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그 Harry Potter series가 맞습니다. 읽어본 영어 원서라고는 2004년에 이직하면서, 시간이 엄청 많고 할 일은 없을 때 한 달 넘게 붙들고 읽었던 Little Lord Faunteroy(번역서: 소공자) 이외에는 영어로 된 책을 제대로 읽은 게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도 없이 이 시리즈를 집어든 건,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당장 TEPS 점수가 오르길 바랬지만, 학원에 가서 배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그래도 내가 많이 좋아했던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4권까지 한글로 이미 읽어서 내용을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었습니다. 본인의 난이도보다 좀 높은 책을 도전할 때는, 이렇게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선택하는 게 좀 더 완독률을 높힐 수 있습니다.
Harry Potter series를 영어로 읽은 건 2007년 어느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읽는 데에 얼마나 걸렸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 넉달은 넘게 걸렸지 싶습니다. 영어책을 읽는 데에 있어서는 초보도 진짜 왕초보였던 시절에, 무엇으로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필요했던 TEPS 점수가 너무 안 나왔는데, 당장 600점이라도 넘겨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학원 공부도 TEPS 교재 공부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시험 요령으로 넘어야 될 점수가 아니라, 실제로 영어 실력이 조금이라도 향상되어야 할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마침 집에 Harry Potter series의 2권인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가 있었습니다. 얇은 종이 표지의 paperback이었는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가 버리고 간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그 친구도 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선,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가부터 보려고 해서 읽었습니다. 확실히 너무 어려웠지만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머지 책들을 사서 읽었습니다.

그래서 Harry Potter 시리즈를 읽은 순서는, 2->1->3->4->5->6->7이었습니다. 우선 4권까지 한글로 읽은 상태였기 때문에 순서를 바꿔 읽어도 괜찮았습니다마는, 만약에 한글로 내용을 대충이라도 알지 못한다면 Harry Potter 시리즈는 그냥 1권부터 쭉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앞권에 대한 설명이 대충 나옵니다. 근데, 그게 7권까지 계속 그런 건 아니고, 4권까지인가 그렇게 앞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5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아닐 수도 있지만) 작가가 앞의 얘기 안 해 줄 거라고 명시적으로 이야기 하고선, 그 다음 권부터는 진짜 안 해 줍니다. 그리고 그 간략한 설명이 있는 권도, 좀 그 설명으로는 뭔가 많이 부족합니다. 절대적으로 1권부터 순서대로 읽거나, 한글책으로 내용 알고 나서 순서 바꿔서 읽는 것은 괜찮습니다.

