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인데, 정리하면서 이 책을 언제 샀나 제가 기록해 놓은 것을 찾아봤습니다. 그랬던, 2011년에 샀네요. 하도 오래 지난 일이라 산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지간해서는 할인할 때 사는 편이라서, 이 책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새로 책 사놓고 보지는 않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빌려봐서 이제 사놓은 책 좀 읽어야지 마음 먹고 고른 책입니다. 사놓은 책들 무더기에서 둘러보다가, 이 책 앞부분 내용을 펼쳐서 읽은 겁니다. 그러자 너무 읽고 싶어졌습니다. 완전 앞부분에서 기선제압하는 책입니다.
이 작가, 이거 시작부터 그냥 빵 하고 터뜨려 주는 구나 싶었습니다. 글 좀 잘 쓰는 작가 책이네 싶었죠. 근데, 정작 이 작가의 이름이 제게는 낯설기만 합니다. 발음도 제대로 못하겠습니다. 하여튼, 이 작가에 대해서 전혀 들은 바가 없었습니다.
물론, 유명하고 저명한데, 저만 모르는 작가 허다하지만요. 결국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 작가 이름을 모른 건 제 잘못이 아닌 겁니다. 모를 수 있는 겁니다. 이 작가는 원래부터 작가였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도 외교관이었다는 겁니다.
한국에 사는 제가 인도 외교관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우리나라 외교관 한 명도 모르는데요! 그리고 이 책이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합니다. 원래 제목은 달랐다고 합니다. 바로 바로 그 제목은, ‘Q&A’.
영화화 되면서 책 제목도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바뀌어서 다시 출판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그렇게 새롭게 출판된 책을 산 모양입니다. 확실히 원래 제목보다 더 나은 것 같고, 책 전체적인 내용과도 아주 잘 맞는 제목이라서 잘했다 소리 나오는 제목입니다. 아, 물론 Millionaire라는 말보다는 Billionaire라는 말이 이 책에는 더 잘 어울립니다.
전체적으로 주인공이 살아온 이야기며, 전체적인 서사구조가 독특한 책입니다. 문장도 아주 유려하고 뛰어났습니다. 작가가 좋은 집안 출신으로 잘 교육 받아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중간에 제가 잘 이해 못한 몇 개의 문장이 있었지만, 그게 비문인지 제가 단순히 이해를 못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켓 경기 이야기 많이 나오는 부분이 특히 아리송했습니다. 제가 원래 운동경기에 관심 없어서 보통은 스포츠 나오면 헷갈려 해서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어갔습니다. 책 자체는 아주 재미나고 훌륭합니다. 다 읽은 뒤에 여운이 남아서, 시간 내서 영화도 사서 보았습니다.
영화가 책보다는 뭔가 많이 미진하지만 그런대로 영화도 재미나게 잘 뽑아냈습니다. 둘 다 보셔도 좋고, 둘 중의 하나만 봐야 된다면 당연히 책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영화와 책이 다른 점은 책에는 상금이 10억 루피(인도의 화폐 단위)인데, 100만 루피로 낮춘 것입니다.
아, 그리고 주인공의 직업도 레스토랑 웨이터에서 전화 교환원들 차 심부름하는 직업으로 뭔가 더 낮은 직업으로 바꾼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퀴즈 진행자가 약간 주인공을 무시하긴 했지만, 영화에서는 아주 처음부터 대놓고 사람들 아주 깔아뭉개 버립니다.
소설보다 못하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오스카상을 받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실은, 영화가 어디 부족한 게 아니라 소설이 너무 뛰어나서 그렇게 생각하게 됐나 봅니다.
책은 딱 들고 다니기 좋은 문고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산 책은 그랬습니다. 333쪽 정도라서 살짝 두께감은 있지만 가볍고 손 안에 착 들어가는 사이즈라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가 괜찮습니다. 글씨가 유난히 작고 빽빽해서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읽을 때는 오래 읽으면 살짝 눈이 아팠습니다.
눈 나쁘거나 눈이 쉽게 피로하시는 분들은 읽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전체 챕터의 개수는 12개인데, 앞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습니다. 책 제목이 상금 액수인데, 문제 하나 풀어서 상금이 올라갈 때마다 거기에 해당하는 사연의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곧, 왜 그 문제의 답을 알게 됐나 주인공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겁니다. 이런 독특한 설정과 구도 너무 기발했다 싶습니다.
2005년에 초판 출간된 이 책, 영화화 된 것은 2009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화 되면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잘 하는 일이 뭐겠습니까! 영화화 되는 소설 한글 번역판을 내놓는 것이지요. 그렇게 한글판이 번역된 이 책은, 지금도 품절나지 않은 것을 보니 잘 팔리나 봅니다. 원작이 워낙 훌륭해서 영화도, 번역서도 아주 뛰어난 작품이다 싶습니다.
아래는 책 내용의 간략한 줄거리입니다. 스포일러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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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주인공이 경찰에 잡혀가는 것으로 아주 파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그가 영어(囹圄: 교도소)의 몸이 된 건, 너무 문제를 잘 풀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주인공인 램 모하매드 토마스(Ram Mohammad Thomas)는 가난한 고아인데 어떻게 퀴즈 쇼의 문제를 그렇게 다 풀 수 있었냐는 겁니다.
본래 방송사는 8개월 동안 다 맞춘 사람이 안 나와야 광고료를 모아서 그 상금을 줄 수 있는데, 그 전에 그가 다 맞춰 버려서 돈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 부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입증해서 돈을 안 주고 싶은 겁니다. 실제로 그 이전에 다른 퀴즈 쇼에서 다 맞췄던 교수가, 결국에는 객석에 있던 누군가와 기침소리로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낸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램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기에, 방송사 측은 그를 편법으로 구속해서 경찰을 시켜서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 온갖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하게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 변호사가 찾아옵니다. 램은 변호사와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해 줍니다.
퀴즈를 풀 때마다 상금이 늘어나는 식입니다. 상금이 얼마인가가 한 챕터의 제목입니다. 램은 문제 하나를 풀 때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그래서 그가 어떻게 그 문제를 다 알 수밖에 없었는지를 하나 혹은 몇 개의 에피소드들로 묶어서 이야기해 줍니다.
그는 비록 엄마에 의해서 갓난아기 때 버려졌고, 학교라고는 문턱에도 못 가봤고, 레스토랑에서 서빙이나 하는 신세지만, 8살 때까지 신부에게 키워지면서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고 듣고 다 할 수 있고, 천주교 교단에 있는 예수님 상 뒤에 써 있는 약어의 뜻도 알고, Salim이라는 친구 덕에 영화에 대해서도 좀 알고, 유명한 여배우의 집에서 하인을 몇 년 살았기에 그 배우에 대한 많은 것도 압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서 문제를 잘 풀어나간 그는 실은, 자신의 연인과 자신이 머슴 살던 집의 여배우에게 못할 짓을 한 사람을 죽이려고 총을 들고 그곳에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마음이 약해서 그를 죽이지는 못하고 말지만 그에게서 마지막 문제의 힌트를 얻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가 모든 문제를 맞춘 겁니다.
그리고 여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을 위해하려는 방송국 측을 이겨내고 10억 대 인도 돈을 상금으로 탄 램 마호메드 토마스는 그 돈으로 인해서 자신이 힘이 생겼다는 것은 인식하고, 자신이 살아가면서 알게 된,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어린이들과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도 사창가에서 구출해 주고 행복한 삶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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