리아 인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미국인 작가가 쓰면서 약간 친 미국적이고, 미국이 착하고 좋은 나라인 것으로 대체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뭐 저는 반미주의자거나, 미국에 적대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제 생각은, 어떤 나라건 자국의 이익 앞에서 절대 착하거나 악하거나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탈리아가 배경이지만, 이탈리아 입장에, 친미적인 입장이 가미된 소설이다 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으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Pino와 그의 동생인 Mimo, Pino의 절친인 Carletto의 경우, 독일의 지배를 받고, 전쟁 와중이라서 생존이 버거운 순간에도, 독일에 도움을 주는 것을 거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굉장히 강렬한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생존을 위해서 Todt인가 하는 건설 부대에 지원하게 된 Pino를 보고, Mimo와 Carletto가 굉장히 혐오감을 느끼고 마구 공격을 하거나, 불같이 화를 내고선 절교를 해 버리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생존을 위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 줘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일제 강점기 때의 친일이 다 아전인수 식으로 합리화 되듯이, 이탈리아 내에서의 친 독일 행보도 그렇게 되겠다 싶은 우려가 생기지만요.
이 책 자체는 쪽수 자체가 굿리즈 상에서 526페이지로 나와 있는 만큼, 초급이신 분들이 처음부터 도전할 만한 길이는 아닙니다. 다만, 이 책 전에 북클럽으로 읽었던 Life of Pi 같은 책처럼 뭔가 심오한 철학과 종교적인 관점을 담고 있지도 않고,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지도 않고, 평이한 시간 흐름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머리 안 복잡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책 좀 읽었다 싶으신 분이, 부담없이 펼칠 수 있는 책이지 싶었습니다. 이 책은 영화화 될 거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되는 지는 인터넷 뒤져봐서는 감감무소식입니다.
2017년 5월 1일에 출간된 이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그 해에 할인을 해서 제가 샀던 책으로 책이 출간된 지 오래 되지 않아서 샀지만 결국 2년이 지난 뒤에서야 읽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2019년까지는 이 책의 번역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없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2020년 2월 5일에 번역본이 출간됐었습니다. 책이 좀 독특한 점이 있으니까, 번역되면 계속 스테디 셀러로 남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품절 상태네요.
이 책은 책이 한창 베스트셀러이던 시절에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서 영화를 찍을 거라고, 기사가 나왔었습니다. 그 기사는 아직도 찾아보면 있는데, 영화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네요. 영화가 무산이 된 건지, 어디서 아직도 찍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영화나 나오게 되면 품절된 번역본도 도로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친미 성향의 약간 애국주의 느낌이 나는 이야기라서,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았던 것일까요. 그래도 저는 할인할 때, 싸게 사서 3주 간 읽으면서 재미났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지금 아마존에서는 할인은 안 하지만,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라고, 월정액으로 책 읽으시는 분들은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돼 있습니다.
'소설(fi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The Eyes of Darkness by Leigh Nichols(Pseudonym), Dean Koontz (19) | 2024.09.05 |
---|---|
[서평] Mr. Spaceship by Philip K. Dick (30) | 2024.06.24 |
[서평] American Dirt by Jeanine Cummins (106) | 2024.04.15 |
[서평] Slumdog Millionaire by Vikas Swarup (82) | 2024.03.23 |
[서평] Where the Crawdads Sing by Delia Owens (116) | 2024.03.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