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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Classic)

[서평] The Great Gatsby by F. Scott Fitzgerald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10. 2.

이 책의 종이책을 사놓은 지는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책도 안 읽으면서 싸다는 이유로 1600원에 special price(특가)란 이름 하에 팔던, 펭귄판 책을 사놓았더랬습니다. 그게 IMF 사태가 터지기 1년인가 전이었지 싶습니다. 그렇게 사놓고 안 읽고 소장만 하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제가 그 종이책으로 읽은 게 아닙니다. 

킨들판으로 같은 책을 아마존에서 무료로 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이북을 구해다가 책으로 읽으면서 종이책은 손으로 만져보기만 했습니다. 실물 책이라서 손으로 만지면서 책 냄새도 맡고 행복했지만, 결국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이북이 편했습니다.

원서 표지입니다.

고전(古典)이니 만치, 앞부분이 상당히 읽기 어려웠던 책이었습니다. 읽어보면, 상당히 유려한 문체인데, 작가의 지적 허영이라고 해야 할까요? 너무 지적이어서 묻어나오는 단어 단어마다 다 어려운 단어라서 그 어려운 단어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세련된 문장의 묘미를 느끼면서 읽어내야 했던 겁니다. 

그냥 책을 읽어도 느린 저입니다. 속도가 절대로 나지 않을 책인 겁니다. 책이 얇아서 얕잡아 보고 진도 빡빡하게 잡은 걸 후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중반 넘어가니까, 나름대로 속도도 나고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 주인공인 개츠비는 풍문으로만 들리는 인물이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렇게 등장하지 않고, 그저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결국 그의 실체란 것도, 이야기가 다 끝나갈 즈음에 일종의 실루엣처럼 남았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래서 신비감이 더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만져지는 실존의 인물처럼 느껴지는 맛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사랑과 성공, 그리고 최후에 대한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 서사성을 갖고 장엄하다면 장엄하달 수도 있겠지만, 좀 소소하고 간결하게 지어진 이야기라는, 그런 느낌입니다.

한글 번역판입니다. 판형이 여러가지로 나와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책의 북클럽을 열자고 하셔서 열기도 했지만, 일전에 읽었던 ‘Catcher in the Rye(호밀밭의 파수군)’의 주인공이 좋아했던 문학작품이기에 호기심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책 읽으려다가 이 책을 먼저 읽은 겁니다. 그래서인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주인공이 마셨던 하이볼(highball: 위스키나 브랜디에 소다수나 물을 타고 얼음을 넣은 음료)을 마시는 게 나오기도 했고, 약간 분위기가 비슷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좀 더 밝은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뭔가 그렇게 어둡고 까맣고 우울하고 그렇지 않습니다. 밝고 화려한데, 어딘가 모르게 암울하게 느껴지는 느낌입니다. 화려한 무대와 그 무대 뒤의 화려함을 보는 것 같은 책입니다.

재미가 없었냐면, 재미가 있었지만 ‘호밀밭의 파수꾼(Catcher in the rye)’에서 느껴지던 심리묘사 같은 건 좀 약했고, 최근에 읽은 고전이라면...... 읽은 게 없네요. 하여튼, ‘Farenheit 451(화씨451)’이나 ‘Brave new world(멋진 신세계)’, ‘1984’을 읽고 난 뒤에와는 좀 다른 느낌입니다. 그런 책들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인생이나 인생관이 좀 달라졌다. 뭔가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거나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임팩트라는 게 없었습니다.

1974년 영화화 됐을 때의 포스터입니다.

원서는 그다지 길지 않은 느낌의 책입니다. 제가 읽은 책의 페이지수는 180쪽 정도이고, 서평 사이트인 굿리즈(Goodreads)에 찾아보면, 판형에 따라서 전반적으로 180쪽에서 216쪽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두께입니다. 글발이 좀 있는 편이라서 읽어보면 좀 더 길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길게 봐야 300쪽은 안 넘는 책이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챕터 개수는 약 9개 정도입니다. 한 챕터가 많이 긴 편은 아니지만, 아주 챕터 많고 짧은 책 읽으시던 분들이라면 버거울 것 같습니다. 챕터 내에서도 끊어 읽기 좋은 곳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챕터씩 읽는 게 내용 파악하기 편합니다. 전체적인 서사구조는 많이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꼭 필요한 이야기만 나오기 때문에, 그리고 필요한 설명들이 다 나오는 편이라서 내용 파악하기에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난이도가 좀 있다 싶게 느껴지는 것은 단어입니다. 1925년에 처음 쓰인 책이라서 고어가 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제 느낌대로 작가가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골라 쓴 건지 몰라도 단어가 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의 성격상 약간 허세 부리듯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작품에 너무 잘 맞는 단어와 문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읽기는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초급용 도서는 절대 아닙니다.

