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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Children)

[서평] The Tale of Despereaux by Kate DiCamillo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9. 11.

저는 원래 동물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릴 적에야 이솝우화 같은 것도 좋아라 읽고 했지만, 사춘기 이후로는 뭔가 동물이 주인공인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좀 나보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라는 편견도 있었지만, 애완동물을 별달리 키워본 경험이 적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동물과의 인연이 적다 보니, 이야기 속에 나오는 동물들에 대해서 호감 내지는 애착을 느끼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저의 그러한 점이 몰입해서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에 방해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들 많이 읽는 책인 이 책, ‘The Tales of Despereaux’를 읽을 생각을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다들 많이 읽는 책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읽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다 읽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니, 주인공 이름 쓰기가 참 힘듭니다. 한 번 보세요. Despereaux. 제가 맞게 썼나요?

원서 표지입니다. 판형에 따라서 표지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딱 봐도 그냥 표지는 참 마음에 듭니다. 성인이지만 뭔가 옛 생각도 나게 하면서 이제 다 메말라 버린 동심도 물 줘서 촉촉하게 일으켜 세울 것 같은 그런 표지로 저는 느꼈습니다. 칼 대신 바늘을 차고 있는 생쥐가 전력일주 하는 모습을 보세요! 표지를 보고 더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잔뜩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기면 펼쳐지는 이야기는 좀 빤합니다. 제가 스포일러를 안 하려고 해도, 이미 어린 시절 왕자 공주 나오고 기사까지 나오는 서양 동화들을 봤다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 겁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다 알고 있는 너무나도 빤한 이야기인 거죠.

이 책의 내용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공주를 보고 한 눈에 반한 기사가 공주를 사랑하게 되고, 공주의 기사가 되어 그 공주를 지켜준다는 것입니다. 흔히, 공주 나오는 옛이야기에 나오는, 정말 여기저기 길거리에 널리고 발길에 채이고 밟히는 그런 빤한 줄거리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당연히 악당도 나오고, 악당에 이용 당하는 사람도 나오고, 기사가 위험에 처하는 이야기며, 그걸 이겨내고 공주를 지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빤한 이야기인데, 단지 주인공만 생쥐로 바꾸어놓고 쓴 겁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신기하게도 너무 재밌습니다.

물론, 남다른 설정 몇 가지를 작가가 해 놓았습니다. 나름 작가가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을 다 읽고 나면 궁금해 할 만한 것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말해줍니다. 작가 후기에서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귓가에 대고 말하듯이 그렇게 글을 써내려 갔는데, 이야기를 네 부분으로 나눠서 각각의 등장인물에 얽힌 뒷이야기를 모두 다 풀어내려가면서, 악당도 악당이 된 가슴 아픈 사연을 구구절절 써놓습니다. 분명히 이전에 어렸을 때부터 이런 류의 이야기를 다 읽어서, 궁금할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다음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면서 가슴 콩닥거리게 한 이상한 책이었습니다.

일전에 밀레니엄 시리즈나, ‘Water for elephants’를 읽으면서 작가가 아무 감정없이 묘사를 한 부분에서 정말 더 리얼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면, 이 책을 쓴 작가인 Kate DiCamillo의 이 책, ‘The tales of Despereaux’에서는 주인공 및 등장인물의 전후 사정을 읊어주면서 가슴 아파하거나 기뻐하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감정이입이 되는 그런 류의 책이었습니다.

두께는 272쪽에 달하는 원서지만 중간중간 삽화가 있어서 그런지 그다지 길지 않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챕터가 무려 52개로 나눠져 있어서 초급용으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기에 딱 적격인 책입니다. 문장도 단어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동화는 동화인데, 뭔가 특별하고 각별한 느낌이 드는 특색 있는 동화였구요. 챕터북 읽다가 이제 좀 더 긴 책 도전하고 싶으실 때, 들어가기 괜찮겠다 싶은 생각 들었던 책입니다. 초급용으로 강추입니다.

한글판 표지인데, 이것 말고 영화 포스터나 장면에서 따온 Movie Tie-in 표지도 있지만 전 이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한글번역본 당연히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품절되지 않고 잘 팔리고 있습니다. 이 책, 영화화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성인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재미 없는 영화로 낙인찍힌 것 같습니다. 어린이용 영화로 제작된 데다가 작가의 내공이 빛나는 책인데, 영화에는 작가가 등장할 수 없어서기도 할 것이고, 빤한 이야기인데 작가 나름의 내공을 담아내기에는 영화라는 수단으로는 뭔가 역부족이었지 싶습니다. 

그렇지만, 영어 원서만큼은 성인이 읽어도 재미난 책입니다. 애완동물 친화적이지 않아서, 동물 나오는 책 별로 안 좋아하는 저도 너무 좋아하는 책이니 말 다 했죠. 너무 잘 쓰면, 그 분야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게 만들 수 있구나 싶습니다. 

영화 포스터인데, 포스터만큼은 마음에 들었고, 실제로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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