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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non-fiction)

[서평] Dreams from my Father by Barack Obama

by 글대장장이 서야 2023. 5. 7.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이, ‘Tuesday with Morrie’입니다. 쉽게 잘 읽혀서 내 영어 독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기고만장해서 그 뒤에 제가 읽으려고 했던 책은 그 당시(2008년) 한창 유행하던 오바마의 책, 담대한 희망의 원서인 ‘Audacity of Hope(담대한 희망)’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는 겁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을 때 표지가 바로 이랬습니다. 그런데, 10년 기념 개정판이 나오면서, 표지가 바뀌었습니다. 뭔가 더 대통령 같고 정치인 같고, 'Audacity of Hope'의 표지랑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아서, 저는 이 표지가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진도가 안 나가도, 이미 고전(古典)을 고전(苦戰)하면서 읽어온 탓에 읽어나갈 수도 있었습니다. 다만, 정치적인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앞부분에서 진도가 안 나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해가 하나도 안 되는 겁니다.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읽던 책을 그만 읽고, 다시 잡은 책이 바로 이 책, ‘Dreams from my Father(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나마 잘 넘어갔습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쓴 책인 것은 두 책이 같지만, 성향이 완전히 다른 책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2008년 말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당선됐고, 오바마가 쓴 책 두 권을 산 게 2008년이니 같은 해였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당시의 베스트셀러에서 골랐습니다. 아직 책을 어떤 것을 읽어야 할지 모르기도 했으니까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심각하게 정치적인 책을 쓴 게, ‘Audacity of Hope’인 반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며, 가족과 자신의 일대기를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게 ‘Dreams from my Father’였던 겁니다. 딱 들어봐도 어느 책이 쉬운 지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영어도 초짜였지만, 정치적인 것에는 한글로 읽는다고 해도 아마 문외한인 저한테는 절대 맞지 않는 책을 처음부터 읽으려고 했던 게 문제였던 겁니다.

그런데, ‘Dreams from my Father’가 아무리 잘 넘어갔다고 하지만, 초보가 보기에는 많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페이지수를 보세요. 무려 453쪽입니다. 아, 물론 제일 긴 게 870쪽이나 되는 해리포터 시리즈도 다 읽은 사람이 무슨 엄살이냐 하실 수 있겠지만, 제 수준에 맞는 책은 초급용으로들 많이 권하는 200페이지 내외의 ‘Tuesday with Morrie’였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Tuesday with Morrie’ 이후에 읽은 이 책을 다 읽는 데에 걸린 기간은, ‘Audacity of Hope’로 방황한 시간을 합쳐서 2달 정도입니다. 조금 어려운 수준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으니까, 기간이 좀 걸려서 그랬지 이 책도 저랑 잘 맞는 책이긴 했던 겁니다. 그리고 오바마의 삶 자체가 흥미롭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재미난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오바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한 이야기도 조금 다뤄집니다. 어른들로부터 주워 들은 이야기를 약간의 짐작을 덧붙여서 적어놓은 겁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정체성을 확보하기에 힘들었던 이야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오바마는 흑인입니다. 

그러나, 그를 키워준 어머니와 할머니, 할아버지(정확히 말하자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완전 백인입니다. 학교에 가면 백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흑인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지만, 집에 오면 완전한 백인 문화권에서 놓이게 됩니다. 이에 무척 방황하는 마음을 가졌던 오바마는 잠시 대마초도 피우기도 합니다.

양육자가 백인인데 본인은 흑인인 이런 상황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두 인종 사이의 차이와 갈등을 다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내공이 더 쌓일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결국 흑인 최초로 미국의 대통령이 된 오바마에게는, ‘흑인 얼굴을 한 백인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가끔 붙게 된 것도 이런 특수한 성장 환경에 기인한 것인가 싶습니다.

그가 아주 어릴 때,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혼 이후에도 그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그를 보기 위해서 케냐에서 온 아버지가 방문했던 적이 있었고, 그때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문화적인 갈등이 있었던 것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어머니가 재혼했을 때 힘들었던 이야기, 후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케냐에 방문해서 친인척들을 돌아봤던 것들 등 거의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다만, 대통령이 될 정도로 정치적인 성장을 하기 한참 전에 씌여진 책이라서, 대통령 선거 과정이나 그의 정치적인 행보가 더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좀 아쉬운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두께에 비해서는 많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왕초보가 읽기에는 453페이지라는 두께도 그렇고 한 챕터가 챕터북처럼 그렇게 쉽거나 짧지 않기 때문에 절대 비추천입니다. 그렇지만, 담담하게 써 내려간 것도 그렇고 ‘Tuesday with Morrie’를 읽은 뒤에 제가 약간 힘들게 읽으면서 재밌었던 것을 보면, ‘Tuesday with Morrie’를 읽을 수 있는 내공 정도면 도전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 버락 오바마라는 인물에 더 빠져 들게 됩니다. 그가 명석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그가 가지고 있는 자신감과 모든 일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보면, 이런 인물이 실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약간 마법같고 환타지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대통령 임기 말기에도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 인기가 식지 않는 대통령으로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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