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연초에 864쪽에 다다르는 ‘The Goldfinch’를 읽은 뒤로, 뭔가 긴 책이나 심각한 책에는 염증을 일으켜서, 뭔가 좀 덜 어려운 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좋은 책 고를 줄 몰라서, 뉴베리 상 탔다는 책이나 애들 책으로 좀 읽었고, 짧은 책을 찾아서 읽었던 것 같네요.
이거 읽기 전에 읽었던 책이 ‘Coraline’과 ‘The Whipping Boy’와 ‘The boy who lost his Face’가 있네요. 다 재미나게 읽었던 책입니다. ‘The Whipping Boy’가 그랬던 것처럼 뉴베리 도서들은 어린이 및 청소년 도서라서 결말이 긍정적으로 끝나기를 희망하면서 읽기에, 희망차고 밝은 책을 상상하고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우울한 분위기의 이야기 전개에 처음에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던 책입니다. 앞부분에서 고전했기 때문에 읽는 데에 일주일 이상 걸릴 거라고 예상했던 책이긴 합니다.
너무 우울해서 아무리 빨리 읽어도 하세월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중반 너머 읽기 시작하자, 좀 잘 넘어가기도 했고, 막판에 금세 읽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 4일 걸렸습니다.
소재 자체가 엄마 잃은 고아 이야기 나오고 해서 무척 어둡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이 주인공의 이름은 버드(Bud)입니다. 이 이름이 왜 그렇게 의미깊냐 하면, bud란 우리말로 꽃봉오리나 겨울눈 혹은 새싹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친구나 벗을 뜻하는 ‘buddy’가 호칭으로는 더 많이 쓰일 수 있지만, 주인공의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친구나 벗으로만 생각한 게 아니라, 갓 움트는 새싹, 겨울눈, 그리고 막 피어나려는 꽃봉오리로 본 겁니다. 그래서 애들 이름 작명소에다 맡겨버린 엄마로서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게 했던 책으로 남았습니다.
책, ‘Pictures of Hollis Woods’나 ‘One for the Murphys’에서도 고아가 수양가족(foster family)에 맡겨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그렇습니다. 버드는 맡겨진 수양가족에게서 상처만 받고 또 다른 수양가족에게 맡겨져서도 학대와 핍박을 받아서 몸과 마음에 상처뿐인 인생이 됩니다.
이 부분 읽으면서 너무 눈물나고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뉴베리 도서가 애들 읽는 책인데, 너무 표현이 적나라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게 청소년 도서(Young Adult)로 많이 분류되는 모양입니다. 너무 어린 애들 읽으면 크게 상처 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여튼, 그런 과정을 겪은 뒤에서야 버드는 아빠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혼재돼 있습니다. 재미도 있었고, 감동도 있었고, 생각할 꺼리도 던져준 책으로 기억될 겁니다. 책을 읽을수록 왜 이리 머릿속이 복잡해질까 했더니, 책이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해서 그런가 봅니다.
세계적인 서평 사이트인 굿리즈(Goodreads)를 찾아보면, 이 책은 판형에 따라서 조금씩은 달라서, 두께가 243쪽, 혹은 245쪽, 272쪽 수준으로 나옵니다. 대략 250쪽 중반 내외의 책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얇은 것도 아니지만,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입니다.
챕터는 19개인데, 좀 짧은 챕터도 있고 약간 길다 싶은 챕터도 있어서 너무 짧은 챕터에만 익숙하시거나, 읽는 숨이 짧은 분들에게는 긴 챕터가 약간 힘들 수도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챕터가 긴 편이 아니라서 도전하실만 하겠다 싶습니다.
문제는 약간 단어가 어려웠던 것 같은 점과, 나름 서사구조가 있고 반전도 있는 책이라서 줄거리 파악하는 게 초급이신 분들에게 쉬울까 하는 점입니다. 엄청 복잡한 건 아니지만, 챕터북 읽다가 바로 도전하시기에는 좀 힘든 책입니다.
이를테면, ‘Sarah Plain and Tall’ 이나 ‘Hundred Dresses’ 같은 책으로 먼저 좀 도전해 보시던가, 챕터북 중에서 좀 길다고 볼 수 있는 ‘Cup Cake Dires’ 시리즈나 ‘Ramona Quimby’시리즈 같은 걸로 먼저 조금 긴 챕터 읽는 연습을 해 보시고 잘 읽히면 이 책을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한글번역본도 있고, 잘 팔리고 있습니다. 원작 자체가 좋아서 번역본도 계속 쭉 잘 팔리라 예상해 봅니다. 영화가 있나 찾아봤는데,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발견하시면 댓글로 전해주세요. 아래에는 간단하게 줄거리 적어보았으니,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냥 읽지 말고 지나가세요.
=============================================
엄마가 죽은 상태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주인공인 버드의 기억 속에서 엄마가 자꾸 소환됩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엄마와 함께 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사후, 수양가족(foster family)라는 이름으로 전혀 남인 가족들 사이에 들어가서 살게 된 버드는, 좋은 추억은 하나 없이 그저 상처뿐인 인생입니다. 수양가족도 파양돼서 다른 가족에게 가는 일까지 겪지만, 늘 엄마에 대한 추억은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엄마가 평소에 소중하게 여기던 공연 팜플렛 하나를 들고, 그 공연을 하는 사람이 아빠일 거라는 생각을 한 버드는 아빠 찾아 삼만리를 떠납니다. 가다가 중간에 고아원에서 만났던, 역시 수양가족들에게서 도망치게 된 친구 벅스(Bugs)와 함께 서부로 일자리를 구하러 갈 뻔도 합니다. 하지만, 몰래 열차를 타려고 하다가 만난 여자 아이의 조언이 있어서 결국 열차를 타고 떠나지는 못합니다.
결국 그 선택이 버드의 인생에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것으로 남습니다. 인생 크게 하나 방 달라졌달까요. 버드가 예상했던 것들과 모든 것이 많이 달라진 겁니다. 하여튼, 아빠를 찾아가는 그 길에서 다행히도 가다가 좋은 인연들을 그렇게 만나고, 생각보다 쉽게 그렇게 아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지역에까지 도달합니다. 그리고 반전은 거기서 또 있는 거죠.
버드가 단풍나무씨를 보면서, 엄마가 남긴 그 공연 전단지 하나와 그게 엄마한테 중요했다는 거 하나를 단서로, 결국 큰 인생에 있어 큰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이 작은 씨가 저 큰 단풍나무가 되어 고개 아프게 올려다 봐야 되는 것에 비유가 됐는데, 그런 것처럼 버드와는 처지가 다르지만, 마음 속에 큰 단풍나무의 작은 씨를 나도 키워얄까 생각도 해 보고, 그게 구름 위에 집 짓는 것 같은 건 아닐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아, 너무 좋은 책이었습니다. 앞부분 읽으면서 가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애들 책이라서 결말이 좋아서 다 용인되는 책이었습니다.
'청소년(Young-adul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Where she went by Gayle Forman (80) | 2023.09.14 |
---|---|
[서평] if i stay by Gayle Forman (92) | 2023.09.13 |
[서평] We were liars by e. lockhart (69) | 2023.09.01 |
[서평] Insurgent by Veronica Roth (82) | 2023.08.21 |
[서평] Divergent by Veronica Roth (68) | 2023.08.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