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Dreams from my Father(내 아버지로부터의 꿈들)’를 읽고, 너무 재미났더랬습니다. 그래서 그가 쓴 ‘Audacity of hope(담대한 희망)’를 읽으려고 했다가, 정치 이야기가 잔뜩 나와서(제 기억으로는), 뭔가 못 읽겠다 하고 놔 버렸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의 아내인 미쉘 오바마가 낸 책이 2019년에 뭔가 대 히트를 치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읽고자파 하다가, 2020년이 되어서야 겨우 구해서 읽었던 겁니다. 그게 바로 이 책, ‘Becoming(비커밍)’입니다.
굿리즈 기준으로 456쪽 정도가 되는 책입니다. 그런지라, 좀 두꺼운 감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쉽게 후딱 읽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전에 읽었던 책이, ‘Educated(교육받은)’과, ‘Where the Crawdads sing(가재가 노래하는 곳)’ 였던 것이었습니다.
한 권은 논픽션이고 한 권은 소설입니다. 그렇지만 뭔가 논픽션인 ‘Educated’도 뭔가 막장이라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 놓을 수 없는 책입니다. 게다가 ‘Where the Crawdads sing’도 뭔가 시작부터 쫙 사람 빨려들게 하고 서사가 나름 대단한 책입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이 책이 좀 밋밋하게 느껴졌습니다. 원래 논픽션이 그런 건데도 말이죠. 그래서 열심히 읽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좀 읽는 데에 오래 걸렸던 책입니다. 그래도 어찌 어찌 다 읽었습니다.
이 아래부터는 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살짝 들어갑니다만, 읽고 책을 읽으셔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도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아래 부분부터는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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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한 마디로 미쉘 오바마,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뭔가 모르게 너무 열심히 어른들이 정해진 길로 잘 따라가 줬던 소녀라서 좀 재미가 없었습니다. 모범생의 인생이 그닥 재미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도 평범한 집안의 흑인 소녀가 변호사가 되는 이야기가 아주 재미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인생이 약간 큰 기복이 없다 보니, 좀 따분하달까 약간이지만 지겨운 면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미쉘이 버락 오바마라는 좀 특이한 출생 신분과 남다른 굴곡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겁니다. 그러면서 좀 재미나 집니다. 그녀는 오바마의 영향으로 돈과 안정보다는 내가 만족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이직을 합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요. 그렇게 돈 많이 버는 변호사만 할 뻔 했던 미쉘은 사회운동가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운동가로서 나름 성공하면서도, 두 딸 아이의 엄마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나름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 줬지만, 어딘가 몰입해서 읽기에는 그녀의 인생은 너무 평탄하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습니다.
반면에 이 책에서 미쉘이 쓰고 있는 버락 오바마의 이야기가 더 재미납니다. 그가 상원의원을 하고,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나름 흥미진진습니다.
(중간에 선거를 한다고 생활비를 전혀 가져다 줄 수 없는 상태일 때, 오바마는 쓰던 책을 써서 팔면 인세가 나와서 해결될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써서 인세를 받아서 미쉘에게 생활비를 가져다 주게 해 준 책이 바로 ‘Dreams from my Father’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이후의 행보도 나름 흥미로왔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선거 캠페인을 벌이면서 노력하고 힘들었던 점, 처음에는 참모도 제대로 안 붙고 혼자 하다가 한 말 실수가 꼬리가 잡혀서 곤란했던 점에 대한 이야기도 이색적이었습니다. 전 정치라곤 하나도 모르니까요.
이후에 말을 더 조심하게 됐고 준비해서 말하게 됐다는 것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임 기간에 오바마의 치적에 대한 이야기, 미쉘 오바마 자신이 잘했고, 잘 하려고 노력한 일들(Let’s Move, 학교 식당에서 좋은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기, 군인 가족 취업에 노력하는 것) 이야기 할 때는 좀 자랑이 심한 것 같아서 덜 재미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읽어줄만은 한데, 엄청 재미나지는 않고, 정치적으로 미쉘을 지지하는 사람이 읽으면 더 재미날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 사는 내가 아니라 미국에 사는 누군가가 읽으면 더 흥미진진하고 신날 것 같은 책입니다. 페이지수도 400페이지가 넘고, 챕터도 좀 긴 것도 있고 해서 절대 초급용은 아닙니다.
정치용어도 많이 나오고, 미쉘 오바마가 특이하게 자주 쓰는 단어도 조금 있고 해서 약간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문장을 엄청 꼬는 편은 아니라서, 중급 정도의 분이 보기에 적당한 책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은 미쉘보다 버락이 더 잘 쓴다 싶습니다. ‘Dreams from my Father’가 이 책보다 많이 더 재미납니다. 뭐, 인생 자체가 버락이 더 재미난 인생을 살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챕터 개수는 24개입니다. 책의 두께를 생각했을 때, 챕터수가 특별히 엄청 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챕터만 24개가 나열된 게 아니라, ‘Becoming Me’, ‘Becoming Us’ 뭐 그런 주제로 미쉘의 인생의 어떤 성장기랄까, 오바마를 만난 이후의 삶이랄까 뭐 그런 식으로 나누어서 챕터들을 모아 놓았던 걸로 기억납니다.
이렇게 책 구성을 짜놓은 게 참 좋아 보였습니다. 책이 더 구성지게 보인달까요. 소설책 300페이지 정도 읽는 데에 어려움이 없으시다면 읽기 괜찮을 수준이다 싶습니다.
2018년 11월 13일에 처음 출간됐으니까,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서 퇴임한지 대략 1년 10개월 정도 뒤에 쓰여진 책입니다. 책이 나온 뒤에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워낙에 저자인 미쉘 오바마가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니까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래서인가 봅니다. 미국 출간과 동시에 우리나라에도 한글 번역판이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품절되지 않고 양장본도 나오고 다이어리판도 나오는 등 더 다양하게 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 미국에서 인기 많은 전직 대통령과 그 부인에 대한 관심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4년 전인 2020년에 넷플릭스에서 이 책 내용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었습니다.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날로 볼 수가 있답니다. 아직 저는 시간이 나지 않아서 보진 않았지만, 뭔가 책보다 다큐멘터리가 더 재미날 것만 같습니다.
며칠 전, 조 바이든(Joe Biden)이 대통령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이 책이 더 생각이 나서, 2020년에 읽고 적어둔 것을 기반으로 수정해서 다시 써 봤습니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 같지만, 인기는 미쉘이 더 많다고 뉴스에서 자꾸 떠드니까, 저도 미쉘이 쓴 책을 한 권 읽었다 그 소리가 하고 싶어지더라구요.
근데, 이 책 읽었을 때 미쉘이 정치에 뜻이 없다는 듯한 말들을 해서, 대통령 후보로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버락이 대통령 할 때, 처신이 힘들었고 항상 경호원과 수행원이 따라 왔던 생활이 끝난 것을 너무 행복해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미쉘이 말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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