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는 책인 것 같아서 영어 원서를 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얇고 쉽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많이 기대를 하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책에 대한 서평도 대체로 다 좋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기대만큼 이 책이 저랑 잘 맞았다면 정말 책값 안 아까왔을 겁니다마는,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이 책의 중반 정도랄까요? 하여튼 앞부분을 읽을 때까지는 좋았습니다. 쉽고 재밌고 그림까지 있어서 참 잘 넘어갔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절반 정도였습니다. 읽기가 너무 괴로워서 해리 포터 시리즈가 차라리 읽으면서 더 편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친조부모와 외조부모, 그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Charlie Bucket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집에 돈 버는 사람이라고는 아빠 한 명뿐인데, 너무 적게 벌어와서 맨날 빵하고 마가린, 양배추와 감자, 양배추 죽 그런 걸로 하루를 때워야 합니다. 집도 좁은데, 네 명의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이 하도 연로하셔서 하나뿐인 침실의 침대에 종일 누워서 지내고, 나머지 가족들은 바람 드는 곳에서 매트리스 깔고 자느라 한 겨울에는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족들에게 Charlie는 희망입니다. Charlie는 생일 때마다 작은 초콜렛 바 하나를 선물로 받아서, 한달을 아껴 먹곤 했습니다.
Charlie가 사는 동네에는 세계에서 제일 크고 훌륭한 초콜렛 공장이 있었습니다. 그 초콜렛 공장의 주인인 Willy Wonky씨는 초콜렛 공장에 들어올 수 있는 초대장 다섯 장을 초콜렛 속에 숨겨놓습니다. Charlie도 간절하게 그 다섯 명에 뽑히길 바라지만, 생일 선물로 받은 초콜렛에는 초대장이 없었지만, 다시 얻게 된 초콜렛에는 그 초대장이 있었습니다.
결국 Charlie는 초콜렛 공장에 초대를 받아 가는데, 찰리만 혼자 착하고 바른 아이이고, 나머지 네 명의 아이들은 욕심 꾸러기이거나, 버릇 없거나, 제멋대로이고, 통제가 안 되는 아이들입니다. 게다가 다 좀 잘 사는 집 아이들 같아 보이고, 돈 좀 있는 집에서 오냐 오냐 키워져서 애를 망친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타난 것 자체가 좀 읽기가 껄끄럽달까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제 고통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결국 주인공인 Charlie는 Wonky씨가 건드리지 말아야 된다고 하면 안 건드리고, 욕심 내지 않고 말 잘 듣고 정직하게 있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고 한 건씩 사고를 쳐서 결국에는 처참하게 응징 당해서 사라져 갑니다. 저는 그 과정을 보는 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책장을 도저히 넘길 수 없을 것 같고, 읽다가 말다가 책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잡는데도 오래 걸렸습니다.
대체로 지어낸 이야기이니까, 상징적으로 권선징악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 이 책에서 리얼하게 묘사를 했던 것인지, 뭔가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이 함부로 행동해서 혼쭐이 나는 모든 장면들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너무 이야기를 현실처럼 받아들인 저의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판형에 따라서 페이지수는 155페이지라거나, 192페이지 뭐 그런 식으로 달라질 수도 있는데, 제가 읽은 것은 176페이지로 제가 기록을 남겨 놨네요. 크고 작은 그림들이 좀 많았던 걸로 기억나서 글발수는 엄청 많거나 한 책은 아닙니다. 문장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해서 초급용으로 많이들 추천하고, 제가 보기에도 초급으로 괜찮을 듯합니다.
다만, 영국 작가라서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고, 영국 작가인 것을 생각해 보더라도 이 작가 특유의 단어가 있습니다. 다른 작가들이 좀 덜 쓴달까 잘 안 쓰는 단어들이 군데 군데 튀어 나옵니다. 뒤로 갈수록 그랬던 걸로 기억납니다. 엄청 많이 그런 단어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니, 약간의 인내심만 있다면 초급용 도서로 이 책 괜찮습니다. 다만, 저처럼 너무 벌 받는 아이들의 상황에 빠져 들어서 괴로워 하지 않는다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영화화도 됐는데, 대부분의 책이 영화화 된 이후에 Movie-tie in이라고 해서, 영화와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들로 표지를 다시 꾸며서 많이 내놓습니다. 영화가 사진이 예쁘게 나온 경우, 표지가 그게 더 예쁜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화 된 책들이, 평소 책을 안 읽던 사람들도 책을 더 사게 만들기 때문에, 표지를 더 새로 내놓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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