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에 약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세요.
2014년에 할인하는 이북을 몇 권 샀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을 2015년에 읽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148페이지의 얇은 책이라는 겁니다. 내가 1년 내내 열심히 읽는 분량을 한달만에 독파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원서 읽기 카페에서, 나도 비슷한 수준인 척 챕터북으로 권수를 채우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챕터북이 아닌 이런 책으로 뚝딱 하고 도깨비 방망이 두드려서 하나 나오듯, 단숨에 한권 다 읽었다를 하기 위해서 읽었습니다. 그렇게 선택을 해서 읽은 책 치고는 너무 좋았던 책입니다.
여전히 역시 아무것도 모르고 읽으면 재밌다는 공식도 잘 통했던 책이고요. 책 앞부분에서 이미 말하고 있어서 스포일러가 아닐 것 같아서 말합니다만, 이 책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새로 개척지에 이주하려고 하면서, 아버지와 큰아들이 먼저 새로 산 땅에 오두막 짓고 옥수수랑 호박 심고 살았습니다. 이제 두고 온 임신한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러 가겠다면서, 아버지는 13살짜리 큰아들에게 오두막 지키는 것을 맡기고 떠납니다. 한 6주나 7주면 돌아오지 않겠느냐면서 막대기로 날짜 세면서 기다리라고 하는 말을 남기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이 소년이 겪는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입니다. 소년의 이름은 Matt(매트)입니다. 이렇게 해서 소년이 혼자 지내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이 책은 약간 ‘Hatchet(손도끼)’ 분위기도 약간 납니다. ‘Hatchet(손도끼)’이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자립갱생이었다면 소년은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좀 다르다면 다르달까요.
서부영화에서 그냥 막 죽여도 그만인 악당으로만 나오던 인디언들이 선한 친구로 나옵니다. 물론, 이 소년 역시 절대적으로 착한 아이라서 같이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 소식이 한참 없는 아빠와 나머지 가족들을 기다리면서, 인디언이 의지가 됩니다. 아니, 실상 인디언이 없었다면 소년은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Hatchet(손도끼)’도 읽으면서 상당히 고전했고 어려웠는데, 이 책도 뭔가 속도가 덜 나던 책입니다. 아무래도 낯선 단어와 환경이 주어진 이야기를 읽는 건 어렵습니다. 그리고 뭔가 주인공들이 고생 고생 하는 이야기는, 같이 읽으면서 독자도 같이 힘들게 일하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더 빨리 읽히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눈물을 빼거나 그런 신파조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나름 읽다가 약간 뒷부분에서는 슬펐고, 결말에서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면서 아메리칸 인디언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에 앞서서 읽었던 ‘Gossamer(꿈 전달자)’와 길이가 비슷한 편이라서 봐야 될 것 같은데, ‘Gossamer’가 뭔가 서사구조의 빈약함과 줄거리의 밋밋함이 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면 이 책은 뭔가 더 재밌게 느껴졌던 게, 평소에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갈구 같은 것을 채워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혼자서 생존한다는 그러한 경험이 신선하게 다가와서 그랬기도 했고, 착한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도 독특하게 생각되기도 했으니까요.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짧은 편입니다. 판형에 따라 다르긴 한데, 145쪽 내지는 148페이지 정도의 책으로 챕터북으로 치자면 약간 길다 싶은 챕터북 정도의 책입니다. 책 길이에 비해서 챕터는 많은 편입니다. 2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챕터가 약간 긴 부분도 있지만 크게 긴 챕터가 없기 때문에 초급용으로 괜찮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약간 어렵게 느껴진 탓에 다른 분들도 읽으시면 어려울 거라 지레 짐작하고 초급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책으로 내공 쌓으신 뒤에 약간 어려운 책 도전해야 겠다 싶으실 때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그래도 한 챕터의 길이가 짧은 만큼, 위대한 도전하는 것은 추천입니다.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를 수도 있듯이, 어려우면 언제든 다시 쉬운 책을 읽으면서 내공 쌓고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이정도 수준의 책은 읽을 수 있긴 한데, 시간이 없으신 분들이나 읽는 숨이 짧은 분들이 토막 시간 내서 읽기 괜찮을 것 같습니다. 챕터가 짧으니까요.
이 책, 이렇게 짧은 것 같아도, 무려 뉴베리 은상 탄 책입니다. 금상은 아닌 게, 수상작 후보로 최종심까지 갔던 책이라는 거죠. 1983년에 초판 출간된 책인데, 그 이듬해인 1984년에 뉴베리 은상 수상하고, 그 외에도 다수의 다른 상을 받거나 최종심까지 오른 책입니다. 그만큼 문학적으로 인정받았고, 제가 읽어봐도 재미난 이 책은 당연히 한글 번역판이 있습니다. 아직 품절이 나진 않은 것 같은데, 어떤 인터넷 서점에서는 팔고, 어떤 데서는 안 팔고 있습니다.
영어가 힘드시면 한글 번역판 구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화 된 줄은 제가 모르고 있었는데요. 찾아보니 1997년에 영화화 된 적이 있고, 그것이 지금 외국 유튜브에는 그냥 볼 수 있게 풀려 있는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유튜브로 볼 수 없는 국가로 나옵니다. 어디 영화를 볼 수 있는 데가 있다면 한 번 보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저는 찾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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