영어 원서를 읽겠다고 도전을 하게 되면, 보통은 가장 먼저 읽으려고 도전하는 것이 바로 이 해리포터 시리즈이고, 저 역시 아는 게 없고 유명한 게 해리포터라서 도전했습니다. 솔직히 뭔가 영어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도 했고 해서 반쯤 목숨 건다 싶은 심정으로 임했던 게 사실입니다.
근데, 정말 어려웠습니다. 항상 그랬던 건 아니고, 모르는 단어가 심하게 많이 나올 때는 한 문장에 다섯 개나 나왔습니다. 그나마 2권은 300페이지대(1권이 아마존 기준 324페이지, 2권이 357페이지로 나옵니다.)의 많이 두껍지 않은 편이라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페이지는 점점 두꺼워집니다. 인물도 더 많아지고 이야기도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물론 복잡한 만큼 재미나집니다.
그래도 한 권 다 읽는 데에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지만, 4권(752페이지) 정도 읽고 나면 이 책 두께에 대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이제 등장인물 익숙해졌고, 자주 나오는 단어가 빤해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5권(952페이지)이 가장 두껍다가, 6권(688페이지)부터는 다시 얇아졌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원서읽기 카페에서도 Harry Potter series를 읽다가 중도 포기하시는 분들이 이 4권(752페이지)과 5권(952페이지)에서 주로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보통 4권이나 5권 넘기고 나면 거의 마지막인 7권(784페이지)까지 갑니다. 7권이 나름 얇아지는 건, 앞권에 대한 설명과 뒷권에 대한 광고나 미리보기가 없기 때문이었기도 할 겁니다. 결국 통독을 해 내긴 했지만, 제대로 이해한 건 아니었습니다. 대충 반쯤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만약 초보이신 분들이 도전한다면, 저는 극구 말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2010년 가을에 원서 읽기 카페에 처음 입성한 다음에 들은 이야기로는, 사전 없이 능수능란하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가볍게 읽으실 수 있는 분들은 보통 토익이 900점 넘게 나온다는 겁니다. 중상급 정도의 책으로 보통 이야기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토익 시험이든 텝스 시험이든, 혹은 토플이나 그 외의 공인영어 시험들은 영어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 시험 자체에 대한 요령이랄까 문제유형에 대한 인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도서도 보고 문제풀이 연습을 하는 게 주요할 것입니다. 하여튼, 저는 그때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읽고 대략 660점의 텝스 점수를 맞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어려운 것은 환타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법, 마법사, 환타지 세계에 나오는 상상속의 동물들, 마법에 관련된 일상생활에서는 쓸 일이 없어 보이는 용어들이 즐비하게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해리포터는 마법사들의 생활공간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일반인(책에서는 ‘머글’이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들과도 생활하기 때문에 일상용어까지 습득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하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마법 용어들도 나오다 보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보니, 그냥 단어 정리를 딱히 하지 않아도 그냥 외워집니다. 그리고 한 작가의 시리즈를 쭉 읽다 보면 그 작가의 문체에도 익숙해지고 자주 쓰는 단어도 있고 해서 읽는 속도가 저절로 빨라집니다. 그래서, 원서 읽기 하시는 분들 가운데에서는 자신한테 맞는다 싶은 작가 책을 쭉 계속 읽어나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준이 안 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내는 데에 도움이 됐던 것 하나는 오디오북이었습니다. 그때는 CD로 된 것을 사느라 좀 비싸게 주고 샀지만, 오디오북 성우가 나름 감정이입도 해 가면서 읽어주는 게 이해력도 돕고 좋았습니다. 영어로 많이 읽다 보면 문체가 느껴질 수도 있지만, 초급인 경우에는 작가가 주는 문체에서 이게 슬픈 건지, 기쁜 건지, 혹은 언성이 올라가는 상황인지 조용히 말하는 것인지조차도 헷갈려서 이해가 안 가거나 덜 갈 때가 있습니다.
감정이 풍부한 성우의 오디오북은 이런 점을 커버해줘서 좋습니다.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우들은 모두 유명한 사람들이라서, 상황에 맞게 읽어주면서도 또박또박 읽는 편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잘 들립니다.
한번은 미국판 종이책을 사서, 오디오북이 영국판이 싸서(권에 따라서 미국판이 더 싼 경우도 있고, 영국판이 더 싼 경우도 있었어요.) 그걸 사서 들었는데, 그것은 비추입니다. 미국판과 영국판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지하철은 subway, 용돈은 allowance, 엘리베이터는 elevator라고 하는 반면, 영국에서는 같은 단어를 각각 tube, pocket money, lift라고 하는 등 단어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판에서는 not을 ‘낫’에 가깝게 발음하고, 영국판에서는 ‘놋’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미국판 들고 영국판 오디오북 듣는 건 너무 힘들었습니다. 미국판 책에는 미국판 오디오북, 영국판 책에는 영국판 오디오북 들으시는 거 추천합니다.

영어로 원서 시작하면서 초급자들도 도전하기도 하지만, 원서 좀 읽었다 하는 분들도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는 게 이 Harry Potter series입니다. TV만 보던 영국 아이들이 책을 들게 만들었던 것이고,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만치, 재미 면에서는 어느 정도 보장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서서 말씀드렸다시피, 초급이시면 다른 책으로 내공 쌓으시고 시작하시라고 꼭 적극 권합니다. 왕초보로서 읽다가 막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 시간들이 잠깐 있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취향에 안 맞는다면 과감하게 다른 책으로 갈아타시기를 권합니다. 100 사람이 좋다고 하는 책도 나한테는 안 맞는 경우가 있고, 100 사람이 별로라는 책도 나한테는 너무 좋고 재밌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해리포터 시리즈가 내게 잘 맞을 것 같고 꼭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영어덜트 수준의 책을 읽으실 수 있을 때쯤에는 꼭 도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왕초보일 때 죽을 똥을 싸면서 읽었지만 그래도 재미난 책이었거든요. 너무 재밌었던 부분이 잘 읽힐 때는, 밥도 먹기 싫고 화장실도 가기 싫을 정도로 계속 붙들고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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