2013년에 만들어진 영화 포스터입니다.

이 책은 오래된 고전이라서 당연히 한글 번역본 있습니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원서는 길어봤자 200쪽 남짓이고, 글자 빽빽한 거 생각해도 300쪽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번역서는 상당히 깁니다. 페이지수가 450쪽, 470쪽 그 정도 됩니다. 

제가 산 책이 글자가 많이 빡빡하게 들어간 책이긴 합니다마는, 180쪽입니다. 거의 두께가 두배네요. 하여튼, 한글 번역본이 다양하게 나와 있는 고전이니 한글로 읽으셔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원서의 유려한 문체를 얼마나 살려놨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이 책은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 그것도 두 번씩이나 영화화 됐습니다. 1974년에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서 1977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도 했었다네요. 그 이후에는 2013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한 번 더 영화화 돼서, 우리나라에서 그해에 개봉이 되긴 했는데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래로 대학로에서 연극 공연 포스터를 본 적도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연극으로는 어떻게 나타냈을까 궁금하긴 하네요. 저같은 경우, 우연한 기회에 1974년작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요. 책에 나온 내용의 주요 장면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1974년판 영화를 봐서, 2013년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는 않아서 열심히 구해서 봐야지 싶지는 않아서 보진 않았습니다.

2013년에 만들어진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아래에 책 줄거리를 간략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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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인물이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의 옆집에 새로 이사온 개츠비(Gatsby)는 큰 집에서 매일 파티를 합니다. 사람들은 그 파티에 가고 싶어하다가 눈치껏 들어가긴 하지만 모두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그 파티에 초대를 받아서 갑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의 육촌인 데이지(Daisy) 때문에 개츠비가 ‘나’를 초대한 겁니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우리집에 초대해서, 자신의 파티에 우연히 오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부탁대로 데이지를 부릅니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만나자 서로 너무 좋아합니다. 알고 보니, 개츠비는 데이지가 아주 오래 전에 사귀던 옛 애인입니다. 데이지가 어릴 때, 개츠비는 중위였습니다. 그와 데이지의 연인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와 데이지가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데이지는 엄청 부자인 톰과 결혼했습니다. 개츠비는 본래 부잣집 태생인 것처럼 말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대위가 돼서 군복으로 가난을 감추고, 뭔가 부잣집 남자인 것처럼 보이게 속이면서 데이지를 사귀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군대를 마치고 옥스퍼드에 가서 5개월 동안 머무는 동안에 데이지가 톰과 결혼한 것입니다. 그는 옥스퍼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결국 그곳에서 졸업한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개츠비는 톰에게 대놓고, 데이지는 자신을 사랑했고 톰을 사랑한 적 없이 결혼을 했으니, 모든 것을 되돌려 놓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데이지는 자신은 둘 다 사랑했다고 합니다. 톰은 자신이 데이지한테 잘 해 줄 거니까, 데이지가 계속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합니다. 결국 개츠비와 톰이 데이지를 사이에 놓고 티격태격합니다. 그러다 차를 타고 가는데, 나와 톰은 같은 차를 타고, 개츠비와 데이지가 같은 차를 탑니다. 그러다가 데이지가 기분 전환 겸 운전해 보다가, 자동차 정비사의 부인을 차에 치게 됩니다.

정비사의 부인을 차로 친 사람을 잡으려고 수사망이 막 좁혀 오고 있는데, 개츠비는 죽은 사람 걱정보다 데이지 걱정만 앞섭니다. 개츠비는 자신이 사고낸 사람이라고 누명을 뒤집어 쓸 궁리까지 하고 있는 와중에, 정비사는 자신을 죽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개츠비를 총으로 쏴 죽이고 맙니다. 이에 ‘나’는 데이지와 톰에게 전화하지만 그 둘은 이미 외국으로 여행을 가 버린 상태입니다. 

간신히 연락이 닿은 개츠비의 아버지는, 개츠비의 으리으리한 집을 보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개츠비의 장례식장에는 그의 아버지와, 군대 있을 때 친하던 사람 몇, 그의 서재를 칭찬하던 사람 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파티에 왔던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장례식장은 화려했던 그의 파티에 비해서 너무 소수의 사람만이 있고 초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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