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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fiction)

[서평] American Dirt by Jeanine Cummins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4. 4. 15.

2020년에 출간 돼서, 그 해 말에 굿리즈(Goodreads : 세계 최대 서평 사이트)에 그해의 베스트 픽션(best fiction : 가장 좋은 소설) 상에 최종심까지 올라갔던 책이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그 상은 타지 못했지만, 원래도 베스트셀러라 많이 읽혔다고 합니다.

그런데다가, 굿리즈에 베스트 픽션에 최종심에 올라갔던 게 계기가 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됐습니다. 그랬던 책이라서, 저도 읽어봐야지 하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책입니다.

결국에는 다른 책에 밀려서 못 읽다가, 2023년 말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 많이 읽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책 내용이 뭔지는 미리 찾아보지 않고 읽기 시작하면서 저는 바로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다른 책들과는 다루는 소재나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라서도 읽으면서 힘들었던 것입니다. 특히나 앞부분에서 폭력적인 것이 많이 묘사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너무 놀랍기도 했고 경악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입니다.

이런 느낌은 읽는 내내 지속됐습니다. 이 책 내용이 모두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니까 지어낸 이야기이겠지만요. 그렇지만 소설이라기에도 무 뭔가 읽으면서 쇼킹했달까요. 좀 잔인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들이 좀 나옵니다. 그런만큼 이런 묘사들을 견뎌내지 못하실 것 같으면 이 책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책의 소재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말하기에는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어느 정도 현실에 바탕을 두고 쓴 소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선대가 푸레르토리코 출신이기도 하고, 작가의 남편이 이민자이기도 해서 멕시코에서 미국의 국경을 넘어서 불법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작가의 남편은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결혼하고 싶어해서 결혼을 미루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미국에서, 그리고 멕시코 쪽에 가서도 실제로 가 보면서 나름 발로 뛰면서 썼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나름 미국인 입장에서 멕시코라는 나라의 실정에 대해서 쓰여졌습니다.

굉장히 무정부 상태이고 깡패가 주도권을 잡아서 도저히 일반 시민들은 깡패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살 수가 없는 상태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결국 주인공 모자(母子)가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가는 그 뼈저리고 힘든 과정을 그려내는 겁니다. 

원서 표지입니다.

작가는 작가 후기에서 선대가 푸에르토리코 출신이고, 남편이 이민자 출신이기에 뭔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들과 남보다 더 가까운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주인공 모자(母子) 중 아들이 영어도 엄청 잘 하고, 특히나 지리학 쪽에는 천재여서 각국의 이름과 수도는 물론 그 위치를 위도와 경도까지 외울 수 있다는 설정이 좀 묘합니다.

이렇게 영어를 잘 하고 똑똑해야 미국에 가서 살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주인공들과 함께 미국에 가게 되는 자매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네들은 너무 아름다운 게 문제가 돼서 결국에는 미국에 가는 셈입니다. 그러한 설정들이 좀 무리하다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뭔가, 작가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민 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보면서, 미국인 입장에서 쓰고 있는 소설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절대 읽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이 유튜브나 블로그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불법 이민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도적인 측면에서의 이민에 대해서 생각할 꺼리를 가져다 준다는 입장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읽으면서나 읽고 난 뒤에 생각도 많이 하고 토론도 하는 게 필요합니다.

작가가 제시하는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의 책입니다. 그리고 모든 과정에 대한 묘사나 서사구조도 나름 탄탄한 책입니다. 읽으면서 지겹다는 느낌 별로 들지 않을 책입니다. 읽을수록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 뿐입니다.

판형에 따라서는 380페이지까지 짧게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459쪽에 달하는 좀 두꺼운 책입니다. 챕터의 개수가 36개니까 한 챕터의 길이는 많이 긴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챕터가 긴 건 좀 길고 짧은 건 짧습니다. 일정한 길이의 챕터가 아닌 겁니다.

