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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Young-adult)

[서평] We were liars by e. lockhart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9. 1.

책 전체적인 분위기가 뭔가 답답하고 암울하고 축축 쳐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읽는 과정에서도 이 분위기는 쇄신되지 않고, 다 읽는다고 뭔가 맑고 밝게 개선되는 사항이 없습니다. 그냥 눅눅한 장마철에 몸이 푹푹 젖었는데, 계속 비가 오고 공기가 습해서 그런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겁니다. 그런데, 언제 그칠지 모르는 상태로 잠깐 갰다 싶어서 보면 하늘은 또 꾸물거리고 그냥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 버리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다 읽고도 결코 기분이 상쾌해지지 않는 그런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냐. 절대 재미는 있습니다. 이 책, 이래뵈도 베스트셀러 출신입니다. 2014년 5월 13일에 처음 출간된 책인데, 2014년 그해 책 중에서, 유명한 서평 사이트인 굿리즈에서 사춘기 소설 부문(Young Adult fiction) 부분에서 최고라고 1등 먹었습니다. 문학상을 받거나, 상은 못 봤았어도 수상 최종심까지 올라간 것까지 하면 9개쯤 돼 보입니다. 대충 세 보니 그렇습니다. 재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장 됐고, 읽어보니 저랑 같은 심정이라서 상을 준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를 확실히 갈리는 책입니다. 저는 그래도 재미 있어서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표지입니다. 물놀이 하는 장면 같습니다.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라고 나옵니다. 이 세 장르가 골고루 섞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청소년 도서로 분류돼 있는데, 청소년기 특유의 이유없는 반항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약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렸을 때, 특히나 사춘기 때 이런 내용의 책을 봤다면, 가슴 아픈 결말에 슬퍼하면서도 나름 열광했을 텐데, 조금 나이 들어서 봐서 그런지, 슬픈 결말로 끝나는 소설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마음이 그저 무겁기만 할 뿐입니다. 작가는 나름 희망적으로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을 그려내지만, 주인공인 케이덴스는 평생 무거운 꼬리표를 달고 살아갈 것 같습니다.

스릴러라고 하니까, 진행이 빠를 것 같지만 그렇지만 않습니다. 축축 쳐지고 우울한 분위기로 이어지려다 보니까 그랬는지 
좀 천천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어떨 때는 안개에 싸여 있다가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안개는 끝까지 다 걷힌 느낌보다는 슬쩍 슬쩍 사실을 보여주고선 다시 모든 것을 감싸고 싶어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것은 주인공네 집안하고 상관 있습니다. 이 집안의 가풍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외할아버지네 집안의 가풍 때문에 다 이렇게 된 것만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좀 특이한 책입니다.

분량이 얼마나 되는 책이냐 하면, 242쪽짜리로 두께가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입니다. 이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나뉘어져 있는 덩어리가 커서 끊어읽기 힘들 것 같아 보이실 겁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부분(part)별로 또 자잘한 챕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번째 부분(part 1)은 챕터 15까지가 part 1입니다. 
part 2는 챕터 16부터 22까지니까, 챕터가 7개네요. 
part 3는챕터 23부터 57까지로 챕터가 35개니까 챕터가 제일 긴 셈입니다. 
part 4는 챕터 58부터 79까지니까 22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네요. 
part 5는 챕터 80부터 87까지입니다. 이 부분은 8개의 챕터로 이루어졌습니다.
제일 짧은 챕터가 part 2 인 것이과, 책 전체의  총 챕터가 87인 셈입니다.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이 87개이니, 챕터가 굉장히 많은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길이인 242페이지보다 더 짧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끊어읽기 상당히 괜찮습니다. 바쁘시거나,
읽는 숨이 짧은 분들한테 괜찮은 구성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 줄거리가 좀 모호하게 서술되고 있어서 초급이신 분들한테는 비추천입니다.

한글번역본이나 영화화 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못 찾은 것일수도 있지만요. 아마 청소년(young adult) 소설인데, 결말이 산뜻하고 깔끔하지 않아서 우리 정서에 안 맞아서 번역이 안 된 것 같고, 영화화 하기에도 좀 내용이 애매하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래는 스포일러 가득한 줄거리와 느낌입니다. 원치 않으시면 아래 부분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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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lair(싱클레어) 집안 사람들은 건강하고 쾌활하고 아름답습니다. 이혼을 해도, 신용카드 대금이 밀려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한 케이덴스(Cadence : 운율, 악장의 마침표라는 뜻)는 아빠가 이혼을 해서 슬퍼도, 외할아버지네 집안인 싱클레어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머리를 다쳐서 아팠습니다. 그이후로 몸이 너무 아파서 약을 달고 삽니다. 토하기도 자주 토하고요.

원래 여름이면 외할아버지 소유의 섬에 가서 보냈었는데, 아빠가 같이 지내야 한다면서 유럽 여행을 갑니다. 케이덴스는 아빠와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로 외할아버지가 못 가게 해서 2년 동안 못 갔습니다. 이번에도 못 갈 것을 케이덴스는 억지로 섬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또래 사촌들과, 친척은 아니고 누군가 재혼하면서 데리고 온 ‘갯’과 함께 어울립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케이덴스의 기억이 돌아옵니다. 

싱클레어 가문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들인 척 하지만, 결국 돈많은 외할아버지는 인종차별주의자였고,  자신의 돈으로 딸들을 맘대로 움직이고,  딸들은 스스로 앞가림도 못하면서 아빠의 재산에 목숨 거느라,  자식들 앞에서 아버지 환심 사려고 추한 꼴 보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의 답답함 때문이었을 겁니다.  케이덴스와 또래 사촌들은 그만 불을 질렀고,  그 화재로 리트리머 두 마리와 사촌들이 목숨을 잃은 겁니다.

할아버지는 아마도, 케이덴스가 기억을 되찾으면 다시 가슴 찢어지는 경험을 할 것 같아서, 아예 섬에 다시는 안 돌아와서 기억을 잃은 채로  그냥 바보같지만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가 강조하는 씽클레어 집안의, 슬픔과 안 좋은 것들을 모두 싹 다 무시하는 경향 때문에 케이덴스와 그 무리들은 폭발할 것 같았고, 엄마와 이모들도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기 보다는  할머니의 유품에 집착하는 양상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씽클레어이기 때문에 겪은 상처를, 씽클레어란느 것과 거리를 두고 역시 기억을 되찾지 않음으로써 더 행복하길 바란 게, 
할아버지가 평생 살아온 방식이고 신조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케이덴스는 고집을 피워서 섬에 돌아왔고 기억을 다시 다 되찾은 겁니다. 잃었던 자신을 다시 찾은 셈인데, 할아버지가 의도한대로 사촌들과 갯이 죽은 사실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운 채 살아가는 게 나았을런지, 케이덴스가 섬에 돌아오는 것을 통해 선택했던 대로 다 기억하고 아파하면서 사는 게 나은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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