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산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표지가 예뻐서 산 것 같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예쁜 사진이 있으면 군침 흘리면서 보니까요. 2010년에 산 걸로 돼 있으니까, 이게 베스트셀러 있다거나 해서 산 것 같기도 합니다. 하여튼, 사놓고 장장 13년이 돼 가도록 안 읽고 묵혀만 둔 책이네요.
글발이 좀 있어 보여서도 잘 안 읽었던 듯합니다. 그러나 2023년이 1월말에 막상 읽기 시작하니까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잘 넘어가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약간 막히는 단어나 문장이 있었지만, 거슬릴 정도가 아닌 건 대충 넘어가서인지 책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뉴베리 북 몇 권 읽으시는 정도면 시도해 보실 만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정확히 장르가 뭔지 모르고 읽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사놓은 지도 오래 됐기 때문입니다. 사놓은 책 중에서 뭔가 읽어야지 새로 또 사지 싶어서, 진짜 그냥 표지에 있는 고양이를 보고 집었기 때문에, 살 때나 읽을 책 고를 때나 표지 보고 고르는 건 평생 계속 될 것도 같습니다. 근데, 신랑 얼굴은 왜 저럴까요? 세계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집어넣어야 겠습니다.
이 아래부터는 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읽지 않으시면 됩니다.
이 책의 장르는 논픽션이고, 에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주요 내용은 미국의 아이오와주의 북서부에 있는 스펜서 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글을 쓴 저자의 개인사나 가정사도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차지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스펜서 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도서관의 관장인데, 어느 추운 겨울 날, 도서 반납함에서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고양이를 도서관 직원들과 함께 품어서 녹여 주고, 목욕도 시키고 먹이를 줍니다. 그리고 도서관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서 도서관에서 키우게 되는 겁니다.
이 고양이 이름이 Dewey입니다. 철학자에서 이름을 땄다고 지레짐작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Melvil Dewey라고 미국의 근대 도서관계의 지도자라고 일컬어지는 분 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85371&cid=40942&categoryId=34329
위의 주소는 두산백과입니다. Melvil Dewey에 대해서 나옵니다.
안 보셔도 되고 궁금하시면 찾아보세요.
하여튼, Dewey는 처음부터 도서관 사서들의 손을 타서인지, 쓰다듬어 주는 거 좋아하고 낯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인기가 짱입니다. 게다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지, 뭔가 우울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가서 위로해 주고,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한 데에 가서는 좀 오래 가서 앉아 있습니다. Dewey는 사진을 찍자 그러면 얌전히 잘 찍고, 애완동물로서 필요한 많은 일을 해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Dewey를 거부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포용합니다.
인내심도 있고, 상황판단력도 뛰어납니다. 외모까지 뛰어나니 부족한 점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한 Dewey에게는 딱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배변에 문제가 있어서 심한 변비증을 앓고 있다는 것과, 도서관 사서들이 너무 잘 해 줘서 응석받이라는 겁니다.
특히나 먹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까다로와서, 마음에 안 드는 사료는 안 먹고 캔에 들은 것만 먹는 데다가 물도 일체 안 마시고, 캔에 들어 있는 것도 맛을 자꾸 바꿔 줘야지 먹지, 한 가지 맛으로 계속 주면 안 먹어서, 버려지는 고양이밥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까다로와진 데에는 변비증이 있으면서 속이 불편해서도 있습니다. 말년의 Dewey는 샌드위치에 빠져서, 그것을 먹으면서 도서관 사서의 샌드위치의 햄만 쏙 빼서 몰래 먹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샌드위치가 짜서인지, 결국 물을 많이 먹게 돼서 배변도 잘 됐다고는 합니다.
그러나, 결국 18년을 도서관에서 살았던 Dewey의 뱃속에는 암이 갑자기 크게 자라고, 치료할 방법이 없어 보이자 안락사 됩니다.
Dewey 이야기는 이밖에도 이 책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나 가족사 이야기는 저에게는 약간 사족같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읽으면서 약간 지겨울 법한 이야기도 그냥 읽을 만하게 느껴졌는데, 왜 그럴까 싶었습니다. 그건 이게 도서관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을 좋아하기 때문에요. 막 스펙타클하거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거 바라시면 이 책은 읽지 마시고, 잔잔하게 마을 도서관을 활성화 시키고, 전세계에 유명해져서 다큐멘터리에도 나왔던 고양이 이야기를 바라신다면 괜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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