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에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산 건 2008년이었습니다.
그것도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산 거라, 아마 할인도 안 하는데 샀을 겁니다. 이렇게 산 건 이슈가 되는 거니까 빨리 읽어줘야지 하고 당연히 책을 펼쳤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도대체가 알아먹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저 흰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씨구나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이 책을 들여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략 1년이 지난 뒤에, 좀 더 쉬운 책으로 장복한 뒤에 드디어 이 책을 펼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책, 책이 저를 빨아들이는 듯이 잘 읽혔습니다. 군데 군데 어려운 단어도 있었고, 좀 잘 안 읽혀서 다시 본 문장도 있었지만, 나름 이해가 가고 책 내용에 몰입해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물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데에는 거의 50일 넘게 걸렸습니다.
301쪽 정도의 보통 두께의 소설을 읽는 데에 오래 걸린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이해가 가고 재밌게 빠져 들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난이도가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불과 1년 전에는 읽어도 하나도 이해가 안 돼서 절망하며 덮어 버릴 정도로 저에게는 견딜 수 없이 어려운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1년만에 어렵지만 읽을 만한 책이 됐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책 자체가 다루고 있는 소재 내지는 주제입니다.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는 읽는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무겁게 내리찍어누르고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주인공 부자(父子)의 걸음 걸음을 같이 걷는 느낌인데, 그 발걸음이 발에 무거운 쇠라도 달고 있는 듯이 무겁기 그지 없기 때문에, 읽는 속도가 날 수가 없었습니다.
페이퍼백으로 사서 봤었는데, 책은 들고 다니기 좋고 가볍고 인쇄 상태도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세기말적인 이 책의 내용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다 읽고 다시는 읽지 않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팔아먹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팔고 나서 종종 생각이 납니다. 한 번 더 읽으면 어땠을까.
따로 챕터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짧게 짧게 나뉘어진 행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눠서 읽기가 많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포칼립스 소설 쪽 찾으시는 분들이 읽기에 괜찮은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이 작가 책이 이게 처음인데, 거장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상 많이 탔습니다. 2007년에 퓰리쳐 상(Pullitzer Prize for Fiction), 2006년에 제임스 타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James Tait Black Memorial Prize for fiction) 등... 굿리즈 들어가 보면 눈 돌아가게 많은 상을 탔거나, 상의 후보였거나 그랬습니다.
전 퓰리쳐 상 받은 것만 알고 책을 봤지만, 이 책 제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좋았습니다. 국내에 번역서도 나와 있는데,
제가 영어로만 읽어서 번역 상태는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원작이 괜찮아서인지 일반적으로 서평이나 읽으신 분들 평가가 좋아서 거의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네 개 반쯤 됩니다.
몰랐는데, 이 책 영화화도 돼 있었네요.
전 원서랑 번역본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아래 내용은 원치 않으면 읽지 마세요.
대략적인 내용은....지구가 어떤 재난 상황을 맞아서 엉망이 된 겁니다. 이유는 책에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만, 그냥 핵전쟁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짙은 구름과 먼지, 스모그 그런 것에 싸인 데다가 오염된 것인지 식물도 자라지 않는 상황이 된 겁니다.
먹을 것도 구할 수가 없어지자, 사람들은 집에 머물 수도 없어서 거리로 나옵니다. 수퍼를 약탈하고, 빈 집을 털고 정처없이 떠돌면서 살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어찌 됐나고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생존을 위해서, 떠돌아 다닙니다. 이렇게 된 환경에서도 아버지는 아들을 끔찍이도 챙깁니다.
먹을 게 없어서 굶주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본인도 굶주려 힘든 아버지는 오래 된 과수원에서 땅에 묻힌 신선한 사과를 찾아내서 아들을 살리기도 합니다. 깨끗한 이불이 있는 좋은 집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음식도 좀 있지만, 거기 살던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아무데도 없어서 거기서 좀 머물다가 먹을 통조림 같은 것을 챙겨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길에는 그저 떠돌이가 됐을 뿐이지 착한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그악한 어려운 환경에 살기 위해서 약탈자가 되고 살인자가 된 사람들도 아주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여정의 동반자로서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끝내 아버지는 죽고, 홀로 남겨진 아들은 새로운 일행을 찾아 합류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어딘가에서 다시 식물이 자라나기 시작했다는 풍문도 떠돌고 있으니, 아포칼립스(종말?)의 상황에서도 뭔가 희망적으로 끝난 경우지 싶습니다.
'소설(fi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Where the Forest Meets the Stars by Glendy Vanderah (34) | 2023.06.20 |
---|---|
[서평] The Extraordinary Life of Sam Hell by Robert Dugoni (40) | 2023.06.19 |
[서평] The Midnight Library by Matt Haig (27) | 2023.06.07 |
[서평] The Silent Patient by Alex Michaelides (20) | 2023.06.03 |
[서평] Elea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 by Gail Honeyman (47) | 2023.06.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