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역시 잘 모르니까 베스트셀러에서 골라서 산 겁니다. 근데, 어지간한 사람은 이 책 관련된 출판사 광고를 보면 살 겁니다. 들어보세요. 유명한 교수가 말기 암에 걸려서, 어린 자식들을 놔두고 죽게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 몸도 안 좋아질 거고, 살 날도 얼마 안 남았고 해서, 마지막 강의를 대학에서 합니다.
자기 학생들에게 좋은 말씀도 하고, 자신이 죽은 뒤에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클 아이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마지막 강의를 녹화합니다. 그리고 그게 회자되고 유명해집니다. 결국 이 교수는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책을 냈는데 그게 이 책, ‘Last Lecture(마지막 강의)’인 겁니다. 읽기 전부터 그냥 막 감동이 몰아쳐서 이 책을 샀습니다. 이런 책을 안 사면 어떤 책을 사서 읽나 그런 생각마저 들었던 겁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막 빨리 잘 읽힌 건 아니었습니다. 작가가 자주 쓰는 단어와 문체에 익숙해 지기 전에는 속도가 잘 안 나는 게, 저한테는 늘 일반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많이 어렵지 않은 책으로 기억합니다. 책도 문고판으로 200페이지가 약간 넘나 대충 그 정도의 두께로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워낙에 갑작스레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탓인지, 종이질은 괜찮았는데 책의 제본 마감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그래도 그냥 읽었는데, 다 읽을 즈음에 책의 제본에서 낱장씩 떨어지더니, 표지가 감싸고 있는 종이들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다 읽어갈 때라 괜찮았습니다.
반품 하기에는 너무 오래 들고 읽었고, 소장하기에는 너무 책이 망가져 버려서 그냥 버렸던 듯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아깝네요. 베스트셀러라 할인도 별로 안 할 때 샀는데...... 아니, 이런 생각 버려야 합니다. 책은 할인가에 사는 게 좋은 게 아니고, 사서 바로 내가 읽는 게 제일 남는 겁니다. 싸게 잔뜩 사서 쌓아둬 봐야 그건 내 책이 아닌 겁니다.
Last Lecture(마지막 강의)의 경우, 두께나 난이도에 비해서는 굉장히 오래 걸려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고전(古典)을 읽을 때처럼 고전(苦戰)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뭔가 읽으면서 삶을 반추해 본다거나, 다시 생각해 보면서 읽게 되는 구절이 많았던 걸로 기억납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학생들에게 했던 마지막 강의를 녹화한 그 내용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일반적인 전 생애에 대한 것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자신의 전공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챕터마다 다뤄지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나 전공 관련된 부분과, 지극히 사적으로 보이는 일부 내용들은 너무 어렵거나 왜 이런 이야기까지 썼나 싶으면서 좀 지루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대충 넘겨 보면서 읽었습니다. 아마 다 이해하려고 들었다면 다 읽지 못하고 지쳐 버렸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는 마지막 강의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 동영상도 있고,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동영상도 있는데, 전 리스닝이 안 돼서 결국 한글 자막으로 좀 보다가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의 압박감에 끝까지 보지는 못했습니다. 책을 보면서 동영상도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식 농담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말기암 환자 같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랜디 포시 교수는 건강해 보이고,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가슴 아프고 딱한 느낌이 좀 들기도 합니다.
한글판이든 영어 원서든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자신이 살아왔고,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해 줬던 책으로 기억납니다. 그리고 내게 지금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원망보다는 뭔가 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게 도와줬던 책입니다.
저처럼 영어 원서로 읽으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특정 챕터나 몇몇 문장이 이해나 해석이 안 된다고 너무 집착하지만 않으신다면, 초급용 책으로도 무난한 책이지 싶습니다. 다만 추리 소설이나 공포 소설의 긴박감은 없습니다. 그리고 환타지 같은 기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작가는 말기암으로 죽었지만, 이 책은 계속 스테디 셀러로 읽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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