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즈음에 이 책을 산 것 같습니다.
하여튼, 사놓고는 한 번 들춰보지도 않다가 원서읽기 북클럽을 계기로 완독하게 됐던 책입니다. 보시다시피 책 표지가 예쁩니다. 예쁜 것 뿐만 아니라 베스트셀러입니다. 안 살 이유가 있나요?
정확하게 책 내용도 모르고 그냥 산 겁니다. 나랑 맞을까 그런 것도 아무 생각도 없이 사서 그냥 쟁여뒀다가, 대략 2년이 지난 뒤에 읽은 거죠.
읽겠다고 책을 사서 북클럽까지 신청을 했지만, 저는 이 책 읽으면서 계속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리즈(엘리자베스의 애칭입니다.)가 나와는 너무 다른 환경이라서인지 질투와 샘이 나서도 그랬고 저만의 생각이지만, 리즈가 글 쓸 때 좀 겉멋 들어서 쓴달까, 그래서 좀 저같은 초보자들이 읽기에 힘들게 단어를 약간 꼬아서 글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좀 원서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느껴질 법한 게 많았지만 저한테는 그게 읽어내는 데에 쉬운 게 아니었거든요. 재밌기보다는 고역이었달까요. 이해하고 나면 재밌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 템포도 아니고 몇 템포 늦게 이해하면 재미도 반감되기 마련이었죠.
이 다음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심하지는 않습니다.
원하지 않으면 읽지 마세요.
이 책은 미국 상류층인 작가가 결혼해서 자신의 커리어 때문에 애를 안 낳고 살다가, 애를 가져 보려고 하던 차에 자신이 애가 안 생긴 것을 발견하고선 너무 안도하고 기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뭔가 이 결혼은 아닌 것 같다고 느껴서 이혼한 뒤의 이야기를 다룬 겁니다.
이혼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짤막하고, 그 다음에는 세 부분으로 대략적으로 나뉘어집니다.
첫번째는 이탈리아에 가서 어학연수 하면서 사람도 사귀고 놀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서 힐링을 하는 기간을 갖는 겁니다.
두번째는 인도에 가서 명상을 배우며 수도하고 절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리에 가서 살아보는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리즈가 이혼하고 이탈리아로 갔을 때가 전 제일 힘들었습니다.
샘이 나서 그랬던 건지......
이혼하는 것 자체도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갔고......
그냥 제 생각에는, 결혼한 뒤에 애 없어서 모든 게 결정하기가 쉬운 것만 같고 그랬습니다. (이거 완전 내 인생에 대한 푸념이 되어 가네요. )
온갖 맛있는 거는 다 먹고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내 밥상이 보잘 것 없어서 더 짜증이 났던 걸까요. 별 이유 없이 이혼하느라고 남편한테 재산을 많이 떼 줬다고 하면서, 돈을 퍽퍽 쓰고 다니는 것 같아서 말이 앞 뒤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배신감이 살짝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뭔가 공감이 잘 안 가서 그랬나 봐요.
인도로 간 다음에 명상하고 그런 거 읽으면서 좀 적응이 되기는 했지만, 명상 자체가 리즈하고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되도 않던 명상을 은근과 끈기로 드디어 점령하는구나 싶은 순간 저도 어떤 카타르시스와 유사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책 읽는 내내 리즈가 못 마땅했지만 그 때는 저도 뭔가 많이 기뻤습니다. 읽다 보니, 리즈 때문에 기쁠 일도 있구나 싶기도 하고 정이 들긴 하더라구요.
발리로 떠난 리즈의 이야기는 문체가 익숙해져서 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리즈에게 완전 동화되지 못한 채로 계속 읽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읽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와얀이라는 인물이 18금 이야기 하고 와얀이 리즈를 더 뜯어내려고 했던 부분만 정말 스피디하게 읽어나갔고 그런 뒤에 뭔가 읽기 힘들어졌습니다.
뭔가 사건이 있고,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진 뒤에 평범한 일상 이야기가 나와서 맥이 빠진 경향이 있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의 나머지 부분을 제가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북클럽 덕분이었습니다. (신한카드 덕분이 아닙니다. - 아마 이 책을 읽었던 2010년 즈음에 신한 카드 광고가 그런 게 있었지 싶습니다.)
결론은, 이 책은 저한텐 안 맞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내가 솔로일 적이었거나, 아니면 결혼해서도 리즈같은 상류층이거나 하다면 리즈를 잘 이해하고 같이 여행가는 느낌으로 읽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결혼 전이이라서 결혼에 대한 환상같은 거나 좀 있거나, 아니면 결혼했어도 뭔가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거나 했으면 이 책이 참 재미났을텐데 싶습니다.
저한테는......
그러니까 저같이 삶에 찌들은 성인들이 읽기엔 좀 버거운 책이었습니다. 저도 서민이 아닌 상류층이 되어서 이 책을 쓴 리즈를 좀 이해하고 싶습니다. 아, 이 책은 두께가 334쪽이라고 합니다마는 제 느낌은 훨씬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랑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그랬지 싶습니다.
작가가 상류층 지식인이라서 어려운 단어, 멋스러운 단어 간간이 쓰기 때문에 초급이신 분들에게는 단어 자체가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좀 길다 싶은 챕터도 있어서 읽는 숨이 짧으신 분들한테는 좀 버겁게 느껴지지 싶습니다. 엄청나게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 싶은데, 이 책을 읽던 2010년에는 저도 초급이어서 힘겹게 읽었습니다.
일반적인 소설 300페이지 짜리를 읽기 어렵지 않으신 분들이 도전하실 만하다 싶습니다.
이 책이 영화화 된 게 있는데,
그때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하고 영화가 나름대로 히트를 쳤던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이 제 취향이 아니라서 영화를 굳이 찾아보진 않았는데, 보통 책이 원작인 경우에는 영화보다 책이 더 좋은 편이지만, 더러 원작보다 더 재미나게 나온 영화도 있어서 이게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한 번 볼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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