짧은 챕터도 초급이신 분들이 한 번에 읽기에는 좀 길 것 같습니다. 책 전체 길이도 그렇고 긴 챕터의 경우에는 좀 무리해서 이야기 하면 챕터북 얇은 거 한 권 분량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절대 초급용은 아닙니다. 문장은 전체적으로 길거나 복잡한 문장이 없고, 단어도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중급 정도의 수준이면 읽을 만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주인공들이 여러 가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종횡무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서사구조가 나름 복잡하게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만나는 인물들도 많아서 더 그럴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가끔 스페인어 문장이나 단어가 나오는데, 그게 뒤에 설명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일일이 찾아보면서 읽기에는 귀찮고, 그냥 넘기기에는 뭔가 찝찝하긴 합니다. 전체적인 줄거리 이해하는 데에는 그렇게 찔끔찔끔 나온 스페인어 무시하고 읽어도 크게 무리가 가지는 않습니다.

2020년에 1월 21일에 출간돼서 베스트셀러였고, 굿리즈에도 베스트 픽션에 최종심까지 간 만큼, 국내 출판사에서 눈독을 들였던 건지, 2021년 2월에 이미 번역돼서 한글판이 잘 팔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품절나지 않고 팔리고 있는 책입니다. 영어로 읽기 힘드시면 한글판 찾아보시면 되겠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로 해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아직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못 봤습니다. 이 책 간단한 줄거리를 아래에 적을테니, 스포일러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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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번역서 표지입니다.

이 책은 목욕탕에 있는 Luca(루카)를 엄마가 욕조에 밀어넣고 엄마 역시 그 위에 텐트처럼 올라가 있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멕시코식 목욕탕은 욕조가 높고 욕조 밖에 커튼도 있어서, 이런 식으로 들어가서 납작 업드려 있으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목욕탕 밖에는,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스페인어로는 ‘정원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조직폭력배 집단이 루카와 엄마인 리디아(Lydia)의 일가친척들을 살육하고 있습니다. 조직폭력배들이 간 뒤에, 경찰이 옵니다.

리디아는 누가 죽였는지 안다고 말하지만, 이미 지역 경찰과 지역 조직폭력배는 결탁해 있어서, 그저 증거 없음으로 끝날 뿐입니다. 리디아는 루카와 함께, 정신없이 짐을 싸서 집을 나섭니다.

리디아는 Acapulco(아카풀코)라는, 멕시코의 바닷가 마을에서 서점을 하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의 고객 중에서는 Javier(자비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감수성이 예민하고 착하고 시를 씁니다. 리디아가 아끼는 책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서 사 가기도 하면서, 서점 주인과 손님 사이에 우정이 돈독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리디아는 남편인 Sebastian(세바스티안)이 공격적인 기사를 쓰고 있는 폭력조직인 ‘정원사’의 두목인 ‘부엉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세바스티안이 쓴 기사 때문에, 조직폭력배가 나타나서 일가친척을 다 몰살시킨 겁니다.

멕시코씨티로 가는 길 자체가 조직폭력배들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친구이자 목사인 Carlos(카를로스)와 그 부인인 Meredith(메레디쓰)의 도움을 받아서야, 리디아는 멕시코씨티에 도착합니다. 비행기로 국경 마을인 Tjuana(티후아나)로 가려고 하지만 실패합니다. 리디아는 신분증이 있지만, 루카가 출생증명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화물열차 위에 타고 멕시코 국경을 가게 됩니다. 아름다운 두 자매인 Soledad(솔대드)와 레베카(Rebeca)의 도움을 받아서, 리디아와 루카는 열차를 타고 국경 마을로 갑니다. 이 두 자매도 역시 조직폭력배의 일원에게 핍박을 받아서 집을 떠나온 겁니다.

가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열차도 갈아타기도 하면서 갖가지 힘들 일들을 다 겪지만, 결국 루카와 리디아 모자와 솔대드와 레베카 자매는 미국에 가서 나름 평범한 일상을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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