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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non-fiction)

[서평] Four Thousand Weeks by Oliver Burkeman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4. 4. 16.

이 서평은 스포일러가 살짝 묻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그놈의 원수같은 할인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할인한다는 이메일이 왔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게 할인한다는 정보를 줬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어떤 경우였건간에, 이 책은 할인을 했고 그래서 사게 됐습니다. 책이 예쁘다거나 그래서 샀던 건 아니었습니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제목 때문에 산 것 같습니다. ‘Four Tousand Weeks(4000주)’라는 제목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제목 옆에 ‘:’ 뒤에 있는 말들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Time management for Mortals!
언젠가 죽을 자들을 위한 시간 관리!
뭔가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가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그 시간을 내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 책을 산 겁니다. 당장 빨리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나름 시간 관리를 잘 할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정작 이 책을 사자마자인 2023년 6월에는 당장 읽지는 못하고 묵혀둡니다. 그리고 2024년에 읽게 된 것이지요.

나를 위한 책이다 싶어서 막상 펼쳤지만, 나를 위한 책이 아니다 싶어서 잘못 샀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이 나를 위한 책이다 싶은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그러게 책은 끝까지 다 읽을 때까지는 그 책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욕심들이 나를 망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정신을 차리고 계획적으로 남은 내 인생들을 살아야 겠다 마음을 먹었던 책입니다.

원서 표지입니다. 판형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책은 흔한 자기개발서입니다. 자기개발서이지만, 뭔가 독특한 기운을 풍긴달까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메시지 이전에 제목에서 보이는 부정적인 메시지 먼저 전합니다. 그 부정적인 메시지는 바로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죽는다 입니다.

그리고 명확하게 살아갈 방식에 대해서, 방향에 대해서 말합니다. 물론, 그 정확한 방향은 개개인에 맞게 다시 정해져야 할 나름의 나침반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요. 한 방향으로 흐르는 이 책의 내용은 딱히 정리할 필요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더 뛰어난 것은, 말미에 작가가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와 다른 분의 대담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할 꺼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심각하게 뭔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까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진중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상관없이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입니다.

처음에 앞부분에서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라고 느낀 건, 스케줄을 꽉꽉 채워서 열심히 살아가고 이메일을 바로바로 확인해서 비우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일들을 빨리 빨리 다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일이 더 많이 쌓인다는 말을 읽었을 때였습니다.

조금만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시간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점점 더 빨리 많은 일을 헐떡이면서 하지만 그렇게 해 봤자 더 지쳐가기만 할 뿐이라고요. 정작 저는 그다지 많은 일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얼마 안 되는 일도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이 책은 결국 너무 많은 일들을 다 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가장 중요하고 급하고 내게 의미 있으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하라고 합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휴대폰이나 다른 쓸데 없는 일에 정신 쏟지 말라고도요. 그런 면에서 내게 도움이 됐던 책입니다.

인생 80년밖에 못 산다고 봤을 때, 4000주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서 이 책 제목이 4000주입니다. 절대적으로 짧은 인생이기에 하루 하루가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되고, 하루하루가 더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게도 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기에 내 생애에 뭘 끝내겠다 목표를 잡아도 그렇게 마무리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요.

이루지 못하는 일들에 대해서 안달복달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라고요. 결국 많은 일들을 다 할 수도 없고, 끝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요. 그것을 인정하라고요. 결과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나, 신경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괜히 시간 뺏기고 있는 것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해 줘서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두께는 약 273쪽 정도입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책이지만 단어가 좀 어려웠습니다. 일상생활이나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와는 조금 다른 단어가 쓰여서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단어들은 나왔던 단어가 계속 나와서 뒤로 갈수록 수월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단어가 어려워서 초급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책 같습니다. 게다가 문장이 깁니다. 만연체라고 하는 게 적당합니다. 콤마 사이에 넣고 문장이 좀 길어지고 늘어지는 편입니다. 한 번에 뜻이 안 들어오면 서너번 읽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중급 이상이신 분들 읽기에 괜찮은 문체인 것 같습니다.

내용 자체는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여러 철학자들 이야기가 나오지만 쉽게 풀어냈습니다. 그래서 고급영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약간 늘어지는 만연체 가능하시면 영어로 읽으셔도 괜찮을 책입니다.

part 1과 part 2로 나뉩니다. part 1이 6개의 챕터, part 2가 8개의 챕터로 돼 있고, 세 부분의 글이 더 나옵니다. 뭔가 읽은 내용에 대해서 생각 정리하게 해 주는 글,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해서 10가지 방식을 이야기 해 주는 것, 그리고 작가와 다른 분의 대담까지 있습니다.

part 1과 part2의 챕터 안에서도 소제목으로 또 갈라지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서 읽기에도 괜찮습니다. 마지막, 작가와 다른 분의 대담만이 끊어 읽기가 좀 애매합니다. 그렇지만, 대담 부분이 뭔가 빨리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글 번역판입니다.

2021년 8월 10일에 출간된 이 책이, 저는 한글 번역판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 줄 알고 영문으로 열심히 읽었던 것도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한글 번역판이 있네요. 영어로 힘드신 분들은 한글판으로도 읽으셔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만연체인 것 말고는 한글 번역이 힘들지 않았을 것 같고, 2022년 2월 9일에 번역된 이래로 지금도 새 책을 살 수 있는 것을 보면, 한글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생 전체가 80년이라고 봤을 때, 4000주인 내 인생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이시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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